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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출판사의 새 책/인문사회

교육학의가장자리/교육공동체벗

정가 17,000원/조합가 15,300원


 

+ 책 소개

 

교육에 대한 상상想像을 멈추고 파상破像하기

 

저자는 교육의 미래에 대해 꿈꾸고 상상하는 대신 부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을 부수는 작업을 통해 현존하는 대상의 비실체성 혹은 환각성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과 김홍중의 사유로부터 도출된 파상력破像力이라는 개념을 저자는 교육의 문제에 대입해 본다. 그럼 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부숴야 할까? 저자는 우선 평등한 개인들이 노력만 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할 수 있다는 교육학의 가상을 부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오력 담론에 기반하여 교육을 통한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가상, 환상, 소망으로부터 깨어나는 각성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에서 가능하다

 

모두 동의하듯이 교육의 목표는 누구나 저마다의 좋은 삶을 누리며 존엄한 인간적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교육에 대한 상상력은 좋은 사회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좋은 사회에 대한 전망 없이 좋은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정치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까지 교육 내적인 문제로 둔갑시켜 오히려 좋은 교육에 대한 고민을 방해하고 불가능한 공약들을 남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을 교육의 논리로서만 바라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일관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교육 문제를 가로질러 작동하며 교육의 문제에 행사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탐구이다.

 

가장 래디컬하면서도 가장 휴머니즘적인

 

교사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진보 교육 운동을 성찰하고, 좋은 교육이 가능하기 위한 사회에 대해 묻는 것으로 끝을 맺는 이 책은 불편하면서도 예리한 주장들로 가득하다. 곽노현 교육감의 1년을 돌아보며 개혁을 거부하는 교사들을 비판하고,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문제를 통해 교사들의 약탈적 정체성을 꼬집는다. 혁신학교와 4.16 교육 체제, 마을교육공동체 등 진보 교육의 상징이라고 할 정책들에도 애정 어리지만 날선 비판을 피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의 생태적 전환, 기본소득과 촛불 광장을 통해 좋은 교육이 가능한 토대를 묻는 저자의 태도에는 치열한 지적 실천이 묻어난다. 시험 점수가 높지 않으면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않아도 누구나 존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가장 래디컬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휴머니즘적인 교육 비평서인 이유이다.

 

 

+ 책의 특징과 구성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는 정규직 교사들의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속성과 교육자가 아닌 관료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반성한다. ‘2- 진보 교육의 좌표를 묻다에서는 혁신학교, 마을교육공동체, 4.16 교육 체제, 전교조 운동 등을 통해 지금 시대의 진보적 교육 운동을 성찰한다. ‘3-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에서 가능하다에서는 생태 위기, 기본소득, 4차 산업 혁명, 나이주의, 촛불 광장 등의 시대적 의제를 통해 좋은 교육이 가능하기 위한 토대를 묻는다.

 

1: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1부 첫 글, 곽노현 교육감, 그의 여섯 가지 착각은 곽노현 교육감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후, 교육감의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쓰인 글이다. 학급별 수시 평가, 소규모 테마형 수학 여행, 잡무 경감 대책 등 곽노현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정책들은 당시 교사들로부터 현장을 모르는 아마추어 정책이라고 비판받았다. 이 글은 형식적으로는 곽노현 교육감의 교육 정책 추진 방식과 내용을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내용적으로는 개혁을 대하는 교사들의 자세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글이지만, 왜 그동안의 많은 교육 개혁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교사로서 뼈아픈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신규 교사는 어떻게 능숙한경력 교사가 되는가?에서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사용해 신규 교사가 성실하고 능숙한경력 교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분석한다. 저자가 꼽은 6개의 아비투스는 전체주의 혹은 소수자에 대한 두려움’, ‘교육의 사회적 관점 부재 그리고 학벌 의식의 내면화’, ‘공공성/공론장의 부재’, ‘관료주의’, ‘자기 감시’, ‘저항하지 않는 방법의 내면화이다. 저자는 신규 교사들이 학교 관료제 문화를 내면화하면서 관료제적 퍼스널리티를 가진 경력 교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분석하며 이런 시스템이 교사들을 기계 속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역설한다.

