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연재마당/내 주제에 무슨 요리 by 박영길 썸네일형 리스트형 3편 "가을 우동과 일본 요리만화 사기 사건" 날이 제법 쌀쌀한 가을엔 어쨌든 따끈한 우동이 제격이다.후루룩 면과 국물은 흡입하면 금세 몸이 훈훈한 열기로 가득차는 느낌에 ‘역시 우동이야’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한때는 ‘라면 요리왕’이나 ‘맛의 달인’, ‘초밥왕’ 같은 일본 요리만화를 섭렵한 후 뭔가 나도 근사한 요리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무한한 요리의 세계에 갓 입문한 초짜가 성실하게 맛의 본질을 찾기 위해 수많은 초야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요리의 대가로 성장하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길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뭐 누구나 이런 만화를 보면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하지만 보통 이런 건 생각만 하지 직접 실행에 옮기진 않는 것 같은데 나는 별 고민 없이 덥석 이런 짓을 실제.. 더보기 2편 "어머니표 카스테라" 난 솔직히 빵을 좋아하지 않았다.자라난 곳이 충청도 오지여서 그런가 어렸을 때 빵을 먹을 기회가 워낙 드물기도 했고 어머니께서 간식거리라고 만들어 주시는 빵이라는 것이 그닥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뭔가 간식거리처럼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삼남매를 위해서 흔히 개떡이라고 하는 것, 밀가루반죽을 그냥 넓게 펴서 익혀주는 그 말도 안되는 개떡을 주로 만들어 주시곤 했었다. 물론 가끔 담배잎 따다가 지쳐서 헐떡거리면 그 개떡에 귀한 흑설탕을 넣어서 쪄 주셨는데, 이게 맛은 호떡이랑 비슷한데 모양은 두꺼운 또띠아처럼 생긴 여튼 그런 커다란 개떡을 주로 해 주셨다. 그런 나에게 서양식 제빵을 맛본다는 건 그야말로 횡재의 순간, 아니 신세계가 열린 날이었다. 그것도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 더보기 1편 “미워도 다시 한번, 닭개장” (2013년 12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나에게 닭개장은 그닥 땡기는 요리는 아니다. 할 수 없이 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하거나. 처음 요리에 대한 글을 청탁받았을때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쓰려니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막막해지면서 금세 후회하는 마음이 몰려왔다. 괜히 요리 글 쓴다고 나섰다가 스스로의 신세를 달달 볶는구나 싶어졌달까?뭘 쓰지? 어떤 요리, 어떤 레시피를 이야기해야 하지? 내 주제에 감히 누구에게 요리법을 가르쳐준다는 게 말이 돼?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약속한 기간이 다가오니 더 늦출 수도 없을 듯해서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선택한 게 닭개장이다.닭개장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육개장과 비슷한 요리다. 육개장이 소고기를 우려낸 국물을 기본으로 하듯..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