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15,000원/ 조합가 13,500원
요가 ⠂풋살 ⠂스윙댄스 ⠂스트롱퍼스트 ⠂주짓수 ⠂복싱 ⠂달리기 ⠂발레 ⠂자전거 ⠂수영
일하는 여성 열 명이 들려주는 운동의 지속 가능성
“힘들다. 시간도 없다. 그런데 그만둘 수 없다.”
일하는 여성 열 명이 어떻게 각각의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를 다룬다. 어떻게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삶에 정착시켰는지를, 그리고 운동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썼다.
책은 오늘도 땀 흘리는 친구들을 두고 ‘운동 열정가’라 부른다. 각 운동 열정가가 택한 운동은 요가, 풋살, 스윙댄스, 스트롱퍼스트, 주짓수, 복싱, 달리기, 발레, 자전거, 수영까지 총 열 가지 분야다. 각각의 운동을 지속한 기간은 최소 8주에서 최장 4년이다. 책 속 운동 열정가의 평균 연령은 2018년 한국 나이 기준 33세(1986년생)이다.
책은 각 운동 열정가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운동을 시작한 동기를 비롯해 운동을 하면서 겪는 기쁨과 슬픔은 물론, 평균 출퇴근 시간과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 나이와 기초 체력, 직업과 직장 문화, 가구 형태와 동반자의 성향까지 다 물었다. 이 모든 요인이 지속적인 운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여는 우리의 지속적인 운동이 가능하다면, 혹은 불가능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자 했기 때문이다.
한편 책 속 열 명의 운동 열정가는 모두 여성이다. 대부분이 운동의 진정한 즐거움을 경험하기 전까지 긴 시간 시달려왔던 체중에 대한 압박을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체중의 변화가 아닌 근육의 변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때때로 격렬한 운동으로 남성과 경쟁하면서 얻게 되는 높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말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운동에서 수련으로
김현지 | 요가 열정가 | 2.5년 차
함께 뛰면서 얻는 자긍심
엘렌 페이지 | 풋살 열정가 |1.5년 차
하루 네 시간의 춤
오새날 | 스윙댄스 열정가 | 4.5년 차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면
이정연 | 스트롱퍼스트 열정가 | 1.5년 차
다치면 안 돼, 운동을 못 하니까
이주비 | 주짓수 열정가 | 3.5년 차
글러브는 10분이다정다예 | 복싱 열정가 | 3년 차
아이가 잘 때 나는 뛴다
조은영 | 달리기 열정가 | 8주 차
퇴근 발레를 중단했다
진영 | 발레 열정가 | 4년 차
운동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최지은 | 자전거 열정가 | 3개월 차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순간
황신혜 | 수영 열정가 | 1년 차
책속에서 & 밑줄긋기
어쩌면 이 책은 운동을 결심하거나 지속하려는 누군가에게 크게든 작게든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다면 대단히 바람직하겠지만, 반대로 우리가 꾸준하게 운동을 못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을 덜 미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럴 만해서 할 수 있었고, 우리는 그들과 비교해 조건과 성향이 달라서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여러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기 어렵다고 나는 믿는다.
P. 12 ‘들어가는 말’ 중에서
김현지는 회사 생활에 대한 반작용으로 요가에 몰두했다. 직장은 여덟 시간 이상, 그러니까 하루 3분의 1 이상을 머무르고 버터야 하는 곳이다. 잠들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회사를 미워하고 남자친구한테 회사 욕을 하면서 보냈다. 그런데 차차 회사를 부정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리고 주 2~3회 한 시간씩 이루어지는 요가만 기다렸다. 몸을 쓰고 땀을 흘리는 동안 회사에서 가져온 여러 가지 불쾌한 감정이 희석되는 경험이 몇 차례 이루어지자 집중력도 붙기 시작했다. 몸이 발전하는 것도 느꼈다.
‘어, 되네?’
P. 35~36 ‘요가 열정가 김현지’ 편 중에서
FC 물개들한테 아직 없는 것은 주장이다. 얼마 전 열린 친선 경기를 전후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대다수가 느끼기는 했다. 구성원 가운데 유일한 체육 전공자에게 가장 먼저 제안이 따랐지만, 주장이 되면 매번 지는 상황을 못 견디고 승리에 대한 부담에 시달릴 것 같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주장 폭탄은 곧 엘렌 페이지에게 넘어왔는데, 엘렌 페이지는 잘 모르겠다. 리더라는 계급이 등장하는 순간 그동안 유지해왔던 수평적 토대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리더십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FC 물개들은 여성주의를 바탕으로 결성된 퀴어 여성 팀이다. 위계와 권위는 그들이 늘 거부하고 성찰해왔던 낡은 관념이다.
P. 65 ‘풋살 열정가 엘렌 페이지’ 편 중에서
춤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연애를 목적으로, 누군가는 춤을 잘 추고 싶어서 동호회와 스윙바를 찾아왔다. 나는 오새날이 자신의 동기를 설명할 때 정말로 고마웠다. 처음 만난 내게 약간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솔직하게, 그리고 귀엽게 진실을 말해줬기 때문이다.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사실은 주목받는 것 좋아해요. 그러니까 ‘관종’이에요.”
