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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페미니즘

정가 13,000원

 

제주 예멘 난민과 페미니즘의 응답

 

1. 책소개

여성의 인권을 위해 난민을 추방하라?

난민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2018년 여름,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찾아왔다. 내전을 피해 온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무지와 차별, 혐오를 그대로 드러내고야 말았다. 특히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는 70만 명이 동의했다. 일부에서는 여성과 아동의 안전을 내세우며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난민의 추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난민과 무슬림을 얼마나 아는가? 그들에 대한 온갖 뉴스와 통계는 믿을 만한가? 무슬림 남성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고, 무슬림 여성은 압도적인 피해자인가? 이슬람 사회의 여성혐오는 한국 사회의 그것보다 훨씬 더 억압적인가? 누가 가짜 난민이고, 누가 진짜 난민인가?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제주 예멘 난민 이슈는 끝나지 않았다

혐오와 두려움을 넘어서는 페미니즘을 위하여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이런 일련의 사회적 흐름에 대한 대응/응답으로 ‘경계 없는 페미니즘’이라는 온라인 공간이 생겨났다. 국내외 연구자와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난민 문제를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사유하며 치열하게 글을 써내려 갔다. 이는 비단 난민 문제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 페미니즘이 어떻게 응답하고 실천할 것인지를 상상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예멘 난민 대부분은 여전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단 2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은 한국 사회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길 기대하며 ‘경계 없는 페미니즘’에 연재되었던 40편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 아직은 작고 느리고 희미한 말들이지만,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함께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으로서 페미니즘의 역량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 목차

책머리에 | 우리의 말은 여전히 작고 느리고 희미하지만

1장.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아는가 - 공포와 혐오의 시작

누가 여성 인권과 난민 인권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가 | 혐오 뉴스와 확증 편향이 만들어 내는 괴물 | 타자 만들기를 넘어, 연대의 모색을 위해 | 이슬람 혐오와 페미니즘 | 수상한 페미니스트 투사들 |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아는가 | 멀리서 볼 때, 가까이서 볼 때 | “여성혐오자 이슬람 난민을 추방하자”고 외치는 당신에게 _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의 여섯 가지 반론 | 예멘 난민에 대한 단상 | 드러나는 공포, 드러나지 않는 공포 | 절박함과 절박함이 충돌할 때

2장. 여성을 위해 난민을 추방하라? - 지금, 여기에서의 페미니즘

미정이, 난민, 그리고 페미니즘 | 젠더 폭력과 인종주의 | 여성주의적으로 바라본 여성 할례 | 난민의 시간, 한국인의 시간 | 도전에 직면한 한국 사회와 페미니즘 | 인종, 젠더, 교차적 페미니즘 | 난민 남성과 자국 여성 | 레즈비언부터 난민 여성까지, 게이부터 난민 남성까지 | 젠더 폭력에 대해 말하기 | “난민 위기는 페미니스트 의제다”

3장. 누가 자국민인가 -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

선량한 도시민 vs 자유롭게 무리 지어 다니는 난민? | 사회의 안전과 성 통제, 여성의 도구화 | 진짜와 가짜, 우리는 과연 진짜인가 | 유학생과 난민 | 프랑스의 거리 성희롱 처벌법이 은폐하는 것들 | 동화주의의 실패와 난민에 대한 갑질 | 난민협약과 대한민국 | 난민은 과연 잠재적 가해자인가 | 바깥에 위험으로 가득 찬 진실이 있다 | 난민보다 자국민 안전? |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 도착한 예멘 난민 | 달라진 일반 국민의 가치

4장. 난민과 우리가 만나는 어딘가 - 환대와 연대의 윤리

예멘의 여성들과 우리, 곁에 자리하기 위하여 | 페미니스트의 용기 | 사랑만이, 이긴다 | 연대의 윤리 _보이콧 버뮤다 운동의 오류에서 배우기 | 퀴어로서 난민을 환대해야 하는 이유 | 진화하는 인간의 조건 _지구 시민으로서의 도덕성과 책임성 | 나의 차별 행동을 어찌할 것인가

나가며 | 다시 경계 없는 페미니즘을 위하여

 

3. 저자 소개 - 김선혜 외 36

 

김선혜(여성학 연구자), 김수아(언론학 연구자), 정연보(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최원정(젠더학과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페미니스트), 김성준(정치학 연구자), 황지성(여성학‧장애학 연구자), 성인소년(동시대 미술가), 미래(다른세상을향한연대, Die Linke SDS), 고민정(독립 문화기획자), 하늘(출판 편집자),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김보명(여성학 연구자), 윤수련(비판적 인종 이론‧퍼포먼스 연구자), 주애령(소설가, 전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연구위원), 주원(여성학 연구자), 류진희(여성문학 연구자), 익명(성소수자 활동가), 김현철(지리학 연구자), 김주희(여성학 연구자), 캔디(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이소림(퍼포먼스학 연구자), 김지영(이주 노동자-학생), 전지윤(다른세상을향한연대), 최원근(국제정치‧난민 연구자), 손희정(문화평론가), 나영정(퀴어 활동가), 정희진(여성학자), 배재훈(인류학 연구자), 전의령(인류학자), 나영(성과재생산포럼), 안팎(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김비(소설가), 이진화(탈식민주의 트랜스-젠더-퀴어 연구자), 이예찬(난민 활동가), 김한려일(페미니스트 신학 연구자, 사회적협동조합 두잉 이사장), 정진경(사회심리학자), 고은지(난민인권센터)

 

4. 본문 가운데

무엇보다 난민 그리고 무슬림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 차별, 혐오를 재생산하는 데 ‘여성의 안전’ 수사가 적극적으로 차용되는 상황은 참담하다. 역사적으로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던 강력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가 식민지 국가의 문화적 후진성, 야만성, 가부장적 문화의 강조다. _15쪽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그들을 얼마나 아는가? 그들의 ‘재현’이나 일부 정보만을 접하고 그들을 모두 아는 것처럼 규정해 버리는 인식적 권한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그 인식적 폭력과 경계 짓기가 영원히 그들과 우리를 갈라놓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_39쪽

우리는 다들 ‘지금, 이곳’이 우리에게만 속한 세계라 생각한다. 고양이는 ‘원래’ 그렇게 길에서 험한 생을 짧게 살다가 죽어 갈 운명이라고. 우리 집 앞에 살아서는 안 되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 혹은 없으면 더 좋은, 더럽고 시끄럽고 낯선 존재들이라고. _61쪽

‘외부의 남성으로부터 내부의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가부장적 민족주의자들의 유구한 화법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는 ‘제국의 남성이 억압된 식민지 여성을 구할 수 있다’는 제국주의자들의 논리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언제나 여성의 몸을 경유하여 주장된다. _85쪽

미국처럼 법적인 인종 분리 정책은 없지만, 우리는 ‘선량한 도시민’으로 스스로의 위치를 상정하고 적극적으로 피부색이 다른 이들을 특정한 지역에 묶고 경계 지으며 살아왔다. 그 상상, 정작 그들의 발을 묶어 왔던 우리가 선량한 도시민일 것이라는 상상. _108쪽

난민은 ‘우리’의 거울이다. 수용이나 혐오 등 차이에 대한 태도는 민주주의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자국민 우선? 아니, 누가 자국민인가? 도처의 양극화를 보라. 어느 사회 내부도 균질하지 않다. _1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