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15,000원/ 조합가 13,500원
”나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온전히 자유롭고, 온전히 살아있다고 느꼈다.
그건 병에 걸렸느냐 아니냐와는 무관했다.
어느 순간에든, 어느 때에든,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본문 중에서
● 식도암 진단 후 생을 마감하기까지 2년 2개월, 그는 어떻게
죽음의 두려움을 치유하고 기쁨 속에 살아갈 수 있었을까?
2009년 7월 어느 날, 의사인 리 리셉설은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고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짭짤하고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두 입을 먹었을 때, 갑자기 샌드위치가 꼭 가슴에 걸린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의사로서, 그는 음식이 식도에 걸린다는 건 전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역시 의사인 부인 케이시는 남편의 얘기를 듣더니 “협착이겠네. 40년이나 속 쓰림이 지속되면 그렇게 돼”라며 의사다운 목소리로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마치 그렇게 치워버리면 걱정스런 현실을 피할 수 있기라도 하듯이.
그러나 검사 결과는 직감했던 대로, 식도암이었다. 진단 후 18개월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75퍼센트, 5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90퍼센트인 무서운 암. 그는 쉰두 살이었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진단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는 그가 암과 ‘싸우기’를, “생식으로 바꾸고, 자전거로 천 킬로미터를 달리고, 이겨내고야 말겠어. 난 살 거야! 하고 말하기”를 바랐지만, 그는 평온했고 암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난 나의 삶을 사랑했고 분명히 더 살고 싶었지만,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그는 죽음과 질병을 비극으로 대하는 가정에서 성장하고 죽음을 적으로 대하는 의료업계에서 오랫동안 교육받았지만, 다행히도 “나보다 훨씬 거대한 그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고, “오늘 죽더라도 만족하고도 남을 만큼 이미 누렸음”을 알고 감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침을 맞고 보조 식품을 먹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랫동안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한 ‘오니시 프로그램’의 의료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환자들이 죽음의 두려움을 뛰어넘어 삶의 기쁨을 얻도록 돕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익히고 또 가르쳐온 명상을 거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개 오니시 프로그램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까닭이 저지방 채식주의 식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들이 새 생명을 얻게 되는 까닭은 죽음에 직면하여 삶을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식단도 심장 질환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들의 삶을 구한 것은 요가와 명상과 그룹 활동이었다. 나는 이것을 나중에 연구를 통해 통계로 확인했다. 이들이 삶을 온전히 즐기기 시작하자 죽음의 두려움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죽어가는 것이 아니었다.―그들은 마침내 살아가고 있었다.”(‘들어가는 말’ 중)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의사들, 치료사들과 함께하면서 역설적으로 어떤 치료는 약물이나 주사나 최첨단 장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어떤 치료에서는 영혼이 철저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요가나 명상 등을 통해 마음가짐과 존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런 치료를 받자면 바삐 일하고 부양하고 소비하는 삶을 잠시 멈추고 “지금 손에 든 바로 그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워크숍과 강연에서 환자와 동료 의사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의료계에서 일하면서 균형 맞추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그날까지는 그 말의 가치와 의미를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 진단을 받은 바로 그날 그는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생애 처음으로 확실히 알았다.”(‘들어가는 말’ 중)
2010년 10월, 미국 가정의학협회의 연례 행사에서 ‘죽음에 직면하기’라는 주제로 한 시간짜리 기조 연설을 마친 뒤 의사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2011년 9월, 생을 마감하기까지, 암 진단 후 2년 2개월 동안 기쁨 속에 삶을 누리고 평화 속에 죽음을 맞이해 간 이야기를, 다음과 같은 간절한 기원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내가 배운 것들의 알짬이다. 이 책을 계기로 당신이 자신의 인간적인 면을 끌어안고, 불확실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지금 마지막에 직면해 있든 그렇지 않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에든, 어느 때에든, 삶은 달라질 수 있다.”(‘들어가는 말’ 중)
● “언젠가는 당신도 죽음을 마주보게 될 것이다.
그 날이, 당신에게 죽기에 좋은 날이기를 바란다.”
