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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출판사의 새 책/실용

당당한 환자 생활

정가 16,000원

 

1. 어떤 삶을 살아왔든 당신은 치유될 권리가 있다.

2. 가까운 사람들을 동원하여 자신의 지원팀을 꾸릴 수 있다.

3. 자기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만일 위 전제들이 고무적이며 사실적으로 와 닿는다면, 치유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여기 있는 정보들은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서문 중에서

 

● 당신의 목표는 착한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낫는 것이다

한 대형 병원에서 아픈 다리를 놔두고 멀쩡한 다리를 절단한 대형 의료사고가 났다.(2018년 8월, 아르헨티나 산페르난도 델 바 병원 의료 사고) 환자는 당뇨 합병증으로 왼쪽 다리를 잘라야 했는데 수술이 끝나고 보니 멀쩡한 오른쪽 다리가 잘리고 없었던 것! 매우 극단적인 의료 사고이긴 하나 미국의 경우도 10대 주요 사망 요인 중 하나가 ‘의료 사고’로 꼽히고 있고, 우리 나라의 경우도 크고 작은 의료 분쟁뿐 아니라 해결하고 개선되어야 할 의료 관련 법안들이 많이 남아 있다.

불행히도 언젠가는 우리들 대부분이 병원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입원 치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수시로 병원을 이용하며 지낸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의사 앞에만 서면 작아질까? 환자들은 뭔가 부탁을 하거나 묻고 싶은 것이 있어도 의사나 병원 직원들을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원하는 것을 요구하면 불편한 상황이나 불이익을 겪지 않을까 우려해, 그저 의료진의 말에 순종하는 ‘착한 환자’가 되거나 아니면 불쾌한 기분으로 병원 문을 나서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치료에 대해 미심쩍은 생각이나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도 의료진에게 치료를 잠시 멈추고 세부 사항들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자신의 병증에 대해 더 궁금한 것을 묻기조차 어렵게 느낀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환자는 병원에서 자신의 몸에 대해 이루어지는 일에 아무 권한이 없다고 느끼고, 자신이 직관이나 느낌을 표현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직 종사자들 역시 의료 기술이나 의료 기기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배우지만,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인간적인 보살핌과 배려, 관심을 기울이는 방법이라든지 병을 치료하는 데 환자의 경험이나 심리적․영적 문제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를 못한다. 게다가 현재의 의료 시스템도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가 주체적으로 치유에 임하도록 돕기 어렵게 만드는 면이 많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넘어서 환자가 주체적인 자세로 자신의 치유에 임할 수 있도록 돕고자, 외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버니 시걸이 ‘병실 환경 운동가’ 요사프 오거스트와 함께 쓴 책이다. 버니 시걸은 말한다. “‘병원hospital’이라는 단어는 ‘환대hospitality’라는 어휘에서 파생된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병원들은 본래의 의미와 거리가 멀다. 호텔 관리인이라면 누구나 투숙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의료 전문가들은 사람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그들만큼도 모르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우리는 호텔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주장하면서 어째서 병원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들어가는 말’ 중에서)

나아가 만약 한갓 ‘병명’이나 ‘환자’로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생각, 느낌과 욕구가 있는 ‘인간’으로서 보살핌과 배려를 받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환자 스스로가 ‘주체적이 되어야be empowered’ 한다고 말한다. “치유하고 싶다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그 외 의료 시설에서 요양하는 동안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서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주체적인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들은 병에 걸리면 자신의 치료와 간호를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들은 자신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질병이 그들의 삶을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책임을 진다. 이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다. 이와 같은 자세는 병의 완치로 이어질 수 있다. 태도에 변화가 생기면 몸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1장, 환자와 지원팀’ 중에서)

 

● 주체적인 환자란 어떻게 하는 사람일까?

저자들에 따르면, 주체적인 환자는 어떤 삶을 살아왔든 자신이 치유될 권리가 있음을 안다, 따라서 속으로 참으며 침묵하는 착한 환자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분명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는 귀찮은 환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스스로 옳다고 느끼는 것을 선택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생각보다는 몸의 느낌(기분이나 통증)을 관찰하고 몸이 원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가족이나 친구 등으로 지원팀을 만들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언제 필요한지를 솔직하게 표현한다, 병실이나 병상을 자신의 치유에 이로운 환경(성소)으로 꾸민다, 만나고 싶은 문병객과 시간을 스스로 선택한다……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말은 공격적으로 혹은 적대감을 갖고 행동한다는 말이 아니다. 주체적인 사람일수록 사랑이 최고의 무기라는 것을 알고, 또 자신의 몸을 사랑으로 채울 때 질병도 머물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당당히 요구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분명히 표현하지만, 지혜롭고 사랑어린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료진이든 가족이든 문병객이든 혹은 간병인이든 이들을 ‘자신의 치유를 위한 팀’으로 여긴다.

