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구성>
8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특집 법을 만드는 운동, 법에 휘둘리는 운동
16 교원노조 합법화, 의미와 과제 | 이민숙
- 불완전한 합법화가 가져온 한계를 넘어
26 청소년운동에서 입법과 제도화가 갖는 의미 | 한지혜
-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중심으로
38 제도화 운동으로 살펴보는 학교폭력 해결 과정 법제화 | 공현
58 운동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 이상화
- ‘오늘의 교육 포럼’ 에 참여하고 나서
기획 5.18과 고등학생 열사
69 참교육을 넘어 고등학생운동을 기억하기 | 전누리
- 고등학생운동 열사와 기억의 정치
89 광주와 열사의 곁에, 함께 | 강주희
106 임종길의 그림일기
취재 스쿨 미투가 남긴 것 ①
110 “고발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이경은
- 맨손으로 시작한 싸움의 기록
연재 나눔의 경제인류학
131 시장을 넘어서는 증여 | 홍서연
영화와 아이들
150 아이들의 이미지로서 ‘이노센스’ | 김종구
- 히치콕의 〈사보타주〉, 〈새〉
수업을 사는 교사
169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을 사는 다 큰 지구인 | 박진환
- 교사 최은경
에세이
189 친구를, 난민을, 사람을 품으려는 길이기에 | 조수진·김민혁·김지유
기고
221 민주시민교육과 수학 | 윤상혁
- 민주주의의 정신, 현상 기반 학습, 사회 정의를 위한 수학교육
리뷰
238 이제 그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 | 김지은
- 《체벌 거부 선언》
247 이토록 참혹한 국가 폭력의 뿌리 | 박민영
-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
260 빨강은 희망 | 유다솔
- 《무릎딱지》
272 교육은 참 어려운 일이야 | 박건진
- 《나의 교육 고전 읽기》
285 두 줄 새 책
287 주제가 있는 독서
289 어린이 책 나들이
<특집>
법을 만드는 운동, 법에 휘둘리는 운동
《오늘의 교육》 51호는, 50호에 이어 또 한 번 ‘운동과 제도’를 화두로 삼았다. 6월 15일 진행된 ‘교육운동, 왜 자꾸 작아지는가 – 운동과 제도 사이의 관계와 거리를 논하다’ 2차 포럼에서는 교원노조, 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예방법〉의 사례를 통해 입법운동과 제도화의 의미를 주로 논의했다.
많은 운동이 변화를 위한 경로로 입법과 제도화를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법은 운동이 목표로 했던 것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불충분한 제도는 다시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민숙은 전교조가 처한 현실이, 애초에 교원노조 합법화 당시 권리와 지위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난다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에도 보장되지 않는 학생인권의 현실, 교육청이나 학교가 학생인권조례를 잘 지키지 않아서 운동이 역할을 대신해야 했던 문제 등을 짚는다.
입법이 운동의 최종적 목표가 될 수 없으며, 운동의 과제는 더 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청소년운동의 과제를 고민한 이야기 등이 그 예이다. 제도를 운동의 최종적 목표가 아니라 운동의 과정으로, 운동의 수단이자 환경으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제도가 숙고 없이 만들어지고 강행되었을 때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진냥은 〈학교폭력예방법〉의 역사를 돌아보며, 법이 만들어진 것은 학교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시민운동의 결과였으나, 법의 한계가 뚜렷했고 이후 개정 과정도 졸속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착근된, 하지만 여전히 너무나 부족한” 법 앞에서 우리가 무엇과 싸워야 할지 묻는다. 이상화는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를 소개하며, 법 시행 이후 이를 감시하고 평가하고 견제할 세력이 미약했다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나아가 대안교육의 경험에 비추어 제도화에 대한 고민을 정리한다.
제도를 만들고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앞으로도 중요한 운동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운동이 잊지 말아야 할 점, 유념해야 할 점이 있을 것이다. 《오늘의 교육》의 논의가 교육운동을 이어 가고 발전시키는 데 시사점을 주길 바란다.
- 편집부
▶ 《오늘의 교육》은 51호 특집으로 교육운동을 통한 입법과 제도화의 사례들을 살핀다. 각각의 사례들에 대해 새로운 정보와 통찰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일반적으로 운동이 유념할 점과 성찰할 점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획 지면에서는 ‘5.18과 고등학생 열사’라는 주제로 광주와 김철수 열사, 고등학생운동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개한다. 또한 본지 기자가 스쿨 미투가 일어난 학교들을 취재하여 스쿨 미투 이후의 전개 상황과 성과에 대해 파고들었다. 난민 청소년의 소식과 새로운 연재 등 풍부한 콘텐츠를 담았다.
<책 속에서>
나는 이와 같은 한계가 ‘착한 사용자’(이른바 진보 교육감)에 대한 관심이라는 우회로를 모색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즉, 노동조합으로서의 활동의 한계, (정책) 개입력의 한계를 노동 3권 쟁취라는 경로를 통해 해소하는 대신, 행정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료 조직 진출을 통해 해소하려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 본문 21쪽, 이민숙, 〈교원노조 합법화, 의미와 과제〉
사실 조례가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고 모니터링하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면, 학생인권조례라는 제도는 한계도 있지만 운동이 더 나아갈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기반을 갖지 못한 채 어렵게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청소년운동의 상황 자체가 제도화 이후 현실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 갈 활동가들이 운동에 남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청소년운동은 더 성장하지 못했다.