좋은 교육은 좋은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던 계약직 교원 정규직화 논의를 다룬다. 저자는 기간제 교사 제도의 역사를 되짚고, 편법 채용을 부추겨 온 교육부와 교육청의 행태를 꼬집으며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문제는 교육의 문제인 동시에 노동의 문제이며, 그 해법은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위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좋은 교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부 마지막 글인 이제는 전교조 교사가 된 한 고등학생운동 활동가의 고백은 저자 자신의 서사이다. 고등학생운동 활동가 출신인 저자는 교사라는 주권자로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예외상태를 선포하고 문제아들을 호모 사케르(벌거벗은 인간)로 만들고 있음을 고백한다. 1부에서 이어진 교사 존재에 대한 물음이 고등학생운동 활동가 출신이라는 저자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성찰적인 글이다.

 

2: 진보 교육의 좌표를 묻다

 

첫 글 혁신학교는 무엇을 혁신하고 있는가에서는 이른바 진보 교육감 시대의 가장 중요한 교육 정책 중 하나인 혁신학교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혁신학교에서 하고 있는 실험들은 한마디로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라며 혁신학교운동이 학교가 정상성을 획득한 이후를 고민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무엇보다 혁신학교가 정부 국정 과제로까지 채택되는 지금, 혁신학교의 양적 확산이 무늬만 혁신학교를 양산하여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진보 교육이 곧 좋은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보 교육도 빠지기 쉬운 오류들에서는 익숙해서 더 위험한 교육 통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학교교육이 한편에서는 모든 것이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라는 자유주의적 흐름을,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한 평가 제도를 통해 누구든 능력이 있으면 더 좋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능력주의를 확산하고 있으며 진보 교육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강조한다.

모순적 종합으로서 공동체운동은 마을공동체와 마을교육공동체 담론에 대해 다시 묻는다. 저자는 마을공동체 담론이 자본주의 세계화가 만들어 낸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사회적 소외와 균열 문제를 공동체적으로 종합하려는 의미 있는 접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하나를 강조하면서 젠더, 교육, 노동의 문제와 갈등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음을 염려한다.

4.16교육 체제여야 하는가에서는, 4.16 교육 체제를 5.31 교육 개혁과 대비함으로써 그것이 가진 의미와 한계를 살핀다. 저자는 4.16이 교육 체제가 아니라 인권 테제가 될 때 5.31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고 교사와 학생이 주체가 되는 전환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2부 마지막으로 저자는 전교조 운동을 되돌아본다. 저항적교사운동과 전교조에서 저자는 전교조 운동의 세 가지 구조적 위기로 의사소통의 균열과 조직의 관료화’, ‘선거 때만 작동하는 정파 구도’, ‘언더 도그마 현상을 꼽는다. 저자는 특히 전교조 운동이 진보 교육감을 당선시켜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집권 능력을 키웠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나 보수나 할 것 없이 교육청을 통해 현장을 통제하려 한다는 생각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3: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에서 가능하다

 

첫 글 생태적 탈근대로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에서 저자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생태적 담론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넘어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생태적 전환의 세 가지 키워드로 내세우는 것은 몸 교육으로서 교육의 농적 전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을 유예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삶에 충실하는 교육의 동시대적 전환’, 그리고 학생을 정치적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교육의 정치적 전환이다.

석기 시대는 왜 끝났을까는 교육과 기본소득과의 관계를 설파한다. 저자는 기본소득과 관련하여 일하지 않아도 돈을 주는데 누가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려고 하겠어?”라는 질문은 학교교육의 교육 불가능성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고 말한다.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권리인 기본소득을 통해 진학과 고용으로부터 해방된 진짜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공 지능 시대, 교육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반드시 일어날 일인가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인가요에서 저자는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기존의 담론을 전복한다. 저자는 이른바 미래 교육 담론이 자동화로 인한 고용 불안을 경고하며 원망, 죄책감, 마음의 짐을 지우는 교육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모두를 비참하게 만드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저자는 선택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고 말한다.