“안타깝게도 병들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 대부분은 중병에 걸려 위기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매시간 중요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정말로 누구인지,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실질적인 주도자가 누구인지 숙고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자기 성찰은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정체성의 회복을 돕는다. 그리하여 다시금 자기 삶의 주체가 된 사람들은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더 늦기 전에 타의적으로 좌지우지되던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 같은 각성의 계기를 마련해 준 질병에 감사한다. 결국 모든 저주에는 축복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1장, 환자와 지원팀’ 중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병에 걸렸을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주체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사는 것이 우리를 온전함에 이르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당당한 ‘환자’ 생활 이전에 당당한 ‘일상’ 생활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순간 병원에 있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환자 생활을 당당하게 해봄으로써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데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 길의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 주체적이고 건강한 치유를 위해 환자와 가족, 문병객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저자들은 ‘치료curing’가 육체의 질병을 극복하고 당분간 죽음을 연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치유healing’는 “온전함 혹은 신성함을 경험하는 일”이며, 따라서 치료될 수 없는 육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도 치유를 경험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헬렌 켈러 같은 사람이다. 병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병에 취약하게 만든 요인들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치유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무의식적으로 따르던 부정적인 신념이나 가치는 무엇인지, 부모로부터 학습된 어떤 두려움이 자신을 죽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고, 병을 자신과 타인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게 되는 선물로 활용할 수 있다. 질병에 휘둘리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규정하도록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는 것, 병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되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않는 것, 이것이 곧 치유의 시작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이 책의 1부는 이러한 치유 과정에서 환자가 입원 전에 병원을 선택하는 법부터, 병원에 들어갈 준비하는 법(지원팀 꾸리기, 준비물 챙기기, 심상화 훈련 등), 입원 후 의료진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법, 건강한 병원 생활을 위한 지원팀 활용법, 병실 동료와 ‘참호 속 동지’ 되는 법, 병상을 ‘치유를 위한 성소’로 만들며 ‘자신의 욕구를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표지판’을 사용하는 법, 문병 시간을 힐링 시간으로 만드는 법, 건강한 퇴원 준비와 집에서 몸조리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환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을 치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꼼꼼히 가이드한다.

이 가운데 지원팀을 꾸리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저자들은 치유가 의사, 간호사, 가족, 친지, 친구, 그리고 심적․물리적․기술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지지와 협력이 필요한 일종의 ‘팀 경기’라고 말한다. 팀의 주장은 환자 본인이며, 주장으로서 의사나 간호사에게만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팀원들에게도 주체적인 자세로 분명하고 확고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또 환자는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최종 결정은 자신이 내린다. 물론 팀원들도 내키지 않은 일은 거절할 수 있고 그만두고 싶다면 그만둘 수도 있다. 그러나 팀원들은 죄책감이나 동정심이 아닌 사랑으로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사랑이 없는 보살핌은 억울한 마음을 일으키고 심지어 병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치유는 꼭 아픈 사람만이 아니라 팀원들 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표지판은 병실 문이나 커튼에 써 붙여서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리고 협조를 구할 때나 장황한 설명이나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야 하는 일을 피하고 싶을 때 간편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휴식중. 15분 후에 다시 와주세요” “들어오실 때 근심걱정은 문 밖에 두고 오세요” “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목소리를 낮춰주세요” “이 사진 속의 귀여운 아기가 저예요” 같은 내용을 표지판에 써서 알리는 것이다. 처음에 표지판을 내붙일 때는 매우 쑥스럽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휴식과 사생활,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고 자신이 사랑과 존중,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은, 환자가 치유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표지판을 활용함으로써 환자는 자신의 병실을 치유 구역(힐링 성소)으로 만들고, 방문객들을 치유자로 만들며, 병실을 드나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팀에 합류시킬 수 있다.