- 본문 34쪽, 난다, 〈청소년운동에서 입법과 제도화가 갖는 의미〉
학교폭력에 관한 법률의 제·개정 과정에는 학술적인 논의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인 논의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나 교육청,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가해자에 대한 비난,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공포가 사회적 합의를 대신했다. 합의에 걸리는 시간이 생략된 만큼 학교폭력 해결 과정의 법제화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이루어졌다.
본문 39쪽, 진냥, 〈제도화 운동으로 살펴보는 학교폭력 해결 과정 법제화〉
해당 시점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이 시급하게 만들어지면 그 당시의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적용이 어려워진다. 또한 현장에서는 행정적인 관점으로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형식화될 우려도 매우 크다. 그래서 사회적 파급과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계의 의견과 관점을 통합하여 법을 만들고, 이 법을 통해 생성된 권력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단체 등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문 62-63쪽, 이상화, 〈운동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그들의 죽음을 참교육에 대한 갈망으로 해석하는 건 열사가 고등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형성한 삶과 사회에 대한 태도, 가령 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주체가 될 것인가, 또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참교육 열사로 이들을 호명하면서 이들을 고등학생운동의 참여자보다는, 전교조가 내세운 참교육의 지지자로서 부당한 탄압을 받은 피해자이자 희생자 정도로 위치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열사들이 고등학생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 그 운동의 경험 속에서 대안적인 삶과 사회에 대해 사유했던 지점을 소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본문 81-82쪽, 전누리, 〈참교육을 넘어 고등학생운동을 기억하기〉
학생들은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를 지적했지만, 주 가해자를 내보내는 것을 비롯해 교사들을 징계하는 것 외의 변화는 미진하다. 각 학교에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취한 조치는 무엇이며 재발 방지 대책이 있는지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안여고 행정실에서는 논의 후 답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2년이나 지난 안 좋은 사건을 취재하는 의도가 뭔데요, 지금?”이라고 격앙된 말투로 되물었다. 해당 사건의 진상을 밝혀 반성의 토대로 삼기보다는 감추어야 할 ‘안 좋은 사건’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낸 것이다.
본문 124쪽, 밀루, 〈“고발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본주의와 함께 발달된 행위 원리로 모든 경제 행위를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상상력은 고갈되고, 이 자본주의 체계가 돌아가는 법칙에 근거하지 않는 행동의 동기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반복하건대, 현대인들은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 교환을 경제의 차원에서 이해하기를 거부하고 도덕, 문화, 사회의 차원을 경제의 영역과 애써 구분하려 한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관해 숙고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건드려야 하는 것은 가치의 문제이며, 그것은 경제의 중요한 문제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이다.
- 본문 136쪽, 홍서연, 〈시장을 넘어서는 증여〉
시위를 조직하는 일도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이나 학급회장을 통해 학부모 동의서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 우리는 매일 2층에서 4층까지 전 교실을 아침, 점심, 오후 세 차례씩 돌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받아 온 동의서를 선생님들은 달라고 하셨지요. 확인해 보시겠다며. 악성 댓글들이 쏟아지고 학교와 교육청에 전화가 걸려 오고 교육청에 우리를 돕지 말라며 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동요하니 학생들도 위축되었지요. 우리 단톡방 가입자 수가 140명이 넘는데 실제 시위 참가자는 43명이었어요. 부모님들이 공개적으로 학교에 반대 의사는 표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을 억누르고 있었던 겁니다.
- 본문 208-209쪽, 조수진·김민혁·김지유, 〈친구를, 난민을, 사람을 품으려는 길이기에〉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는다는, 우리 시대의 용어로 바꿔 말하면 학생들을 의식화시키고 빨갱이 사상에 물들어 있다는 죄목으로 사형 판결을 받은 소크라테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차이점과 모순들을 제거할 수 없고 우리가 세상과 우리 자신을 바꾸기 원한다면, 우리는 적어도 그 차이점과 모순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그리스의 수학 정신인 것이다.
- 본문 227쪽, 윤상혁, 〈민주시민교육과 수학〉
방관자가 늘어날수록 그 사회에서는 폭력의 대물림을 막을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 다수의 방관자는 이미 체벌을 겪은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성폭력 슈퍼바이저로 오랫동안 일해 온 제니 윙의 말에 따르면 폭력이 일상인 사회에서 피해자와 방관자는 대부분 중첩된다. 그리고 폭력의 피해자는 이미 폭력을 당해 본 경험에서 얻은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에게 저지르는 폭력을 목격하더라도 그 폭력에 개입하거나 폭력을 중단시키기 어렵다고 한다.
- 본문 244쪽, 김지은, 〈이제 그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
“국가의 정상적인 시스템이 그의 유년기 삶에서는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본문 156쪽) 이런 말은 자칫 이 문제를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벌어진, 예외적인 일로 여기게 한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오히려 반대의 생각이 들었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서 생긴 문제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 본문 259쪽, 박민영, 〈이토록 참혹한 국가 폭력의 뿌리〉
약 250년 전에 쓰인 루소의 글이다. 그가 보기에 당대 학교는 학생들에게 경쟁심만 부추기는 타락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과연 오늘의 학교교육은 이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2019년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비판하는 내용으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는 아직도 학생 간의 경쟁만을 부추기는 공간으로 보인다.
- 본문 281쪽, 박건진, 〈교육은 참 어려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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