“삼십대 초반에 나는 내 삶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나는 명상도 계속하고, 동양 철학에 감성 지능, 신경생리학까지 공부했다. 처음에는 환자들에게 가르치려고 공부했지만, 그것들을 공부하는 사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행과 공부 덕분에 나는 내가 살고 있던 작은 상자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지 못했지만, 상자의 벽을 밀어내거나 긁어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는 역경이나 시련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면의 평화를 발견했다. 내 신경상상의 세계는 훨씬 넓어졌다. 이것은 25년 뒤에 내가 암에 대처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5.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져 내릴 때’ 중)
리 립센설은 삶의 두려움이 우리를 끔찍하고 비좁은 감옥에 가둔다면, 명상이야말로 그 감옥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의사로서 그것을 환자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에서 유용한 도구로 활용했다. 그는 명상이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고 우리를 내면의 지혜에 더 빨리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트레스 반응이 일지 않거나 줄어들 때, 혈압이나 혈액 순환, 호흡 기능, 면역 기능 등의 신체 기능이 좋아지고, 동맥경화나 심장마비 등의 위험이 낮아지며, 집중력과 지각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 뇌의 신경 경로가 바뀌면서 두려움과 불안 자체도 조정되었다.
심지어 그것은 그가 자신의 암 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때 느끼는 통증과 메스꺼움을 달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가 명상을 자신의 암을 치료하는 주요 방편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그는 이러한 명상과 함께, 감사하기와 통제욕 내려놓기 덕분에, 비록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었다.
무엇이 어떠해야 하고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우리는 평생 이야기를 지어내며 살아간다. 우리 마음이 지어내는 그 이야기들은 우리를 가두는 작은 상자들이다. 리 립센설의 표현대로 하면 ‘신경상상’의 세계이다. 이러한 상자 속에 갇혀 있을 때 우리는 ‘지금 먹고 있는 샌드위치’를 맘껏 즐길 수 없다. 현실 세계는 삶이란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경상상의 세계와 결코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자 속에 갇혀 있을 때, 화나고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 작은 상자들을 부단히 긁어내고 무너뜨려 바깥세상을 본 덕분에 그는 “쉰둘이라는 나이가 식도암으로 죽을 때는 아니잖아!” 하고 화내는 대신,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이번 생이 그저 모험과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삶의 큰 그림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큰 위안을 받았으며,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었다. 또 호기심을 가지고 지금 순간을 맛보고, 더 많이 웃고, 죽어가고 있음에도 온전히 자유롭고 온전히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좁은 벽 안에 갇혀 있으면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가 없다. 고통의 상자 속에 있다면, 벽을 긁어내라. 우울의 상자 속에 있다면, 벽을 긁어내라. 완벽주의의 상자, 그것 역시 긁어내라. 자기 연민의 상자도 긁어내라. 거기에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 것처럼 긁어내라.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벽을 무너뜨리고 나면 어떤 모습일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나 근심이나 불행을 느낀다면 자신을 가두는 그 벽을 긁어내라. 기도, 명상, 요가, 운동, 웃음, 예술, 몸 움직이기, 감사, 받아들임, 사랑으로 긁어내라. 삶이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알고서, 벽을 무너뜨려라. 죽음이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알고서. 그리고 살고 사랑하고 존재하는 것이, 좁은 세상이라는 벽 안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알고서.”(18. 상자 밖에서 사랑하고 죽기)
죽음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고통과 상실의 두려움 등 수많은 두려움을 치유하고 기쁨과 평화 속에 온전히 머물기까지의 과정이 그저 순탄할 수만은 없었다. 암 치료에 따른 통증은 물론 우울, 피로 같은 감정들을 체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여전히 무의식 깊이 남아 있는 분노―어쩌면 암 발병의 원인이 되었을―와 맞닥뜨려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며, 슬픔에 잠겨 있는 가족들과도 어쨌든 이별을 준비해야만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이 고통과 기쁨을 동반하며 펼쳐지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흐름을 타고 즐기는 것뿐”이었다. 그는 이렇게 이 책을 맺는다.