넓은 강에서 자라는 잉어는 꿈꿀 필요가 없다나이주의에 대한 문제를 다룬 글이다. 저자는 나이주의는 사회 구조 내에서 형성되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를 포함한 교육 제도는 나이를 통해 개인을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제도화된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연령에 따른 차별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반인권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핵심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하는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전면화하지 않고 교육 활동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3부 마지막 글,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촛불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성찰한다. 저자는 이 시기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과 정치적 주체로서 청소년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광장을 통해 정치적으로 계몽된 주체들이 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책 속에서

 

가장자리는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불필요한 것, 주변부, 잉여의 교육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자리는 전체로서의 완결성을 갖는 교육학이 포괄하지 못하거나 주변화시킨 교육 문제를 전면화시켜 교육학을 재구성하려는 위상학적 자리 배치이다. 다시 말해 가장자리는 교육학의 중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주변적 문제가 아니라 교육학의 전체 체계에 포괄되지 않는 어떤 잔여의 교육 문제를 적시하며 교육학 체계의 완결성과 중심 개념을 뒤흔들고 본연적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 교육 문제를 재사유하기 위한 배치이다. 교육학을 내부로부터 흩어 놓은 어떤 불가능성의 자리인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도대체 교육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어떻게 희망의 교육을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도 희망이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질문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싶다.

교육에 한 가지 유일한 희망을 갖는다면 교육의 비참함이 자연법칙이 아니라 제도에 의해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 여는 글 - 이미지를 부수기 그리고 가장자리로부터 재구성하기, 17

 

직선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 1년이 지난 후, 여기저기서 현장을 모르는 아마추어 교육감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진보 교육감 때문에 교권이 실추되었다는 비판을 했다. 하지만 곽노현 교육감만큼 우리를 관료가 아닌 수업의 전문가로 보아 준 교육감이 어디 있었던가 반문해 본다. 오히려 곽노현 교육감은 우리에게 당신은 관료가 아니라 수업의 전문가입니다. 저는 처음 교단에 섰을 때 가졌던 그 열정에 다시 불을 밝히고 싶습니다라는 애정 공세를 하고 있는데 우리들은 관료제라는 아주 오래되고 강력한 뼈에 의지하여 사고하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우리의 싸움은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교사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권위주의라는 강력한 뼈에 계속해서 의지하면서 수업의 전문가인 교사로 돌아가기를 멈춘다면 우리는 진보 교육감 시대가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할 일이 없다. 다음 교육감은 인권, 수업, 혁신을 말하는 아프리카 식인종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지식 관료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곽노현 교육감, 그의 여섯 가지 착각, 50

 

이렇게 경력 교사가 된 이들은 민주주의의 확장에 대해서 부정적이며, 복지의 확대가 오히려 사회 전체적으로 빈곤을 증대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교권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학교 폭력 또한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경력 교사가 되었다는 것은 곧 보수주의적 레토릭이 그들 안에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교사들은 이러한 보수주의적 레토릭을 체화하면서 변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무언가 변화를 시도했다간 나만 손해를 본다는 가치를 내면화한다. 이를 통해 경력 교사들 간의 결속력 또한 깊어진다. 이것이 바로 신규 교사들이 우리외의 타자에 대해 배타적인 약탈적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다시 신규 교사가 발령을 받아 학교에 온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 신규 교사는 어떻게 능숙한경력 교사가 되는가?, 82

 

