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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출판사의 새 책/인문사회

소년을 위한 재판(소년부 판사, 소년법을 답하다)

17,000원

 

소년, 부모, 선생님,

소년법에 의문을 갖는 모든 이들을 위해

“현직 소년부 판사가 직접 소년법과

소년보호재판에 대해 답한 책”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에 대한 최초의 팩트체크

소년법 폐지 국민청원의 시대. 진즉에 누군가 나서서 소년법이 대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그리고 소년법과 소년재판이 어른의 법과 재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부터 알려주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소년법의 수정 및 개선을 논의해야 했다. 왜? 가해소년이든 피해소년이든 소년은 어느 누구의 소년만이 아니라 내 아이일 수도, 내 주변의 아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때, 그들은 미래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무서운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인생 초반부에서 흔들리고 있을 때, 국가가 어떤 일을 해야 더 안전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도 소년법에 있다. 또,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와 어른이 어떤 일을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 소년법은 정말 가해소년과 범죄소년에게 유리한 솜방망이 처벌을 위한 법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팩트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년을 위한 재판은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가 직접 나서서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의 모든 것을 설명한 책이다. 요즘 소년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며, 소년보호재판은 형사재판과 어떻게 다른지, 소년법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이해하기 쉽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현직 소년부 판사가 소년을 위한 재판을 해오면서 느낀 소년법의 실체는 무엇일까. 소년법의 명과 암은 무엇일까. 소년법만의 특성은 무엇일까.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또한, 소년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세심히 살펴 흔히 가장 혼동하고, 가장 많이 물어오는 소년법에 관한 질문 24가지를 추려 <소년법 Q&A >로 충실히 설명했다.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은 알기 쉬운 만화로 구현했다.

저자 심재광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는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에 대해 따로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년법과 제도를 직접 접해보지 않았다면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소년분류심사원이 뭔지, 6호 시설이 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소년부 판사로서, 그리고 소년법을 잘 알고 아껴왔던 입장에서 소년법을 위해 어떤 변명이 필요할지 고민하다가 일단 소년법과 제도가 뭔지 제대로 알려드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성폭력 범죄, 몰카, SNS 명예훼손, SNS 모욕죄의 가해소년, 피해소년이 될 수 있는 시대, 내 아이는 소년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연일 각종 엽기적인 성범죄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거기에는 몰카가 있고, SNS 명예훼손, SNS 모욕이 세트로 따라붙는다. ‘미투 운동’의 영향인지 곪았던 고름을 짜내듯 사회 곳곳에서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성폭력 범죄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은 이 대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 교육을 맡고 있는 선생님과 교육 정책을 맡고 있는 교육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소년법을 설명하는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

성폭력의 근원에는 충분하지 못한 성교육과 포르노 및 잘못된 경로로 접하는 성의식이 있으며, 우리 아이들은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인터넷과 핸드폰, SNS를 통해 무방비 상태에서 잘못된 성을 대하고, 경험하며 범죄에 발을 내딛기 십상이다. 그렇게 누군가는 가해소년이 되고, 누군가는 피해소년이 된다. 그러나 양쪽 모두 심각한 인생 내상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을 위해 소년법은 무엇을 할까. 가해자가 어른인 경우이고 구속 필요성이 있을 때는 구속 기간 구치소에 갇혀 있다가 형사재판을 받는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일단 집으로 귀가한다. 소년보호제도 속에서는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소년을 둘러싼 환경과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적절한 교육을 한다. 이후 보호처분을 받는다. 시설로 보내지는 소년들은 그곳에서 검정고시, 직업교육 등을 받으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가 그리 허술하거나 간단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년들을 위한 각종 필요조치가 세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년법의 기초적인 개념부터, 소년재판의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국민 누구나 상관 있는 법임을 알게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범소년 제도와 통고 제도 등을 이용하면 범죄가 예상되는 소년들을 사전에 신고하고 소년의 소재가 불분명할 때 곧바로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책 곳곳에는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물론 소년들을 대하는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법 정보로 가득하다.