“다가온 죽음과,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에 직면하려니, 그리고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려니,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이 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사하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롭고 더 살아있다고 느낀다. 언젠가는 당신도 죽음을 마주보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당신 삶을 돌아보며 잘 살아왔다고, 후회가 남아 있지 않다고, 넉넉히 사랑했다고 느끼기를 바란다. 그 날이, 당신에게 죽기에 좋은 날이기를 바란다.”(18. 상자 밖에서 사랑하고 죽기)
● 차례
서문 딘 오니시(의학박사) • 16
들어가는 말 온전하게 살려는 열망 • 25
1. 인생을 바꿔버린 샌드위치 • 32
2. 난 그녀가 거기 서 있는 것을 보았다 • 40
3. 두 의사, 죽음의 계곡에 들어서다 • 48
4. 신경증에서 알아감으로 • 56
5.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져 내릴 때 • 68
6. 자리에 앉아 입 다물기 • 75
7. 상자에 갇힐 필요가 있을까? • 84
8. 우리 스스로 만드는 세상 • 104
9. 마음의 장난 • 117
10.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 • 125
11. 가장 아픈 환자가 때론 가장 건강한 사람이다 • 134
12.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 146
13. 어둠 속을 파 내려가며 • 156
14. 진정한 나 • 169
15. 하늘에서 온 동전 • 177
16. 주주의 꽃잎 • 196
17. 사랑 수프 • 209
18. 상자 밖에서 사랑하고 죽기 • 223
옮긴이 말 • 233
●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리 립센설Lee Lipsenthal, M.D.
저명한 예방의학연구소의 의료 책임자로,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과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 기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돕는 일을 해왔던 저자는 쉰두 살 된 해 여름, 식도암 판정을 받고 2년 2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하루하루의 삶을 사랑과 평화와 감사 속에 충실하게 살아나간 이야기를 스스로 기록한 책이다. “우리는 자신이 살고 싶은 세상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고 말하는 그는,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의 두려움 대신 삶의 신비와 기쁨을 선택했던 것이다.
통합 의료 및 의사 복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저자이자 지도자, 교사였던 그는, 캘리포니아 주 소살리토에 있는 예방의학연구소Preventive Medicine Research Institute에서 딘 오니시Dean Ornish 박사와 함께 의학 부문 책임자로 10년간 활동했고, 미국통합전인의료위원회American Board of Integrative Holistic Medicine와 미국의사회 산하 미국의사복지위원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s Physician Wellness Committee에서 협회장으로도 일했다. 의학 분야에서 다년간 일하면서 그는 의사들의 건강과 사기와 직업 만족도가 오히려 환자들보다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의료계에서 일하면서 균형 맞추기Finding Balance in a Medical Life’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주요 의학 단체들이 채택해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 있는 의대와 레지던트 프로그램에도 쓰이고 있다.
옮긴이|김해온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손전화를 설계하다가, 자신에게 좀 더 맞는 일을 찾으려고 직장을 그만두고 번역과 글쓰기에 입문했다. 2003년부터 번역가 지망생들과 꾸준히 교류하여 2006년에 번역 스터디 카페 ‘주간번역가’를 만들었다. ⟪노마와 훈이⟫⟪총이의 여행⟫⟪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풋내기들⟫⟪힘 있는 글쓰기⟫ ⟪콰이어트⟫⟪몰입의 재발견⟫⟪죽음의 신비⟫ 등을 쓰고 옮겼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불치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종종 참으로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은 살아있음을 포용하려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 립센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매우 친밀하고 겸허하게 들려주어, 아직 심연을 건너다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이 역설적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죽음을 거부한다면 삶도 거부하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을 먹고 그 이유를 알아보라.”
―앤드루 웨일(의학박사. Healthy Aging, Eight Weeks to Optimum Health 저자)
“이 책은 삶의 경험들을, 또 그 난관들을 이해할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최고의 교사인 죽음에서 얻은 심오한 지혜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삶의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적게 두려워할 수 있는지 배우자.”