사립과 공립, 자율형 사립고와 일반고,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 등의 구분은 누가 능력 있는 교사이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지, 누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선을 긋고 분할해 왔다. 그런데 구분선들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제3세계의 노동자들의 착취를 통해 물가를 통제하며 저임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듯이, 기간제 교사의 차별에 대한 묵인을 전제로 유지되는 정규직 교사의 복지 역시 지속 가능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왜냐하면, 질 좋은 교육은 질 좋은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질 좋은 노동은 노동 형태에 따른 차별이 부정될 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좋은 교육은 좋은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102

 

국가가 주도하는 성취도평가에 대해 정당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개인에게 학교는 즉시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법 밖에서 체험 학습을 신청하는 자들을 무법자로 만든다. 학교 안에서 공부를 못하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은 하찮은 생명이 되는 것이고, 학교 체제에 해가 되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부진아 제로라는 방식으로 제거되어야 할 호모 사케르, 즉 벌거벗은 인간일 뿐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권자로서 교실 속에서 예외상태를 선포하고, ‘문제아들을 호모 사케르로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교육하다가 집중하지 않는 학생에게 ! 뒤에 나가 서 있어!”, “니네들 수업 태도가 왜 이래? 집중!” 하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나는 늘 학생들에게 법의 공백을 헤집고 들어가 어떤 명령을 한다. 많은 학생들은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주권자의 명령으로 수용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예외상태를 선포하는 주권자의 위치를 철회한다면 학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이제는 전교조 교사가 된 한 고등학생운동 활동가의 고백, 118

 

혁신학교에서 혁신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어느 학교든 당연히 했어야 하는 것들 아닌가? 당연히 했어야 하는 것들을 하는 데서 그쳐도 되는 걸까? 그게 과연 혁신일까?

혁신학교에서 지금 하고 있는 실험들은 한마디로 말해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 비교육적인 것의 교육적인 것으로의 전환이다. 과도하게 국가주의적이며 관료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학교를 교육 기관이라는 학교의 본래 목적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관리실을 청소하는 것, 수업을 파행으로 이끄는 각종 대회들이 난무하는 것, 중앙 현관의 학생 출입을 금지하는 것, 수업 시간에 공문을 작성하는 것 등이 사라졌다는 것을 근거로, 또 중간 통지표와 자발적인 교사 동아리, 믿고 지지해 주는 관리자 등이 생겼다는 것을 근거로 혁신학교가 혁신적이며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한계가 느껴진다.

- 혁신학교는 무엇을 혁신하고 있는가, 139~140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직업의 위계가 해체되지 않았다. 다만 직업의 서열 관계에 편입하는 수단이 신분과 세습이 아니라 능력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사회 체제의 영향으로 학교교육에서의 평가는 단순한 교육적 성취를 넘어서서 학교 밖 위계질서 속으로 편입하는 수단이 되었고, 보다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이 자신보다 밑에 있는 사람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금 등에서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 구조화되었다. 결국 승자독식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은 더 높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학교교육은 한편에서는 모든 것이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라는 자유주의적 흐름을,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한 평가 제도를 통해 누구든 능력이 있으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능력주의를 확산하고 있다.

- 진보 교육도 빠지기 쉬운 오류들, 179

 

마을공동체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전망에는 다양하면서도 불균등한 층위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에서 공간은 하나의 상품이라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개인은 상품화된 공간에 살며 공간을 합리적 의지에 따라 선택하여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좀 더 역사적 시간으로 넓혀 보면 우리가 지금의 개인적 삶, 소외,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자연스레 언젠가 있었다고 가정하는 모두에게 평등한 시공간이라는 낙원은 단 한 번도 인류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묻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의 새마을운동과 새마을 교육을 비판했던 우리들이 왜 공동체라는 개념을 적극 수용하고 무장 해제가 되는 것인지.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현실의 복합적인 여러 문제들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식으로 마을공동체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지금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 반공동체적이면 안 되는지.

