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책장도 구경하고 어떤 조합원들이 땡땡책과 함께하고 있는지 알리면 좋겠단 생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세 번째 책장은 땡땡책협동조합 공동대표인 김민희 조합원입니다.
Q. 여기는 어디에 있는 책장이에요?
여기가 거실겸 큰 방, 이 선반 양 옆으로 제 책상과 남편책상이 있어요. 예전에는 큰 책장 3개가 있었는데, 무겁고, 쓸 데 없이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선반을 벽에 달아버렸어요.
여기는 계속 고르고 고르는 제일 아끼는 책들이에요.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에 보면, 이 사람이 책을 에세이랑 소설 책장으로 나눠놓고 그때그때 읽을 때마다 그 책이 좋으면 순서를 조정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비슷하게 최근에 읽고 좋았으면 순서를 조정해요. 아직 끝까지 안 읽은 책도 있지만 어떤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 저한테는 중요한 의미가 생겼던 책, 그리고 오래도록 두고 계속 펼쳐보고 싶은 책들을 계속 추가하고 있어요.
Q. 여기서 손에 꼽는 책이 있을까요?
다 좋아하는데, <사하라 이야기>는 1인출판사에서 만든 책인데, 제가 1인출판사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을 우연히 어떤 카페에서 봤어요. 혼자 번역하시고, 직접 출판을 했다는 거예요. 그때 이럴 수도 있구나하면서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이 책도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의 싼마오라는 작가가 쓴 책을 직접 번역하신 거에요. 책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사하라 사막에서 스페인 남편이랑 신혼생활을 하면서 사하라 사람들과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인데, 정말 웃겨요. 저는 이게 맨 앞이에요.
<미친년> 이 책은 전환점이 된 책이에요. 대학 때, 제가 전공이 IT 쪽이잖아요. 교양수업이 너무 듣고 싶어서, "영화예술과 육체"라는 교양을 들었어요. 친구들이 왜 듣냐고 그랬는데(웃음), 혼자 가서 꿋꿋하게 들었어요. 이 책은 그 교수님이 쓴 인터뷰집이에요. 글로리아 스타이넘, 이브 엔슬러, 묘지 스님 등 9명의 여성을 인터뷰하면서 ‘길들여진 여성성’에 대한 담론을 거슬러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쓰셨다고 해요. 그전까지 전형적인 여성성에서 항상 벗어난 성향이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 교수님을 만나서 이건 평생 알고 싶은 공부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술가, 학자, 스님, 사제,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니 세상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여기가 작업하는 책상 위에요. 책상이 좀 길게 되어 있는데, 한 권 한 권 새로 산 책들을 그냥 올려두었더니 책이 흘러넘치고 있어요. 여기는 책이 그때그때 바뀌는데, 빼서 읽다가 다시 놓고 해서 책이 잡다하게 섞여 있어요. 이거는 얼마 전에 편집을 맡아서 작업하던 책, <MORAL ORIGINS>라는 책인데, <도덕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나왔어요.
Q. 어떤 책이에요?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인간이 자기 혈통만 남기도록 진화했는데, 왜 피도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도 호의를 베푸는지 그것을 진화론적으로 연구한 책이에요 수치심이라는 게 인간에게만 있다는 거예요. 수치심은 평판하고도 관련이 있고, 평판이 좋으면 생존 확률이 올라가니까요. 읽으면서 권력자들에게 반드시 수치심을 느끼게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동안 쫄아서 순응하며 살아왔는데 그러면 안 되겠구나 하고 … 권력자들은 대개 수치심을 못느끼는 것 같아요. (웃음)
Q. 여기는 어디에요?
책상 옆에 있는 창틀이 넓어요. 그래서 작업할 때 필요한 노트나 서류를 넣어놓고 있는데, 디자인 책이나 <3분세금> 처럼 실용적인 책도 있어요. <3분 세금>은 세무 관련해서 잘 정리된 책이에요. 이것도 세무사분께서 직접 쓰고 디자인해서 텀블벅으로 펀딩한 책인데, 세금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Q. 북디자인할 때 이게 괜찮은 책인가봐요?
<좌충우돌 펭귄의 북디자인 이야기> 이거는 표지 만들 때, 북디자인에 참고했던 책이에요. 제가 작업하다가 길을 잃어서 너무 어렵다고 했더니 최진규샘이 추천해주셨어요. 펭귄의 표지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고 있고, 그것을 디자인한 디렉터, 디자이너, 편집자 각각의 의견들이 쭉 써있어요. 어떤 과정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디자인 되었는지 사례를 쭉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여기는 침실 머리맡에 선반인데, 읽던 책을 놓거나해요. 현재 있는 건, 유럽여행 갔을 때 사온 책인데, 좋아하는 잡지 에요. 사진이 굉장히 감각적이라 좋아해요. 특히 이 노란색 표지를 좋아했어요. 사람들의 공간을 보여주는 잡지에요. 공간들이 좀 세련되거나 정돈된 느낌이 아니고, 진짜 작업할 때 막 늘어져 있는 느낌도 있고요. 이런 느낌이 좋았어요. 오른쪽 사진은 예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갔을 때, 로모로 찍었던 사진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이라서 (웃음)
이 건 남편 책상 옆에 있는 책장이에요. 남편 책도 있고, 잡지, 그래픽노블도 두고요. 아래에 있는 건 <Off(오프)>라는 잡지에요. 여행잡지인데 지금은 폐간 되었어요. 처음 봤을 때 되게 신선했어요. 한 호에 한 여행지만 다뤘거든요. 그게 신선했고. 재미있는 게 이 중에 인천공항편이 있어요. 공항 지도랑 공항에서 하는 일, 공항 관련 일하는 사람들, 공항과 관련된 책 등을 보여주니까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여기는 제가 요네하라 마리를 굉장히 좋아해서요 그 작가 책을 거의 모은거예요. 다 요네하라 마리 책이에요. 이 분은 일본 사람이지만 어렸을 때 공산당 정보지 편집위원으로 선발된 아버지를 따라서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때 러시아어를 접하고 공부를 계속 해서 러시아어 통역사로 활동했어요. 정체성이 경계에 있는 분이라 쓰는 글도 러시아에서 본 일본, 일본에서 본 러시아 같이 중간에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통찰력이 느껴져서 좋아해요. 결혼은 안 하고, 좀 일찍 돌아가셨어요. 너무 재치있고 글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시니컬한 듯 하면서도 인간미가 느껴지죠. 그래서 굉장히 좋아해요.
Q. 요네하라 마리 작가의 책 중에 추천해줄 책이 있나요?
저는 <교양노트>를 제일 처음에 읽었고, 제일 좋아하긴 해요. 짧막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있고, 요네하라 마리 특유의 통통 튀는 글맛과 깨알 지식이 잘 담겨 있어서 읽기도 편하고요. <올가의 반어법>은 유일하게 소설인데, 이념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동유럽의 시대상이 잘 드러나 있고 이야기 자체도 너무 잘 썼어요. 아마 어릴 때 읽을 때엔 눈물도 흘렸던 것 같아요.<프라하의 소녀시대>는 공산주의 정권 몰락 후 자기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프라하의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는 과정을 기록한 책인데, 이 책도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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