―버니 시겔(의학박사. Love, Medicine and Miracles 저자)
“립센설 박사는 내면 세계와 외부 세계를 심오하게 탐구한다. ⟪인생이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는 법⟫을 읽으면 죽음의 두려움을 치유하고 삶이라는 특별한 여행의 참된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에드거 딘 미첼(아폴로 14호 우주비행사)
“리 립센설 박사는 죽음을 마주 대한다는 것이 바로 삶을,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의 삶을 마주 대한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용감하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치명적인 암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서, 립센설 박사는 그 불확실한 상황들을 용기와 현실성과 유머로 헤쳐 나간다. 그는 어두운 날과 밝은 날을 모두 우리에게 보여준다. 누구나 걸을 수밖에 없는 여정에 립센설 박사를 안내자로 삼기 바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영화배우·감독)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를 작게 만드는 온갖 두려움이 일순간 사라지고 우리가 거기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어떨까?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암에 걸린 뒤 처음 1년 반 동안의 일을 회고한 이 아름다운 책은 때로는 산문집처럼 읽히고, 때로는 지혜로운 이야기 같으며, 때로는 무도회 초대장처럼 보인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더 큰 삶이라는 무대로 나아가는 일방통행의 문을 통과한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필시 치유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레이첼 나오미 레먼(의학박사. Kitchen Table Wisdom 저자)
“대단한 책이다. 삶을 긍정하게 해주며, 나아가 삶을 바꿔주는 책이다. 리 립센설은 삶에서 가장 어려운 교훈, 즉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정직함과 깊은 통찰, 지혜, 그리고 놀라운 유머로 생생한 죽음의 위협을 마주하면서, 우리에게 삶의 신비와 영광을 음미하라고 가르쳐준다.”
―제임스 S. 고든(의학박사. Unstuck: Your Guide to the Seven Stage Journey out of Depression 저자)
● 책 속 한 구절
● 우리는 모두 죽는다. 이것은 생의 본질이다. 어떤 시점이 되면 삶은 끝나지만, 이 책은 그 순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그 순간에 도달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려움, 즉 죽는다는 두려움을 치유하는 이야기이다. 오직 이 두려움을 치유한 뒤에, 그리고 그것에 수반되는 다른 두려움들―고통의 두려움, 상실의 두려움, 변화의 두려움, 충분하지 못하다는 두려움, 사랑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치유한 뒤에야 살아갈 수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들어가는 말)
● 쉬운 말로 하자면 식도 아래쪽에 암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순간 나는 내 삶이 이제까지와 결코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이것이 아주 안 좋은 암이라는 걸 잘 알았다. 이 진단을 받고 살아난 환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불안하지도 않고 동요하지도 않았다. 내가 느낀 차분함은 뜻밖이다 못해 거의 충격적이었다. 나는 나무들을 응시하며 평화로이 앉아 있었고, 내가 왜 동요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나는 쉰두 살이었고, 방금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1. 인생을 바꿔버린 샌드위치)
● 수년간 나는 “오늘은 죽기에 좋은 날”이라고 가르쳤다. 이것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전쟁터에서 가끔 쓰던 표현이다. 이것은 “오늘 나는 명예로운 일을 위해 죽는다”는 뜻이지만, 날마다 온전히 충실하게, 후회 없이, 사랑하고 봉사하며 산다면 어느 날 죽더라도 괜찮다는 뜻도 된다. 그 순간까지 내 삶은 사랑, 웃음, 멋진 음악, 배움, 가르침으로 가득했다. 내가 사랑하고 경탄하는 아내가 있고, 함께여서 자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나는 영성spirituality과, 나보다 훨씬 거대한 그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 오늘 죽더라도 만족하고도 남을 만큼 이미 누렸다. (3. 두 의사, 죽음의 계곡에 들어서다)
● 가장 중요하게는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존재로 사느냐가 핵심이란 걸 조금씩 알 듯했다. 불교에서도 말한다. “깨닫기 전에는 나무를 하고 물을 길어라. 깨닫고 나거든 나무를 하고 물을 길어라.” 나는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맑은 정신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고,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고 진실한 자신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했다. 나는 훌륭한 의사가 되는 법이 아니라, 의학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면서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관건임을 깨달았다. 나는 영혼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5.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져 내릴 때)
● 나는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내가 거의 제어할 수 없다는 점과, 때로는 저주가 축복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서서히 배워나갔다. 나는 역경이나 시련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즐거움, 기쁨, 재미를 찾는다면 즐거움, 기쁨, 재미를 발견할 터였다. 문제, 스트레스, 아픔을 찾는다면 나는 그것들을 발견할 터였다.…… 나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면의 평화를 발견했다. 내 신경-상상의 세계는 훨씬 넓어졌다. 이것은 25년 뒤에 내가 암에 대처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5. 나를 둘러싼 세계가 무너져 내릴 때)
● 나는 삶이 이번 생에 시작한 것도 이번 생에 끝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생은 퍼즐, 신비, 모험의 일부에 불과했다. 이렇게 느끼니 이번 생에 다가올 죽음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것은 그저 여행의 일부분이니까. (7. 상자에 갇힐 필요가 있을까?)