- 모순적 종합으로서 공동체운동, 202

 

이제까지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어떻게 인간 행동을 계획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인지가 교육학의 주요 문제였다면, 4.16은 교육학이 미래에 일말의 환상도 품지 않으면서 현재에 온몸으로 몰입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체제적 관점에서 이상을 종합하는 미래가 아니라, 4.16이 모든 것을 매개하면서 종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종합과 긴장의 관계의 지속, 진보 개념에 대한 부정이나 긍정이 아니라 진보 개념에 대한 내재적 비판을 통해 꿈꾸기, 인간 만들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완전한 현재성과 만나기가 주된 방향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4.16은 교육 체제가 아니라 인권 테제여야 한다.

- 4.16교육 체제여야 하는가, 224

 

전교조 운동이 진보 교육감을 당선시켜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집권 능력을 키웠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진보나 보수나 할 것 없이 교육청을 통해 현장을 통제하려 한다는 생각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많은 교육 개혁 사례가 그랬던 것처럼 학교가 하는 척하기또는 잘되고 있는 척 서류 꾸미기라는 방식으로 시간에 쫓기고 조급한 교육청의 정책에 협조함으로써 진보적 교육 개혁을 좌절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문제와 현장의 저항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교육 개혁을 이어 갈 수 있을까. 전교조 운동이 고민해야 할 미래이다.

- 저항적교사운동과 전교조, 246

 

생태 위기는 자본주의의 경쟁적이고 불평등한 삶의 추구가 생태 환경적으로 외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농적 전환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이며 정치적인 삶을 복원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등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공존과 번영이라는 생태적 형평성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특히 교육의 농적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신체와 정신의 분리에 저항하는 몸 교육이다. 교육학은 신체를 통과하는 또 다른 의학이다. 신체는 근대 권력의 작용점이며 저항의 분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교육학 담론에서 신체는 늘 정신의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사고되었으며 미래를 위해 통제되고 포박당해 왔다. 이러한 포박된 신체와 정신의 해방은 교육의 농적 전환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 생태적 탈근대로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 265~266

 

아니, 대학을 가지 않아도 소득이 보장되는데 누가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려고 하겠어?”

이 질문은 사실 학교교육의 교육 불가능성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유인을 통제하면 지금의 학교 체제에서는 자발적으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고백과 같다. 즉 지금의 학교교육이 진학과 고용을 위해 존재함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기본소득에 의해 진학, 고용으로부터 교육이 해방되면 산노동, 산교육이 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여는 주체는 특수한 권력관계에 의해 결박되었던 학생들일 것이다.

- 석기 시대는 왜 끝났을까?, 295~296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2018)의 배경이 되는 와칸다는 아프리카의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현실 인간 세계와는 단절된 가상 국가이다. 이곳은 자율 주행, 드론, 홀로그램, 로봇 등 4차 산업 혁명을 대표하는 최첨단 기술이 생활에 적용되어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와칸다와 같이 현실 세계와 단절된 가상 국가에 살 수 없다. 다시 말해 4차 산업 혁명 역시 주어진 역사적 조건을 기회이자 제약으로 하여 진행된다.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면서 지금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노동을 배제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이 강화되어 모두를 비참하게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 반드시 일어날 일인가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인가요, 325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인간이 사회에서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집합이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의 전제 조건이다. 다시 말해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에서 가능하다.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연대와 실천 없이 교육을 통한 좋은 삶을 추구할 경우 교육은 최면제와 같다. 반면에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연대와 실천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꿈에서 깨는 것이다. 성공한 소수는 실패한 다수에게 늘 말한다. 꿈을 가지라고.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꿈이란 곁을 돌보지 않는 이기적 욕망이다.

