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여성환경연대 기획, 시금치, 2016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에코페미니스트의 행복혁명
[나와 밀양의 주민들은 모두 이 발전 중심의 가부장제의 구조에서 계속해서 주변화되고 자원화되는 존재라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한평생 농사를 짓고, 나뭇짐을 해다 나르고, 장사를 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가사일과 출산, 양육, 돌봄을 해온 할매들의 모든 노동이 자원화된 과정, 그리고 여성 성소수자로서 바깥-집단의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위치 역시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밀양이다”라는 구호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타자화되고 자원화된 이들의 삶을 연결하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추천의 말
생명, 연대, 모성, 살림. 꼭 에코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이들 단어 하나쯤은 맞닥뜨리게 된다. 누구는 좀 더 일찍 맞이할 수도 누구는 한참 후에 만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삶이 그리 어려울까. 초록별 지구에서 모든 생명과 평화로운 공존을 하기 위해 덜 파괴적으로 살아가는 것. 에코페미니즘 라이프스타일! 속는 셈치고 추구해보자^^
_호야 외 지음, 교육공동체벗, 2018
‘소녀’가 될 것을 요구받아온 시간을 떠올립니다. 세상이 붙여준 나의 이름은 언제나 내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를 깎아내리고 부정하며 살아가는 데에 익숙해졌습니다. 청소년으로서 페미니즘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여성 청소년이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페미니즘입니다. 여성으로, 청소년으로 나답게 살기 위한 권리입니다.
추천의 말
청소년이 욕망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쉽지 않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의 욕망과 인간 개별성을 억압해 온 우리 사회이지 않은가. 성별이분법, 체벌, 용모규제로 학교는 차별을 재생산했다. 우리 모두가 지나온 시간들을 성찰하며 청소년이 성적 권리를 지닌 존재라는 걸 인정하자. 소녀 아니고 걸 페미니즘이다!
_안체 슈룹(지은이)ㆍ파투(그림), 김태옥 옮김,숨쉬는책공장, 2016
개념들은 이리저리 떠돈다… 원래는 인종, 계급, 성별의 3개 범주였다. 이내 분명해진 것은 이 3개의 범주 외에 수많은 불평등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성적 지향성, 신체 규범, 나이 등에 기반을 둔 차별이 있다. 이제 페미니즘에서 교차성을 바탕으로 한 접근 방식은 현실적으로 간혹 부족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인 것이 됐다.
추천의 말
적은 분량으로 많은 걸 담아내는 만화책이 좋다. 기원전 7세기 이래 페미니즘의 역사를 80쪽에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을 만난다니!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페미니스트들의 활동과 사례, 논쟁과 문헌을 엮어낸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를 가볍게 펼치기만 하면 된다.
_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엮음, 오월의봄, 2018
멀쩡하게 대화하다가도 ‘쉼터 입소자’라고 하면 달라지는 눈빛만 보고도 알 수 있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쉼터를 도와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의 정서 밑바닥에는 대부분 동정이 깔려 있다. 너를 도와주고 있으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암묵적인 느낌. 너와 내가 동급은 아니라고 그 눈빛이 소리친다. 나는 그 눈빛에서 하루바삐 벗어나고 싶었다. 쉼터에 있었다고, 중국에서 왔다고 기대치가 정해진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추천의 말
이주 여성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가 통제, 경제적 착취, 물리적 폭력, 양육권, 자립, 체류권, 성폭력으로 묶였다. 다문화 20년이다.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이제는 알아야 한다. 여성+이주민으로서 이주 여성들이 차별과 배제에서 벗어나도록, 더는 폭력 피해 여성으로서 생존 분투하지 않도록 다문화 사회의 모순과 대면부터 하자.
_조한혜정, 사이행성, 2018
선망국의 시간
나는 요즘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중학교 때부터 투표권을 주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입시교육의 장막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이들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시대에 ‘팩트 체크’는 물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최신 정보를 찾아내고 연결하면서 성찰적 근대의 훌륭한 유권자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구의회를 참관하고 지역 방송국 활동과 예비투표를 하면서 훈련 받을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추천의 말
당신은 마음속 깊이 어떤 다른 시간대로의 이동을 간절히 원하는가? 선망국(先亡國)에서 국민, 시민, 난민의 정치학은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까. 여성과 청소년과 마을을 이야기하던 조한혜정 선생이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는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사고의 전환을 제안한다.
덧. “기술이 지배한다면서 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가”라는 말에 “그렇지!”를 연발했다.
_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기획, 나무연필, 2016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어떤 애도와 싸움의 기록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남자라서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화장실도 무서워서 못 가겠다” “여성 혐오를 멈춰주세요. 공감할 수 없다면 침묵이라도 해주세요”
추천의 말
추모의 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들이 들어간 문장이다. 1004개의 포스트잇은 무엇을 말하는가? 분노, 슬픔, 공감, 연대를 품은 기록물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여성 혐오’라 규정지었다. 살아남은 자들의 성찰은 우리 사회를 어떤 사회로 가져가고 있을까.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인권의 윤리가 얼마큼 자리잡아가고 있을까.