● 생존의 뇌에게 죽음은 궁극의 도전이다. 따라서 그것은 죽음을 무의식적으로 쉴 새 없이 감시한다. 게다가 죽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사람들이 대부분 모른다는 점까지 더해지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죽음을 더욱더 두려워하게 된다. 죽음에 관해 모를수록 죽음을 더 많이 두려워하기 쉽다. 평화로운 죽음을 목격하는 사람들이나 죽음이 자연스러운 사건으로 간주되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죽음을 덜 두려워한다. 이것은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 천국이 있다는 믿음이 왜 사람들에게 일종의 평화를 선사하는지 설명해 준다. (8. 우리 스스로 만드는 세상)
● 일을 줄이거나 심하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깊은 차원에서 위협을 느꼈다. “나는 곧 내가 하는 일이다”라는 내 중대한 신념이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내가 실제로 죽어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정말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내가 사랑하던 일이 나와 함께 죽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내가 서서히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11. 가장 아픈 환자가 때론 가장 건강한 사람이다)
● 나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온전히 자유롭다고, 온전히 살아있다고 느꼈다. 온전히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은 알고 보니 병에 걸렸느냐 아니냐와는 무관했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온전히 살아있으려면 병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을 우리에게 주입하지만, 우리는 모두 병을 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고 누구나 때가 되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쉽게 말해서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불가피한 일에 맞서 싸우도록,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 뛰어들도록 만들어져 있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우리가 모두 패배자라고 믿게 만들려고 한다. (11. 가장 아픈 환자가 때론 가장 건강한 사람이다)
● 나는 아직도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게 만들고 낮에도 마음속으로 침투하는 이 분노가 내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나아가 그것이 암이 발병한 원인이 되었다고, 혹은 그것이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암이 발병했을 때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제 나는 그 분노를 피하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 안에 푹 잠길 필요가 있었다. 먼저 나는 암세포들과 분노가 함께 나타나도록 ‘내면의 여행’을 했다. 그러자 나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내 통제를 벗어나 있었기에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13. 어둠 속을 파 내려가며)
● 얼마 후 나는 명상중에 가슴이 쪼개져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더니 검정색 나방들이 모조리 가슴에서 나와 검은 천사가 되었다. 나는 분노와 암이 풀려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내면의 의사’에게는 이 말이 꽤 뉴에이지스럽게 들리겠지만 이 간단한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당신도 이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화가 나 있다면, 그 사람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든 다음 그 캐릭터로 하여금 공중에 비눗방울을 불어 날리게 해보라. 우습게 들리겠지만 분노를 웃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상당한 변화와 치유가 일어난다. (13. 어둠 속을 파 내려가며)
● 방사선 치료 도중에 나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고통을 느끼지만 고통이 아니다.” 이것은 어떤 고통스러운 경험이든 그 강도를 약하게 하는 데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육체와 감정과 생각을 초월하는, 더 포괄적인 개념의 자아 정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영적인 자아, 혹은 ‘하나인 자아one-self’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자기는 영성의 감각, 우리가 타인과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에 맞닿아 있다. 그것은 어느 정도는 무아selfless이다. 자연 속을 걸으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기도하면서, 명상하면서 ‘하나인 자아’를 느낄 수도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세속적인 정의의 자아를 잃어버린다. 평소에 존재하던 경계선이 사라지고, 일순간 우리는 하나가 된다. (14. 진정한 나)