이 외에 2부에서는 환자의 보호자나 가족, 방문자, 간병인이 환자의 건강하고 주체적인 병원 생활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과 알아두면 좋을 것들, 병문안 및 간병하는 방법 등 필요한 지침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또 3부는 환자가 치유를 위해 혼자서 혹은 간병인이나 문병객과 함께 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운동이나 활동(여러 가지 마사지와 침상 운동 등)을 소개한다.

 

● 이 책에 대한 찬사

“환자가 치료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책이다. 자신의 병과 치료 계획 및 과정에 대해 듣고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치유의 주체자로서, 환자는 치유를 위해 의료진과 어떻게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환자의 권리나 책임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이에 대한 충분한 조언을 하고 있다. 치유의 여정에 이 책이 큰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철환(새안산상록의원 원장/ 의학박사)

 

“만일 당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심각한 의료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이 책의 정보가 생명뿐 아니라 영혼을 구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흡수하고, 이용하라. 이 책은 환자이자 인간으로서의 당신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저자들의 실용적 지혜를 담고 있다.”

―앤드루 웨일Andrew Weil(의학박사, 애리조나 대학 통합의학프로그램 전담)

 

“병원 입원은 현재 미국에서 주요 사망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불행히도 언젠가는 우리들 대부분이 병원 치료를 받게 될 것이다. 향후 당신의 생존을 돕고 병고에 대한 경험을 통해 배우며 치유하기 위해서, 버니 시걸과 요사프가 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귀중한 자료이다.”

―래리 도시Larry Dossey(의학박사, Healing Beyond the Body, Reinventing Medicine 저자)

 

“버니 시걸은 실의에 빠진 채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해 온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치료에 참여하도록 일깨워주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감동적으로 잘 쓴 책이다. 이 책은 힐링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진정한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방편을 제공한다.”

―에브렛 쿱C. Everett Koop(의학박사, 미국 전 의무총감)

 

● 차례

추천의 말: 김철환(새안산상록의원 원장, 의학박사)

서문

감사의 말

들어가는 말: 환자의 주체적 자세가 중요한 이유

 

1부 환자의 생존 가이드

1. 환자와 지원팀

2. 치유와 치유의 발생

3. 건강한 입원을 위한 준비

4. 입원: 병원에서 잘 살아가는 법

5. 생존을 돕는 표지판 사용

6. 문병 시간을 힐링 시간으로 만들기

7. 자가 치유 처방전

8. 건강한 퇴원 준비

9. 집에서 몸조리하는 법

 

2부 가족 친구 그리고 간병인의 지원 가이드

10. 든든한 보호자 가이드

11. 병문안 방법

12. 간병인의 치유

 

3부 힐링 운동

13, 치유를 위한 활동

문병객과 함께하기/ 환자와 함께하기/ 침상 운동/ 걷기와 휠체어/ 힐링 터칭: 마사지/ 버니의 자료들/ 요사프의 자료들/ 환자 권리증

 

책을 마치며: 치유 여정의 패스워드

 

● 저자 소개

지은이|버니 시걸 Bernie Siegel, M.D.

일반/소아과 전문의로 은퇴한 뒤 인간적인 의료 서비스와 의학 교육에 힘써왔으며, 특수암환자센터(ECaP)를 설립하여 개인 및 그룹 치료를 해왔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의료계가 갈등하는 윤리성과 영적 문제를 최전선에 두는 삶과 죽음의 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아내 바비와 코네티컷에 살고 있다. 저서로는 《사랑+의학=기적》 《평화, 사랑 그리고 치유》 《외래환자로 살아가는 법》 《삶을 위한 처방전》 등이 있다.

 

요사프 오거스트 Yosaif August

환자들의 입원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병실 환경의 중요성을 홍보하며 ‘병실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 입원 환자로서 얻은 경험과 부모를 간병하며 깨달은 바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 컨설팅 사업을 접고 본격적인 건강 옹호론자이자 사회 사업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국제힐링환경 대표이자 전통적인 병실을 힐링 공간으로 바꿔 환자의 치유를 돕는 ‘베드스케이프Bedscapes’의 창시자다. 성장한 두 자녀와 손자를 두고 있으며, 아내 슈라 그리고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뉴욕 우드스톡에 살고 있다.