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본문에 소개하듯 자전거 절도부터 성범죄, 폭력, 명예훼손 등 다양하다. 소년들의 일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숱한 범죄들이 쏟아지고, 연결되어 있다. 요즘 일어나는 소년범죄의 특징은 스마트폰으로 몰카를 찍고, 범죄현장을 찍어 SNS로 공유하며 피해소년을 모욕한다는 것이다. SNS 단톡방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명예훼손과 모욕은 보다 강력하게 적용되는 SNS 명예훼손죄와 SNS 모욕죄를 양산한다. 오늘날 남자소년이든, 여자소년이든 우연치 않게 범죄에 관련되거나 피해 입을 수 있는 경우는 많다. 알아야 대비할 수 있다. 알아야 교육할 수 있다. 그리고 알아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고 범죄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성장을 위해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의 진화를 논의해야 할 때

그렇다면, 현재 소년법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심재광 판사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우선 소년법 적용 나이를 낮추는 것에 동의한다.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스마트 기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소셜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 습득 면에서 지나치게 ‘영악’해진 소년들의 사회적 성장을 반영하자면, 형법상 책임능력을 13세 정도로 낮추어 만 13세 이상 소년이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입법논의라고 생각한다.”(35p)

또한 현행 소년법과 제도에서 피해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년보호재판을 통해 가해소년에 대한 보호처분뿐만 아니라 피해소년을 위한 보호처분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소년보호’라는 개념 속에 가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뿐만 아니라 피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도 목표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308p) 이에 따른 저자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① 판사가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의 사건에서 피해소년에 대한 상담이나 치료 등 회복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면, 법원 조사관 등을 통해 조사하고 회복 절차에 관한 피해소년 측 의사를 충분히 확인한다.

② 그런 다음 법원이 위탁한 전문 상담기관 또는 치료시설에서 피해소년이 상담 또는 치료 절차를 이행하도록 유도한다. 경우에 따라 가해소년 측에서 이러한 회복 절차를 도와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③ 피해소년이 회복 절차를 거치고 나면 그 결과를 가해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에 참작한다.

1호부터 10호까지 주어지는 보호처분에 대한 부분도 있다. “9호 처분에 관해서는 보호관찰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215p) "현행 소년법에서는 7호 처분에 다른 보호처분을 병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7호 처분의 집행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다른 처분을 함께할 수 있도록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272p)

현재 활발히 개정 논의 중인 부분도 소개한다. “그래서 소년법 개정 논의 중 9호 처분의 개정 문제가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9호 처분을 1년으로 늘리거나 1년짜리 소년원 송치 처분을 새로이 만드는 등 여러 방안이 연구 중이고, 조만간 개정될 예정이다. 또, 9호 처분에도 소년부 판사가 4호나 5호 보호관찰 처분을 더해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곧 국회 발의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276p)

 

추천사

저는 서울가정법원장으로서, 현행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가 비행 소년을 과잉보호한다는 국민 여러분의 우려스러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에 대한 신뢰를 지켜내고자 하는, 한 젊은 소년부 판사의 생생하고 정성스런 이야기와 설명이 국민 여러분의 불편한 마음을 온전히 녹여주리라 믿습니다.

_김용대(서울가정법원장)

소년재판은 소년의 행위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의 환경, 성향, 특성 등을 고려하여 가장 필요한 처분을 찾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재판하는 사람도, 재판받는 사람도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끔 아무런 준비 없이 법정에 왔다 갔다만 하는 소년과 그 가족들을 보면 참 안타까웠습니다. 소년법에 마련된 세심하고 체계적인 제도와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절차에 임한다면, 각 절차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어떤 마음으로 소년을 대하는지 안다면, 조금 더 빨리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저의 소년재판이 그저 ‘소년에 대한 재판’이 되게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시 마음을 담아 ‘소년을 위한 재판’을 준비합니다.

_표현지(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

누구나 한때는 '소년'이었습니다. 어른의 가슴마다 아직 소년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남이 아닙니다. 소년은 우리의 과거이고, 우리 자식의 현재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소년은 남이 아닙니다. 판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건들은 몰라도 소년 사건만큼은 남 일이 아닙니다. 원래 상처로 시작해서 상처로 끝나는 것이 재판이지만, 가해자도, 피해자도 소년이기에 상처가 더 깊고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판사들 사이에서도 소년 재판은 감정적으로 가장 힘든 재판입니다. 그 힘든 재판을 저자는 손을 들고 직접 감당했습니다. 게다가 뜨거운 가슴으로 한 재판들을 이 책을 통해 서늘한 이성으로 반추해 놓았습니다. 이 사회를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꾸어 보려는 소년의 열정을 담아서. 세상의 모든 소년들에게, 저마다 소년을 품고 있는 어른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바랍니다.

