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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연재마당/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by 최진규

4편 - 정보 많은 디자인에 대하여

내년 땡땡책 기획 중에 '길잡이가 있는 독서회'가 드디어 윤곽을 드러내고 있죠. ㅎㅎ

1월 9일부터 “마을에 관한 두 가지 맛 독서회”가 시작되고요. 우리의 손누나, 손희정 땡땡의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독서회도 일정이 잡혔고요. 저도 2월에 '인디자인 가나다' '나도 할래 디자인' 정도의 제목으로 인디자인 워크숍을 하려고 해요. '길잡이' 역할을 해낼 수 있으려나 걱정이 있지만서도, 또 역시나 기대만큼 소중한 시간이 될 거에요(라고 장담). 땡땡에서는 늘 그렇더라고요. ^^


길잡이 독서회 첫 주자인 “마을에 관한 두 가지 맛 독서회”는 땡땡 페이스북 그룹에 공지가 이미 올라갔어요(http://goo.gl/o2vnza). 이 내용을 웹자보로 만들어 이곳저곳 알리는 일을 준비하는데요, 기호철 땡땡이와 제가 웹자보를 하나씩 만들기로 했어요. 그런데 호철씨가 이번 웹자보는 담아야 할 내용이 많아서 고민 좀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영감(?!)을 얻어 제자리걸음 중이던 이 연재의 4화를 무슨 내용으로 쓸지를 정했답니다. 이번 화 제목은 <정보 많은 디자인에 대하여>입니다. 


1. 글자가 많다 많어


그래서 어찌 보면 이번 글은 내년 '길잡이가 있는 독서회'를 홍보할 웹자보 제작을 위한... 사전 고민...이랄까요. ㅎㅎ 그리고 '정보가 많은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까.. 그런 궁리를 해볼까 해요. 


특별히 이번에는 책 표지가 아니라 영화 포스터(와 영화 블루레이 박스 디자인)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 뉴스에서 영화 <하녀>와 <바보들의 행진>을 블루레이로 출시한다는 기사를 봤었어요. 그리고 자료사진 안에는 새로 디자인한 블루레이 박스와 과거 개봉 당시 영화 포스터의 모습이 있었는데 둘을 같이 살펴보는 일이 흥미롭더라고요. 꽤나 차이가 있죠. 일단 과거 포스터에는 글자가 많고요, 색상도 다양하고요. 블루레이 박스 디자인은 색상을 먹(흑백)과 별색 하나만을 쓰고 있네요. 




<바보들의 행진>(위)와 <하녀>(아래). 오른쪽에는 과거 포스터 디자인.



그런데 저는 예전 디자인이 촌스럽고 지금 디자인이 세련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오히려 과거 디자인의 타이포나 구성이 뛰어나 보이는 곳도 있어요하지만 분명한 건 개봉 때의 저러한 디자인이 최근의 디자인 추세는 아니죠. 주된 차이가 무엇일까요. 일단 감각이 달라진 차이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그보다도 영화 홍보의 내용과 방식이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예전 포스터 디자인에서는 헤드카피, 서브카피 등등등에다 출연배우는 누구며 특별출연은 누구며 영화가 받은 찬사는 무엇이고 수상 내역은 어떻고 때로는 주요 개봉관이 어디인지도 되도록 다 적어넣으려 했죠. 요새는 이런 '정보'들은 다른 매체들(영화소개 프로그램, 인터넷 포털, 영화관 어플 등)에서 모두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지라 굳이 포스터에 자잘하게 적을 필요가 없죠. 일단 이런 이유에서 예전 디자인과 요새 디자인의 성격상 차이가 있지 않나 싶어요.   


잠깐 눈을 돌려서... 며칠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런 걸 봤어요. 누군가가 요즘 개봉영화의 포스터들을 '옛날식'으로 만든 거에요. 











옛날식 포스터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섬세한 솜씨이지 않나요. ^^ 혹시 방금 전에 옛날식 포스터들 위주로 훑어보았다면 이번에는 지금 버전 포스터들을 한번 봐주세요. 사진이나 그래픽의 연출이 딱 봐도 예전과 비할 수 없게 수준이 높죠. 그럼 이런 도식을 하나 써볼 수 있겠죠. '옛날식 디자인 = 글자가 빼곡" / "지금 디자인 = 글자를 덜고 대신 강렬한 시각적 연출" 이렇게요.