 

옮긴이/ 문 실버만

미국 남부 플로리다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다. 만성질환으로 플로리다와 버지니아 등 주요 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해 치료를 받는 동안 이 책에서 큰 도움을 받고, 이 책이 다른 환자들에게도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할지 절실히 체감하게 되었다. 현재는 자신의 입원 경험을 살려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보호자가 없는 노인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간병일을 하고 있다.

 

감수한 이/ 김철환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서울의대를 졸업(의학 박사)했으며, 인제의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새안산상록의원(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원장으로 있다.

 

● 책 속 한 구절

― 당신의 목표는 착한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낫는 것이다. 당신은 의료 사고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치료에 대해 미심쩍은 생각이나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즉각 의료인의 치료를 중단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라.(들어가는 말)

― 질적인 치료와 간호를 받기 위해 당신이 거의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주체적이 되는’ 것이다. 치유하고 싶다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그 외 의료 시설에서 요양하는 동안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서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주체적인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들은 병에 걸리면 자신의 치료와 간호를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들은 자신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질병이 그들의 삶을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책임을 진다. 이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다. 이와 같은 자세는 병의 완치로 이어질 수 있다. 태도에 변화가 생기면 몸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1. 환자와 지원팀)

― 주체적이 되면 속으로 참으며 침묵하는 착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치유하려면 소리 내어 말하고 주장해야 한다.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병을 회복하는 것이 당신의 목적이라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며, 의료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성가시게 만드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고 불안함과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혀 가급적 빨리 자신을 치유의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1. 환자와 지원팀)

― 수락과 거절의 말을 분명히 할 수 있을 때 당신은 주체적이 된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인정해 줄 때 당신은 자신의 몸에 생명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강력한 생존 도구이거나 파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몸은 삶에 대한 당신의 욕구가 진실인지 아닌지, 얼마만큼 절실한지 알고 거기에 맞춰서 반응한다.(1. 환자와 지원팀)

― 치유는 당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당신은 팀이 필요하다. 치유하려면 의사, 간호사, 친척,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심적․물리적 혹은 기술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자들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건강을 회복하려면 이들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팀의 주장은 ‘당신’이 맡아야 한다. 그래서 경기 종목을 선택하고, 팀원들의 자리를 배치하며, 모두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도록 독려해야 한다.(1. 환자와 지원팀)

― 사랑과 웃음만큼 강력한 치료제는 없다. 팀원들에게 당신의 회복을 위해 유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코믹한 문병 카드를 만들어달라고 하라. 이는 당신이 그들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들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카드를 고르면서 잠시나마 함께 웃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때로 우리는 어릿광대처럼 함께 웃거나 울고 서로를 보듬으며 느끼는 것을 살아야 한다.(1. 환자와 지원팀)

― 치유healing는 삶과, 또 사랑과 관련이 있다. 치유는 온전함wholeness 혹은 신성함holiness을 경험하는 일이며, 삶과 창조주와 하나가 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그 반면 치료curing는 육체와 관계가 있다. ‘치료된다’는 의미는 질병을 극복하고 당분간 죽음을 연기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질병이 치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궁극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그렇더라도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는 있다. 우리는 항상 좀 더 충만하게 살며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삶을 치유할 수 있다.(2. 치유와 치유의 발생)

― 당신은 진단명이나 병실 번호가 아니다. 표지판 사용과 힐링 방법들을 통해 이 부분을 유쾌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치유하려면 치유에 방해가 되는 어떠한 상황이나 순간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시종일관 치료의 중심에 서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라.(2. 치유와 치유의 발생)

― 치유 행위들을 모두 완벽하게 실행할 수 없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지 마라. 당신의 목적은 치유이지 완벽함이 아니다. 치유는 의미 있게 살며 사랑하는 일이다. (2. 치유와 치유의 발생)

― 주체적이라는being empowered 말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거나 알아낸다는 뜻이다. 밖에 있을 때 당신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계약서에 무조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술이나 다른 의료 치료들을 허락하기 전에 반드시 자세한 사항을 모두 이해했는지 확인하라.…… 어쩌면 당신은 ‘전문가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믿으며 구태여 서류를 읽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의 생명이 달린 일을 ‘당신’도 알아야 한다. 모든 서류를 꼼꼼히 살피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질문하라. 치료 동의서에 서명한다는 것은 많은 위험에도 동의한다는 뜻이다.(4. 입원: 병원에서 잘 살아가는 법)