_정재민 (전 판사, 작가,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저자)

 

지은이 소개

심재광

2007년 판사로 임관한 이후 12년 동안 민사, 형사, 가사, 회생파산 등 각 분야의 재판을 두루 맡아왔다. 2017년, 서울가정법원에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선발되었고 2019년 현재까지 소년보호재판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비록 법학 전공은 아니지만 법학공부는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토대로 하여 흥미로웠다. 그래서 그동안 판사로서 겪은 생생한 재판 경험들을 알릴 수 있다면, 국민들도 법과 재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소년보호재판. 소년보호재판은 그 어느 재판보다 드라마틱하다. 재판에 이르기까지 소년과 가족이 지나온 인생도 드라마틱하고, 재판 이후 펼쳐질 소년과 가족의 인생도 드라마틱하다. 소년보호재판은 그 어느 재판보다 엄숙하게 진행된다. 그 누구라도 한 사람과 한 가정의 인생역정을 진심으로 대한다면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년보호재판은 그 엄숙함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편으로 희망을 바라본다. 재판을 거치고 나면 착했던 소년으로, 행복했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간절한 희망으로 가득하다. 소년과 보호자뿐 아니라 재판 전후로 소년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희망을 품는다. 그렇기에 소년보호재판만큼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가정의 행복을, 그리고 모두의 희망을 다루는 결정적인 재판도 없다.

저자는 이러한 의미 깊은 재판을 소개하고자 펜을 들었다. 이 책에 정성스럽게 담긴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국민들이 소년보호재판을 이해하고 더욱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시리라 기대하면서.

 

차례

프롤로그 _소년법에 대한 사형선고

 

1. 왜 가정법원인가요?

 

2. 소년은 보호처분만 받으면 되는 건가요?

 

3. 소년을 법정에서 마주하다

소년들이 도대체 어떤 범죄를 저지르길래

절도 관련 범죄

[자전거 절도 | 편의점 절도 | 화장품 절도 | 오토바이 절도 | 인형뽑기방, 코인노래방 절도 | 그 외의 절도 사례 | 준강도, 강도상해]

폭행 협박 관련 범죄

[학교폭력 | 집단폭행, 왕따 | 공갈, 강요 | 교사에 대한 폭행 | 공무집행방해]

사기 관련 범죄

[무전취식 | 인터넷 사기 | 보이스피싱]

성 관련 범죄

[강간, 강제추행 | 성 관련 강요 |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지하철 추행 | 공연음란 | 성매매]

문서 관련 범죄

[공문서 위조·변조, 공문서부정행사 | 사문서 위조·변조]

명예 관련 범죄

교통 관련 범죄

[승용차 | 오토바이 | 자전거]

 

4. 소년법, 뭐가 다른 건가요?

우범소년

[우범사유 | 우범소년 사건의 처리 절차]

통고

[보호자 통고 | 학교장 통고 | 사회복리시설장에 의한 통고 | 통고의 한계]

처분 전 조치

[조사 | 교육 | 청소년참여법정 | 캠프]

소년분류심사원

전과

 

5.소년을 위한 재판

보호처분과 집행감독 | 1호 처분 : 보호자, 위탁보호위원 위탁 | 2호 처분 및 3호 처분 : 수강명령, 사회봉사 | 4호 처분 및 5호 처분 : 보호관찰 | 6호 처분 : 아동복지시설 등 위탁 | 7호 처분 : 치료시설 위탁 | 8호, 9호, 10호 처분 : 소년원 | 그리고 소년재판부

 

6. 소년법도 치료가 필요하다

재판절차 이원화의 문제 | 피해소년도 보호해야

 

에필로그_ 흔들리며 피는 꽃

Q&A 소년법을 묻다. 소년법을 답하다

 

