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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의 일상/땡땡책 운영진 이야기

건강한 노동

150519. 건강한 노동.

 

우리는 함께 책 읽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자율과 자치를 추구하는 독서 공동체로,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만들고 합당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_땡땡책협동조합 정관 목표

201310, 땡땡의 사무국을 맡게 되면서 내가 가장 중심에 놓은 것은 노동이었다. 우리교육 사태의 아픈 경험도 있고, 노동을 팔아야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임금 노동자로서의 자리에서 나는 늘 궁금했다. 무엇이 불행한 삶을 양산해 내는지, 질 높은 노동 환경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모두가 현실은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할 때, 생소한 사람들과 연을 맺으며 새로운 꿈을 꾸었다. 땡땡에서라면 내가 바라던 삶을 실현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무국을 구상하면서 내가 바라던 것들을 어설프게나마 집어넣었다. 이 생각은 2013104일에 정리한 사무국을 운영하는 중심 생각과 틀이란 글로 정리되었다. (http://cafe.daum.net/00bookcoop/SIVA/7)

 

 

20개월간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모델이 되어 보려고 이런저런 실험을 거치는 사이, 지난주에 열린 출판노조의 ‘2015 출판노동 실태조사 보고서 집담회와 최근 자음과모음 상황을 지켜보며 답답함이 밀려왔다.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은 고사하고, 기본조차 되지 않은 이 엉터리 문화업자들을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 뭐가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자음과모음의 부당노동 행위를 바로잡으려고 싸우고 있는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에 땡땡의 목소리를 보태는 데서 시작해 봐야겠단 생각에 관련 기사를 찾으니, 사건은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 2014년 한 해 입사자 48, 퇴사자 46.

- 사내 CCTV 설치 반대 등, 입바른 소리하다 찍힌 편집자, 권고사직 받아들이지 않자 물류창고로 발령 내....

그리고 오늘부터 피켓팅에 몸을 보태기 시작했다. 주장하고 싶은 문구 정도는 내 머리로 정리하고 피켓도 직접 만들어 참여해야겠단 생각에 어제오늘 머리를 굴려보는데 아직까지 임팩트 있는 문장을 끌어내진 못했다. 땡땡책협동조합 목소리 더하기, 첫날인 오늘 사용한 문구는 이렇다.

세상에는, 내가 읽는 이 책이 건강한 노동으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많은 독자들이 있습니다.”

부당하다 : 이치에 맞지 않거나 당치 않다. 무례하다고 편집자를 물류팀으로 보내는 것은 부당한 인사권 남용입니다.”

 

지금 보니 이중 수식을 비롯해 어긋난 말들이 눈에 들어와 민망하지만, , . 내일은 나아지겠지... 이런 문구들도 있었다.

글 가지고 먹고사는 회사가 말 가지고 장난치면 쓰나

“‘!’소리했다고 엄한 데로 발령 내는 게 정당한 건가요?”

자음과모음, 그 많던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당한 목소리에 보복성 인사발령, 노동자 길들이기는 이제 그만

싸운다고 뭐가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취급밖에 더 받겠나 싶은 오늘, 책을 읽고 쓰고 만들고 나르는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그리하여 책을 매개로 한 이들의 노동이 건강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