― 당신의 병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모두 누구인지 알아내라. 그리고 당신이 누구인지도 그들에게 알려라. 그들의 일이 당신의 치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물어라. 그들에 대해서 묻고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따뜻한 관심을 표현함으로써, 그들이 당신에게 얼굴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라. 이는 또한 당신이 단지 병명이나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들로 하여금 상기하도록 해줄 것이다.(4. 입원: 병원에서 잘 살아가는 법)

― 의료직에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돕는 일에서 커다란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그들의 일상은 상당 부분 비인격적인 사무에 치중되어 있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환자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에게도 당신의 팀원이 되어달라고 부탁해 보라.…… 간호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들이 생길 때 당신의 팀원이 되어준 간호 직원들은 가족과 같은 입장에서 당신을 보살펴줄 것이다.(4. 입원: 병원에서 잘 살아가는 법)

― 당신이 사람들의 문병을 관리할 수만 한다면 그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다. 핵심은 당신이 원하는 방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만일 방문자가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책이나 시집, 유머집을 읽어달라고 부탁하라. 혹은 발 마사지나 표지판의 문구 작성을 부탁할 수도 있다. 아니면 말없이 그냥 곁에 앉아 있어달라고 말하라. 만일 지나치게 호들갑스럽거나 수다스런 사람이 찾아오면 묵상이나 명상을 함께 하자고 부탁함으로써 양쪽 모두 편안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6. 문병 시간을 힐링 시간으로 만들기)

― 혼자 있는 시간을 ‘자기 방문’ 시간으로 생각하라. 지금 당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오묘한 존재인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주어졌다. 자기 방문의 장점은 당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만히 자신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여보라. 그러면 그곳에서 진정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당신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오랫동안 가슴속에 쌓아둔 말들은 무엇인가? 이는 중요한 질문이며, 이것을 묻고 답함으로써 자신을 치유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7. 자가 치유 처방전)

― 자기만의 생활 규칙을 만들어 행하면 내면의 지혜와 통제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병원의 일과가 마감되는 잠자기 직전과 아침에 눈떴을 때, 매일 규칙적으로 몇 분 동안 자기만의 의식을 시행하라.…… 눈을 뜨자마자 간단히 명상을 하거나 심상화 혹은 기도를 하라. 자신의 소망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잊지 마라.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살아있다는 사실과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보살핌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할 수도 있다.(7. 자가 치유 처방전).

― 훌륭한 보호자는 환자의 의지를 대변하고, 환자가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잣대로 환자를 비판하거나 실패자처럼 느끼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 질병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그것에 대한 환자의 책임을 허용하면서, 다만 환자의 바람과 의지를 대변하고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10. 든든한 보호자 가이드)

― 문병객으로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위로 중 하나는 환자를 병자가 아닌 온전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심상화하는 일이다.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건강하게 치유된 모습을 상상하라. 환자를 병약하고 온전하지 못한 존재로 보면 환자는 당신의 마음에 동요되어 자신의 질병을 더욱더 절망적으로 의식하게 된다. 환자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당신이 환자를 온전한 모습으로 상상하는 일은 환자의 치유를 돕는 일이나 같다. 이것은 위선이나 현실 부정이 아니다. 바로 사랑을 심상화하는 일이다.(11. 병문안 방법)

― 의사는 자신이 더욱더 온전한 존재가 되려는 과정에 있을 때 치유를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다. “의사여, 그대를 치유하라”라는 말은 그런 연유에서 생겨났다. 의사가 실력을 갖추려면 상처입은 사람들의 영토에서 관광객이 아닌 원주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의사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지 않고 치유의 과정에 있지 않다면, 단순히 진단과 ‘치료’만 할 수 있는 관광객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 의사는 ‘치유’할 수 없다. 환자의 경험을 다루지 않고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12. 간병인의 치유)

― 사랑만이 불멸에 이르는 길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어느 순간에는 병이 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건강할 수 있다. 건강은 단지 육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영혼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치료될 수 없는 육체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그들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기 때문이다.(12. 간병인의 치유)

― 당신이 환자의 보호자든, 문병객이든, 의사나 간호사 혹은 어떤 치료사든 간에 당신의 보살핌은 단순히 병을 낫게 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죽을 때 그것은 실패도 상실도 아니다. 환자가 온전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때마다 당신은 이미 성공적인 간병인이라 할 수 있다.(12. 간병인의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