책 속에서

저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입니다. 한 달에 100건이 넘는 소년보호사건을 처리하면서 숱한 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저 역시 피를 흘리며 무릎 꿇고 있는 피해소년의 사진을 보면서 너무나 참담한 기분이 들었고, 소년사건 절차를 조롱하는 대화 내용을 접하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이 사회의 어른이고 부모인 입장에서 당시 공포심과 수치심을 넘어 절망감에 휩싸였을 피해소년의 입장, 그 부모의 입장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져 가해소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년들, 어른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소년들과 같이 불특정 소년들 전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급기야 성난 민심은 이러한 소년 강력사건의 공범으로 ‘소년법’을 지목하기 시작했고 소년들을 소년답지 않게 만든 것은 때때마다 소년들을 감싸주기만 하는 소년법의 과잉보호 때문이므로, 이제는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수많은 국민이 청와대 홈페이지로 몰려가 ‘소년법 폐지 청원’에 동참했고, 그 숫자가 20만 명을 넘어서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지자 저는 슬슬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소년보호재판의 실무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내 생애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난 민심은 제가 맡고 있는 재판의 성과와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한참 소년보호사건을 들여다보고 재판을 거듭하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해서 소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국민들은 ‘소년법과 제도가 이 사회를 해치는 것이니 폐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이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소년법과 제도의 본 모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제대로 알려지면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에 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10년 이상 판사로서 임하고 있는 저도 아직 알지 못하는 법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소년법조차도 실제로 재판업무를 맡으면서 알게 되었지 그전에는 소년법과 제도가 어떤 것인지 그저 추측해 보는 정도에 불과했었습니다. 소년법과 제도를 직접 접해보지 않았다면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소년분류심사원이 뭔지, 6호 시설이 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소년법이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잘못을 저지른 소년에게 주어지는 것이 ‘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소년들이 아무리 훔치고 때리고 부수고 해도 그저 교육 몇 시간 받고 봉사 몇 시간만 하면 쉽게 용서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소년들이 정신을 차리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어른들처럼 형벌로 다스리자는 주장이리라.

하지만 그런 주장에는 크게 두 가지 맹점이 있다.

첫 번째는 소년들의 입장에서 보호처분이 형사처벌보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호처분에는 교육이나 봉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6개월 내지 2년 동안 시설에 위탁되거나 소년원에 보내짐으로써 자유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은 오히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형사처벌보다 더 무겁고 부담스러운 것일 수 있다.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교도소에 보내지는 것도 아니다. 소년들이 흔히 저지르는 절도, 폭행을 성인범죄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아마도 많은 소년들이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고 그냥 풀려날 것이다. 성인들이야 집행유예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 무거움을 실감할 수 있지만 별생각 없는 소년들은 잘못을 해도 그저 사회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기만 한다.

그런데 보호처분은 좀 다른 면에서 소년들을 매우 귀찮게 할 수 있다. 비행이 반복되거나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인데 소년들 입장에서 운 좋게 시설에 보내지는 처분을 받지 않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풀세트 처분’을 받게 되면 이곳저곳 다녀야 할 곳도 많고 간섭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힘든 것이 사실이다. ‘풀세트 처분’이란 소년들 사이의 은어로 1호, 2호, 3호, 5호를 한꺼번에 부과하는 처분을 말한다. 보호처분이 한 가지만 부과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만약 소년이 풀세트로 보호처분을 받게 되면, 보호자 를 대신하는 위탁보호위원의 감호에 위탁되어 6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서 생활을 보고해야 하고(1호 처분), 법원에서 정한 수강기관에 가서 40시간 정도의 상담 또는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일주일에 2시간씩 20번 정도 수강기관에 출석해야 하며(2호 처분), 보호관찰소에서 정하는 단체에 가서 40시간 정도의 사회봉사를 해야 하므로 9시간씩 4~5회 정도 봉사를 해야 하고(3호 처분), 2년 간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으므로 2년 동안 주기적으로 보호관찰소에 출석하여 면담을 해야 한다(5호 처분). 만약 이러한 보호처분을 불성실하게 이행하면 판사는 보호처분 기간을 연장하거나 더 중한 보호처분으로 변경할 수 있으니 소년들에게 보호처분은 매우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통상적으로 보호관찰처분에 부가되는 야간외출제한명령이 있으면 2~6개월간은 야간에 집에 있는 걸 확인받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야간전화를 받아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그냥 재판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와는 그 불편함의 정도가 확실히 다르다. 물론 형사재판을 받는 경우에도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소년형사재판에는 그러한 부가처분이 대체로 부과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소년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눈치 빠른 변호사들은 소년부로 송치하지 말고 집행유예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집행유예 판결이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는 것보다 편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두 번째 맹점은 소년도 보호처분만 받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형법 제9조에서는 “14세 미만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법률상의 나이는 만<滿> 나이다. 이하 본문 의 나이는 모두 만 나이로 표기했다. - 편집자주)고 되어 있다. 그래서 현행법 하에서 14세 이상의 소년은 검사의 선택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소년보호재판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미성년 공범이 성년인 공범과 함께 형사재판을 받은 것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소년법이 있다고 해서 소년이면 모두 형사처벌을 피한다고 보는 것은 명백한 오산이다. 오히려 14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서는 형법에서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보고 ‘만 10세부 터 만 13세까지의 소년(법 개념상 촉법소년이라고 함)’에 대해서는 보충적으로나마 보호처분이라도 받게 하려는 것이 소년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를 단순히 받아들여서 소년법을 폐지해버리면, 10세부터 13세까지의 소년은 형법에 따라 무죄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잘못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모순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2장- 소년은 보호처분만 받으면 되는 건가요?> 중에서