P. 91 ‘스윙댄스 열정가 오새날’ 편 중에서
이정연은 현재 100kg이 넘는 바벨을 들 수 있는 상태다. 내 인맥 가운데 가장 강력한 사람이라는 확신과 함께 이정연이 들려준 운동의 기원이 다시 생각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트롱퍼스트는 러시아에서 특수 요원이 소화하던 훈련 프로그램에서 유래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명한 요원이 떠올랐다. 러시아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자기만 한, 혹은 자신보다 몸집이 큰 사내를 제압할 줄 아는 제이슨 본이다.
P. 119 ‘스트롱퍼스트 열정가 이정연’ 편 중에서
자존심이 세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면 우는 대신 진작 떠난다. 처음부터 잘할 수가 없는 분야라는 것을 모르면 스파링하는 내내 계속 아래 깔려 있고, 기술을 배웠다 해도 깔린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시도할 수가 없으니 자신과 맞지 않는 운동이라 판단하고 짐을 싸는 것이다. 떠나는 대신 눈물을 흘렸던 이주비의 관찰에 따르면 떠날 준비를 하는 남성은 대체로 이런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나 평소에 힘센데? 이 여자보다 센데? 근데 왜 내가 계속 아래에 있지?’
P. 145 ‘주짓수 열정가 이주비’ 편 중에서
스텝 연습이라고 해서 발만 놀리는 것이 아니다. 뛰면서 어깨, 팔, 손을 계속 써야 한다. 스텝과 함께 처음 배우는 동작의 이름은 ‘잽jab’이다(사실 정다예는 잽을 두고 ‘처음 배우는 동작’이라 하지 않고 “처음 배우는 주먹”이라고 표현했다). 주먹을 꽉 쥐고 팔을 곧게 뻗어 펀치를 날리는 것인데, 잽의 최종 목표는 팔과 주먹에 힘을 실어 상대를 가격해 충격을 주는 것이다. 정다예는 뛰면서, 동시에 “팔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팔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과연 이 팔로 상대를 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첫 스텝 연습은 “고작 3분” 진행됐다. 3분이 30분처럼 느껴졌다.
P. 173~174 ‘복싱 열정가 정다예’ 편 중에서
엄마의 달리기를 인지하기 시작한 민준이는 가끔 “엄마는 달리기나 해” “엄마 달리기해서 힘들잖아” 한다. 투정이다. 회식이 있거나 야근이 길게 이어지는 날이면 집에 들어와서도 민준이 얼굴을 못 본다. 다음 날 일어난 민준이는 엄마가 아침에도 없는 것을 알고 실망한다. 그게 마음에 걸려서 달리기를 쉰 적도 있지만, 아이가 서운해할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나갔던 날도 있다. 그럴 때마다 조은영은 고민한다.
‘아이 볼 시간을 쪼개 운동하는 나는 이기적인 엄마일까. 그런데 엄마한테도 인생이 있다는 걸 애한테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P. 217~218 ‘달리기 열정가 조은영’ 편 중에서
진영은 발레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다. 무대 위 발레리나의 키는 보통 165cm 전후인데, 그런 체형이라면 43kg 정도 여야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는 165cm의 여성이 60kg쯤 나갈 때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데, 같은 키에 50kg쯤 나가는 발레리나가 무대에 오르면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곤 했다. 공연에 익숙해지면 관중의 관점과 시야도 그렇게 변한다. 그런 그림에 길들여진 우리의 눈을 정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예술과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요구하는 것을 과연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P. 230 ‘발레 열정가 진영’ 편 중에서
최지은은 자전거를 타면 좋다는 말도 몇 번 했지만, 어릴 적부터 운동을 싫어했다고 더 많이 말했다. 그리고 오전 열한시면 보통 집에 누워 있지 이렇게 시내 한복판에 나와 있는 날은 매우 드물다고 했다. 듣느라 바빠 내색하지 못했는데, 예상이 빗나갈 때마다 사실 많이 기뻤다. 아침형 인간의 생산성, 규칙적인 일과의 중요성, 적당한 운동의 필요성 같은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더 많은 우리의 마음을 제대로 여는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P. 256 ‘자전거 열정가 최지은’ 편 중에서
황신혜는 수영장의 다른 성비도 본다. 어느 수영장이든 여성 강사가 많지 않다. 몇 안 되는 여성 강사, 그것도 젊은 여성 강사는 대부분 유아를 가르친다. 유치원 선생님 대부분이 젊은 여성인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황신혜는 수영장 전문 인력 채용에 있어서 과연 여성 강사와 남성 강사에게 동등한 기준이 적용될까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성인 회원 또한 체력이 더 좋고 기량도 더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남자 수영 강사를 보다 신뢰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황신혜는 십 대 시절 똑같은 강도로 함께 훈련을 소화했던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수영 잘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친구 말고도 그 많던 여자 선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P. 25~297 ‘수영 열정가 황신혜’ 편 중에서
저자소개
이민희
출판사 산디의 발행인이자 편집인. 이전까지 음악 평론가로 활동했고, 출판사를 연 뒤에 친구 열 명의 직업 전환기 <회사를 나왔다 다음이 있다>와 페미니스트 음악가의 이야기 <두 개의 목소리>, 음식 기행 <베트남 한 접시>를 출간했다. 책이 직업이 된 뒤로 음악에 준하는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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