2. 그럼 글자가 빼곡하면 옛날 스타일?


그럼 글자가 뺴곡하면 옛날 스타일이냐.. 아뇨 그건 말 그대로 도식적인 생각일 거에요. 한편으로는 빼곡한 글자로 감각적인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다만 디자인에 앞서, 어떤 허다한 정보들을 책 표지든 웹자보든 주어진 지면에 담아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연출할 것이냐, '어떻게' 연출할 것이냐, 이런 고민이 여전히 유효할 것 같아요. 강력한 인상을 주고 싶다면 고민을 더욱 여러모로 하는 수밖에 없죠.   


또 잠시 딴 얘기... 불쑥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요. 제가 편집자로서 표지 디자인을 발주할 때였는데, 표지에 적을 문안을 정리한 문서를 보고 디자이너 분이 매우 난색을 보인 적이 있어요. 글자가 너무 많다는 거였어요. 드러내고 싶은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실제로 제가 보낸 표문안이 그랬어요. 저는 표지에 책의 구매 요인이 될 만한 내용들을 모두 적어두려는 거였고요. 제 입장에서는 뭐 하나 빼기 아까운 말들... 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지러운 모습이었을지도 몰라요. 만약 편집자의 표글이 핵심이 모호하고 긴장감이 떨어진다면 디자이너로서는 더 고민스러울 거에요... 제가 그런 표글을 많이 썼어요..;; 


3. 여러 '버전'으로 홍보하는 요즘 방식


다시 옛날 포스터 디자인과 지금 디자인 얘기로 돌아갈까요. 영화 <하녀>과 <바보들의 행진> 박스 디자인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이, 디자인이 박스 겉표지 디자인 하나로 끝이 아니에요. 병풍처럼 펼쳐지게 만들어 디자인할 면이 여러 면이 되도록 한 다음에 여러 컷의 이미지를 넣었어요. 그리고 제목을 적은 타이포로 지면들을 연결시켰죠. 표지가 여러 버전인 느낌이잖아요? 요즘 홍보물들의 특징 하나는 '여러 버전'을 만든다는 점 같아요. 예전엔 그러기 어려운 면도 있었을 거에요. 홍보 자원이 한정돼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포스터 한 버전을 수십만 장(?) 찍어 일시에 전국에 쫙 뿌리는 방식(이었을 거라고 제가 함부로 짐작...), 반면 지금은 다양한 버전의 홍보물을, 다양한 채널로 전달하지 않나(라고 함부로 비교...) 해 봅니다. ^^;; 이를테면 이런 거 말이에요. 요즘은 영화 포스터도 한 버전이 아니더라고요.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가 주로 그렇긴 한데, 티저 1 + 티저 2 + 티저 3 포스터까지 나온 다음에 공식 포스터가 나오기도 하고, 출연 배우마다 포스터를 따로 만들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런 걸 확인할 수 있겠죠. 지금 디자인들은 여러 홍보 채널을 염두하고 여러 버전을 연출한다... 이렇게요. 


4. 그럼 웹자보를 한번...


음 저는 여전히 땡땡책 길잡이 독서회 첫 주자인 “마을에 관한 두 가지 맛 독서회”의 웹자보 디자인을 궁리하며 글을 적고 있는데요.. ㅎ; 일단 원문 텍스트를 가지고 나름의 편집을 해서 '시안1'을 만들어봤어요. 그런데 만들고 보니 역시 문제가 있어요. 이게 웹자보이다 보니까 가장 작은 글자라도 불편 없이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모니터 화면 크기가 제한되어 있죠. 반면에 정보량은 너무 많고요. 그래서 이것도 여러 버전으로 나눠서 만드는 게 좋겠다 싶어요. 버전을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한 고민거리이죠. 저도 아직은 고민이 이어지지 않네요. 오늘은 시간이 늦어 이만 적고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라고 급하게 마무리..^^)  









원문(위), 시안1(아래) 

오늘 포스트는 이렇게 끝인데 마무리가 영.. 하지만 어쩔 수 없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