_아마미야 마미ㆍ기시 마사히코, 나희영 옮김, 포도밭출판사, 2018
끝까지 파고들면 우리들의 욕망은 굉장히 뻔해요. 엄청난 집착을 가진 사람만 욕망이 있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도 욕망이 있는데, 사실 의외로 온건해요. 평범하고 아담한 곳에서 그럭저럭 살아나가기를 바라죠. 많은 사람이 타자의 욕망을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에 욕망도 평균치에 가깝게 온건해지는 거죠. 그래서 보통의 행복을 얻는다면, 거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추천의 말
갈수록 혐오하는 분위기가 높아지는 사회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방법은 이외로 간단했다. 평범한 일상을 잘 가꿔나가는 것. 보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 긍지와 자부심을 채워내는 것. 강박과 경쟁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행복하다면, 된다.
_신지아, 샨티, 2014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춤의 영혼을 지닌 여자, 신지아 이야기
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두려워서 그것을 피하거나, 그 결과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참 사랑을 잃고 싶진 않아. 너와 내가 부부의 인연으로 엮여졌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진정한 나 자신과 참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야.
추천의 말
“웃음 속에 마지막 숨을 내쉬며 별이 되는 것이 내 소원”이라고 말하는 이. “우주와 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는 이. 알듯 말듯. 춤에서 자유를 얻은 신지아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빙그르 돌아본다.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_주디스 리치 해리스, 최수근 옮김, 이김
만일 우리가 아이들이 집 밖에서 경험하는 삶의 조건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학교나 이웃 환경에 개입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부모를 임의로 바꿔치기한다고 해도 결국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추천의 말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프로에서 데뷔할 때다. 악동뮤지션의 부모님이 조명됐다. 어떻게 양육했기에 저런 친구들이 나왔을까… 양육가설은 부모들이 백지인 아이들에게 멋진 그림을 채워줄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만, 책은 이 뿌리 깊은 통념을 한방에 날린다. 한 인간이 성장하고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부모가 차지하는 역할이 결정적이지 않다고. 이 말이 후련한 이유?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주물러지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자식이다. 고유한 욕망과 필요를 지닌.
_시드니 파두아 지음, 홍승효 옮김, 곰출판, 2017
기계장치들이 결합해서 일반 기호가 될 수 있을 때, 잇달아 다양성과 범위가 무한해지고… 수리과학의 가장 추상적인 분야의 추상적 정신 작용과 물질의 연산 사이에 통합적인 관계가 수립돼! 이 기관은 세상의 모든 주제들을 분석할 수 있어! 새롭고 광대하고 강력한 언어가 미래에 이 분석을 이용하려 발달할 거야. 그 진리를 사용하기 위해! 이것은 거의… 시적인 과학이라고 할 수 있어!
추천의 말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이 멋진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됐다. ‘해석기관’이라 불린 찰스 배비지의 하드웨어에 ‘시적인 철학’, ‘시적인 과학’을 소프트웨어로 버무린 에이다 러브레이스. 오늘날 컴퓨터의 압축된 역사다. 술자리 친구의 제안으로 36세 아주 짧은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생애 모티프를 경이로운 상상도(想像圖)로 풀어낸 시드니 파두아의 책 한 권을 소장하는 것은 영광이다.
_멀리사 브로더, 김지현 옮김, 플레이타임, 2018
명상이 끝나기 직전에야 머릿속 위원회가 비로소 조용해진다.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잠시 동안은 닥쳐 준다. 바로 그때가 평생토록 찾아 헤맨 평화를 얻는 순간이다. (…) 다만 나는 명상을 통해 이 세상에 머물 기회를 얻는다. 평소에는 96%쯤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이지만, 명상을 하면 92%쯤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된다. 그 4%가 나를 살게 해 주는 것이다.
추천의 말
“아기를 본인 동의도 없이 낳아 버리는 것은 비윤리적인 일 같다. 자궁을 떠나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책의 첫 문장이다.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문구였다. 이 친구 뭐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 위원회’가 작동한다면 삶이 피곤하다. 우울하다. 슬프다. 멀리사 브로더는 수많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지극히 사사롭고, 끝없는 욕망 속에 허우적대는, 자기 파괴적인 그런 얘기,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그러므로 나는 오늘 더 슬퍼도 된다.
_이민희, 산디, 2018
성별 불문으로 인간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발견하는 성 역할에 관한 오늘의 질문. 그러면 왜 안 되는데? 그간 인지해왔던 추상적인 페미니즘과 자신의 페미니즘을 구분하는 작업. 나를 보호하는 것과 나를 넘어서는 것을 줄타기해 온 시간. 여성의 세계에선 생산보다 중단과 거절의 경험이 더 많이 쌓인다. 자각이란 여성에게 극단적인 계기가 없다 해도 스물스물 찾아오는 몹시 자연스러운 변화.
추천의 말
그들이 내는 두 개의 목소리. 음악하는 목소리와 정치하는 목소리다.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터져버리고, 말한 이는 페미니스트가 된다.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합성하면 그렇다. 그래, “페미니즘을 하니까” 당신은 어떻게 변화되었나요?
10월 큐레이션은 땡땡 의 친구책방인 책방펨(안산)의 이황현아님이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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