● 사람들 대부분에게 통제는 곧 안전을 뜻한다. 동굴에 살던 조상들과 천둥을 다시 떠올려보라.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으면 통제도 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를 해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우리는 건강에 관해서도 이런 마법 같은 생각을 적용한다.―‘위험 요인들을 다 통제할 수 있으면 나는 병에 걸리지 않을 거야.’ 불행히도 이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하지만 긴장을 풀고 받아들이려고 한다면, 통제가 안 된다는 생각에서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면 경이와 호기심이 깨어난다. 게다가 죽음의 두려움도 줄어든다. 죽음은 우리 통제를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궁극적인 미지의 영역이다. 그저 삶을 살아가고, 최선을 다하고, 다가오는 순간순간을 즐기면 된다. (15. 하늘에서 온 동전)
● 내 생각에 우리는 모두 감사할 줄 아는 자질을 타고났지만 우리 스스로 그 길을 가로막을 때가 많다. 그 흔한 예가 비관주의와 완벽주의다. 비관주의자와 완벽주의자는 삶에서 감사할 일들이 있더라도 왜 그것이 적절하지 않은지, 완벽하지 않은지, 아니면 어떻게 더 나을 수 있었는지 등등을 재빨리 찾아낸다. 이들의 신경-상상 마음은 어딘가에 실수나 잘못이 없나 찾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잠시 잠깐도 감사함을 누리지 못하고 곧바로 부정적인 면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건 그래. 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말투다. 그들은 마요네즈가 너무 많아서, 상추가 너무 적어서, 빵이 너무 딱딱하거나 말랑해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지 못한다. (16. 주주의 꽃잎)
● 나는 이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목록’이 없다. 내 삶에는 사랑이 있다. 이것은 피라미드를 보고, 산에 오르고, 태국에 가서 그곳 음식을 먹고, 그 외에 재미있을 법한 다른 활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나는 사랑받았고 사랑했다. 내 목록은 다 지워졌다. (16. 주주의 꽃잎)
● 감사하기 연습은 현실을 마주보고, 자신의 여러 면(내적 자아, 하나인 자아, 하위 인격들, 주변 사람들)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자신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의미이다. 자신과 타인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뜻이고, 우리를 해친 사람에게 연민을 품는다는 뜻이며, 삶의 힘겨운 면을 인식하면서도 눈 내리는 어두컴컴한 날 다리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작고 순수한 꽃잎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사함은 희망의 궁극적인 표현이다. (16. 주주의 꽃잎)
● 내게 엄청나게 도움이 된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하트매스라는 단체에서 개발한 것으로, 퀵 코히어런스Quick Coherence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아주 깊고 느리게 숨을 쉬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떠올리는 데 있다. 호흡법을 ‘바꿔서’ 길고 느린 숨이 들어와 심장 주위를 감싸듯이 숨을 쉰다.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을 ‘활성화한다.’…… 암에 대처할 때 이 단순한 방법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화학요법을 받느라 거지 같은 기분으로 여섯 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서, 나는 화학요법이 내 암세포를 죽이고 있다고 상상하는 쪽으로 초점을 바꾸고, 치료를 대하는 내 태도를 바꾼다. 방사선 치료 테이블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이 방법을 활용하여 호흡을 ‘바꾸고’ 암세포가 점차 줄어들어 사라지는 영상을 ‘활성화한다.’ 고통이 희망이 된다. (16. 주주의 꽃잎)
●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는 전에는 결코 하지 않았을 법한 대화도 했다. 우리는 웃으며 내 장례식을 계획했고, 나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들려줄 추도 연설을 적었다. 우리 계획은 친구 로나가 기타로 〈히트 더 로드 잭Hit the Road Jack〉(〈떠나게, 잭〉이란 뜻―옮긴이)을 연주하는 동안 모두들 줄을 서서 데킬라 샷을 마신 다음, 펑크 밴드가 연주하는 동안 모두들 술에 취해 춤을 추는 것이었다. 가야 한다면, 멋스럽게 가는 거다. (17. 사랑 수프)
● 다가온 죽음과,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에 직면하려니, 그리고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려니,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이 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사하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롭고 더 살아있다고 느낀다. 언젠가는 당신도 죽음을 마주보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당신 삶을 돌아보며 잘 살아왔다고, 후회가 남아 있지 않다고, 넉넉히 사랑했다고 느끼기를 바란다. 그 날이, 당신에게 죽기에 좋은 날이기를 바란다.(18. 상자 밖에서 사랑하고 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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