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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여기저기 땡땡책모임

추리소설 독서회를 소개합니다

유익 내지 이익과 상관없는 인생이면서 

한눈파는 일에 올인하기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면

-박혜란



10만분의 1의 우연. 우리가 처음 읽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의 제목처럼 시작은 아마 우연이었을 것이다. 땡땡의 기존 독서회들이 학구적이고 진지하며 심각하여 나처럼 재미로 책을 읽는 그야말로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한다는 여론? 속에 손희정 땡땡의 제안으로 부담 없이 편안하게 모일 수 있는 독서회를 구상하여 등장한 독서회가 추리소설 읽기 모임인 범인은 너다. 그렇다고는 하나 범인은 너다독서회에 나온 이들 중에 추리소설 독서회가 만들어질 줄 알고 기다렸던 사람은 없다. 읽자하니 다들 할 일 많은 요즘 그저 재미로 책을 읽는데 시간을 내야하는 독서모임은 사치이거나 바보짓에 틀림없다. 제안한 사람도 함께 하는 사람들도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유능해 보이기는 하나 그다지 세상을 영악하게 사는 것 같지는 않다. 혹시 평소 유익내지 이익과 상관없는 인생이면서 한눈파는 일에 올인하기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면 범인은 너다!’. 격환합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또 다른 소설 점과 선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온다 리쿠의 몽위

미야베 미유키의 흑과 백... 생각해 보니 여름을 지나오면서 벌써 다섯 권이나 읽었다.

지금까지 결석 없이 참석한 (것으로 기억하는) 경험으로 범인은 너다에 독법이나 독서 기준 같은 건 없는 듯하다. 한 달에 한번 모여 추리소설 한권 놓고 생각나는 얘기는 뭐든 한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 얘기도 하고, 비슷한 내용의 아니면 전혀 다른 내용의 다른 추리소설도 생각나면 불쑥 꺼내기도 하고, 읽은 작품을 각색한 드라마나 영화도 찾아보고, 그러다 항간에 떠도는 루머와 음모론도 귀하게 공유한다. 독서회에 참여하는 범인은 너다님들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도 추리소설의 고수? 애독자? ? 들이 많은 듯하다. 함께 읽을 작품과 모임 일정이 페이스북에 공지되면 선정된 책과 저자에 대한 열정과 환호의 댓글들이 쏟아지고 이어서 읽어야 할 작품까지도 암암리에 정해지기도 한다. 댓글 참여가 독서회 참여로 바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댓글의 자취마저도 범인은 너다에서는 화젯거리다. 그래서 나처럼 간혹 덜 읽거나 아예 안 읽고 참석하더라도 귀동냥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외딴집에서 잠시 멈췄다. 추리소설임에도 희노애락의 엄청난 감정소모가 필요한 미야베 미유키의 걸작인데, 아마 마루미 번의 외딴집이 더 많은 범인은 너다들을 소환하느라 모임이 지연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순진무구한 한 여자아이와 자신의 공동체를 지키려는 착한 사람들의 노력. 악령으로 찾아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한 남자. 음모, 조작, 지배, 복종으로 유지되는 평화와 질서. 그 와중에 공동체의 존속과 평화를 위해 아무 일도 없는 척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부른 무질서와 혼란. 이렇게 얘기하다보면 에도시대의 조용한 마루미 번은 벌써 광화문 한복판 어딘가로 옮겨온 것 같다. 다음 범인은 너다모임은 곧 페이스북 땡땡이 페이지에 올릴 공지를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