- 넓은 강에서 자라는 잉어는 꿈꿀 필요가 없다, 344

 

201610월부터 20175월로 이어지던 혁명적 시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과 정치적 주체로서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 마스크를 쓰거나 교복을 벗고 학생인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들은 사회가 규정한 어린아이, 학생이 아닌 시민이며 주권자로서 광장에 섰다. 따라서 이들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요틴으로 보냈던 정치적 주체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각자의 공간에서 광장을 기억하며 미완성으로 계승한 상처받은 혁명을 치유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와 세계관을 수립해 나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과 만난다.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 354~355

+ 책의 구성

 

[목차]

 

책을 펴내며 4

 

여는 글 : 이미지를 부수기 그리고 가장자리로부터 재구성하기 10

- 파상과 재구성의 변증법

 

| 1.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

 

곽노현 교육감, 그의 여섯 가지 착각

- ‘프로지식 관료가 평가하는 아마추어진보 교육감 일 년 20

| 집필 후기 | 교육 개혁이 학교를 바꾸기보다는 학교가 교육 개혁을 바꾼 역사에 대한 성찰 52

 

신규 교사는 어떻게 능숙한경력 교사가 되는가?

- 신규 교사를 경력 교사로 만드는 여섯 개의 아비투스 56

| 집필 후기 | 톱니바퀴가 되어야 하며, 되기를 희망하는 교사 83

 

좋은 교육은 좋은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기간제 교사, 그 다양한 맥락 86

| 집필 후기 | 우리 사회의 지위 경쟁과 차별에 대한 관대함 103

 

이제는 전교조 교사가 된 한 고등학생운동 활동가의 고백

- 청소년운동의 숨겨진 상처와 열광적 진동에 대하여 105

| 집필 후기 | 고등학생운동이라는 벌거벗은 경험,그리고 온몸으로 몰입하기 133

 

| 2. 진보 교육의 좌표를 묻다 |

 

혁신학교는 무엇을 혁신하고 있는가?

- 비정상성에 대한 저항에서 정상성에 대한 저항으로 138

| 집필 후기 | 혁신학교의 확산과 지속 가능성 156

 

진보 교육도 빠지기 쉬운 오류들

- 익숙해서 더 위험한 교육 통념 깨기 159

| 집필 후기 | 포스트 민주화 시대로의 전환과 진보교육운동의 역할 178

 

모순적 종합으로서 공동체운동

- 불평등의 심화와 통합의 균열 181

| 집필 후기 | 무거운 신발과 피곤한 공동체 201

4.16교육 체제여야 하는가?

- 일란성 쌍생아, 5.31 교육 개혁과 4.16 교육 체제 204

| 집필 후기 | 교육 개혁과 권위주의적 자율화 226

 

저항적교사운동과 전교조

-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 전교조 운동의 미래 229

| 집필 후기 | 전교조의 내부 정치: 동반 성장적 관계와 상호 파괴적 관계 사이에서 247

 

| 3. 좋은 교육은 좋은 사회에서 가능하다 |

 

생태적 탈근대로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

- 교육의 농적·동시대적·정치적 전환 252

| 집필 후기 | 뿌리 뽑는 교육에서 뿌리내리는 교육으로의 전환 276

 

석기 시대는 왜 끝났을까?

- 교육과 기본소득 279

| 집필 후기 | 교육 가능성의 조건: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권리의 정당화 302

 

반드시 일어날 일인가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인가요?”

- 인공 지능 시대, 교육에 대한 성찰 305

| 집필 후기 | 4차 산업 혁명 없는 미래 교육 324

 

넓은 강에서 자라는 잉어는 꿈꿀 필요가 없다

- 나이주의와 교육 327

| 집필 후기 | 막내 리더십과 반에이지즘 346

 

광장, 휴머니즘의 페다고지

- 광장이 교육에 던지는 질문 349

| 집필 후기 | 광화문 광장: 중도 정지된 경험과 완결된 경험 사이 360

 

글의 출처 364

 

+ 저자 소개

 

정용주 edcom234@gmail.com

 

초등 교사이며 교육학을 전공했다. 교육공동체 벗에서 발행하는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편집위원 겸 편집위원장을 맡아 다양한 주제로 교육을 비평하는 글을 써 왔다. 저서로는 교육학의 가장자리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 불가능의 시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