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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여기저기 땡땡책모임

서평집 기획모임을 소개합니다

가장 좋은 책에 대해서, 

가장 적임자가 쓴 

한 권의 서평집을 만들어보자

-박지홍



모든 모임이 그렇듯, 출발은 평범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땡땡이들이 모여서 책도 보고 또 좋은 서평(!)도 모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갈수록 서평의 권위가 떨어지고 또 서평 지면이 줄어들면서 언제부턴가 볼 만한 서평, 믿을 만한 서평이 참 드물다는 불만도 한몫했던 듯합니다. 그러니 고유한 문체를 지닌 아름다운 서평을 기대한다는 건 더더욱 까마득한 일로 여겨졌고요. 하여, 그래도 그중 최고최선의 서평을 모아보자, 탈탈 털어보면 꽤 볼 만한 글이 많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바탕에 있었습니다(물론, 기회가 된다면 우리가 직접 서평을 써보자는 소박한 욕심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서평읽기모임의 최종 목적지는 가장 좋은 책에 대해서, 가장 적임자가 쓴 한 권의 서평집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첫 모임(2014313)은 어쩌면 얘기하기 쉽지 않고 조금은 광범위할 수도 있지만, 좋은 서평이란 뭘까? 기억나는 좋은 서평은 뭐가 있었지? 권하고 싶은 책(또는 권하고 싶은 좋은 서평)? , 이 사람이 이 책 서평을 쓴다면 참 좋겠다! 서평이 볼 만한 매체는 뭐가 있지? 등으로 잡았습니다.

다들, 신문과 잡지, 인터넷 곳곳에 숨어 있는 글을 참 기막히게 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서평을 놓고서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서평자의 관점에 대한 지지 및 반대부터, 서평을 풀어가는 평자의 글솜씨(문체)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입장도 꽤나 달랐습니다. 여성과 남성, 또는 자신의 노동의 경험에서 비롯된 철학의 차이도 없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차이를 발견하고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무척이나 즐겁고 또 한편으론 의외의 경험이었습니다(모두의 생각이 어느 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암묵적인 인정이 있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겠고요).



그다음 모임에서는 (앞으로 만들) 서평집에서 다루고 싶은 책들은 무엇인지, 또 그에 대해 가장 잘 쓴 서평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너무 많은 주제와 분야의 책이 쏟아져 나올 듯하여, 최근 10여 년 동안 출간된 책(및 서평), 가능하면 문학작품은 배제하자는 정도의 느슨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로, 한국적 사유, 대안의 삶 대안의 사상, 노동의 목소리, 인간의 존엄, 여성의 정체성 등 다소 범위가 구체화되었습니다. 그중 빈번히 언급된 저자는 서경식, 이계삼, 프리모 레비, 조지 오웰 등이었습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맘에 쏙 드는 서평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눈여겨봐온 이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이 쓴다면 참 좋겠다를 연발하곤 했습니다. 어쩌면 기존의 서평들의 모음에 그치지 않고, 새롭고 완결적인 한 권의 서평집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서로의 생각도 모을 겸, 잠시 머리도 식힐 겸, 같은 책을 읽고 각자가 편하게 서평(에세이)을 써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먼저 프리모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읽었고(저희 모임에 레비의 광팬이 있어서요), 뒤를 이어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보았고, 10월 초쯤 아감벤의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을 읽기로 했습니다. 각각의 책에 자신의 고민과 경험을 투영한 글을 쓴 이모 땡땡이의 한결같음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고요. 레비의 책을 보면서는 한강이 서평을 쓴다면, 한강의 소설을 보면서는 (광주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10대가 서평을 쓴다면 참 좋겠다는 얘기도 두런두런 나누었습니다. 이제 아감벤의 책까지 보고 나서는 다시금 본격적인 서평집 논의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임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좋은 책은 독자에게 공감을 줄 수도 있지만, 종종 그 못지않은 불편함을 줄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좋은 서평 역시 마찬가지고요.

 

서평읽기모임은 처음 6명의 멤버로 시작해서 현재 5명의 멤버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모임 초기에는 직장에서 자유로운 영혼(일명 백수)도 몇 있었는데, 다들 능력이 출중해서인지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일터(출판사)에서 바쁘게 또는 게으르게 책을 만들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쯤 목표로 한 서평집이 나올지 좀 막막하기는 하지만, 각자가 지닌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고, 또 서로의 관심(과 애정)이 아주 줄지만 않는다면, 그리 멀지 않은 언젠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질 날이 오리라 의심치 않습니다(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