 

요즘에는 아무리 유명한 정치인, 예술가, 연예인이라도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저질렀다는 의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사회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어서인지 소년들 사이에도 성범죄에 대한 평가는 매우 호되다. 성과 관련된 잘못을 저지르면 즉시 소문이 나고 친구들 사이에 ‘강간범’이라고 놀림을 받으며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어떤 경우는 그 놀림의 정도가 지나쳐 잘못을 한 소년도 지나친 비난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서도 소년이 성 관련 비행으로 입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심한 놀림감이 되므로 가급적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할 정도다.

소년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대상은 대부분 또래 청소년이다. 일반 형법상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청소년인 경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된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 게 소년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청소년인 이상 아청법의 적용을 받아 무겁게 처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범인이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범죄라서 어쩔 수 없다. 사건으로 접하는 피해소년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고통 속에 살게 되면서 성격까지 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안정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내가 맡았던 가정폭력 사건 중에는 어린 시절에 당한 성폭행 충격으로 정신적인 어려움까지 겪어 그 후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을 다 포기하고 집에서 지내면서 온갖 화풀이로 가족들을 괴롭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피해소년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비참한 지경으로 몰아가므로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에 있어 가장 다툼이 많은 부분은 아무래도 ‘동의에 의한 성관계’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있다. 워낙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져 가해자와 피해자만 알 수 있는 부분이기에, 판단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결론도 신중하게 내려야 한다. 증거는 많지 않지만, 유죄로 인정되어 중한 형벌과 비난으로 피고인의 인생이 끝장날 것인지 아니면 무죄로 인정되어 단지 치정관계였던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인지 양자택일뿐이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은 판사들에게 있어서 참 다루기 어려운 사건 중 하나다.

소년사건도 마찬가지다. 다른 소년사건들은 명백한 증거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자백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소년들의 강간, 강제추행 사건은 피해소년의 진술 외에는 마땅히 증거도 없는데 어린 피해소년들의 진술이라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진술한 것인지, 그 표현이 제대로 된 것인지 등 진술의 신빙성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해소년들은 평생 성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걸 피하려고 사선 변호사까지 선임하여 필사적으로 다투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비 오는 날 밤, 어두운 곳에서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여자를 쫓아가 넘어뜨리고 범행을 시도하는 경우라면 유죄임을 인정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남녀소년들이 가출팸을 구성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건물 옥상에서 술을 마시고 난 후에 불상사가 발생했다면, 대부분의 가해소년들은 서로 좋아했다거나 적어도 피해소년이 딱히 거절하지도 않아서 그랬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이런 사건은 범행 당시의 전후 상황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해서 그 판단이 어렵다.

소년들이 흔히 저지르는 범행 중 ‘준강간, 준강제추행’이 있다. 그 개념이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을 저지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잠을 자거나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경우에 흔히 발생한다. 소년들이 술을 마시면서 ‘왕게임’을 하고 벌칙으로 여자소년이 술을 과다하게 마셔 정신을 잃은 사이에 남자소년 역시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남자소년들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반항을 억압하면서 범행을 저질러야만 죄가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을 자거나 술에 만취한 피해자에 대한 범행도 똑같이 처벌받는다는 걸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3장-소년을 법정에서 마주하다 ‘성 관련 범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