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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출판사의 새 책/인문사회

정치의 약속

정가 14,000원

책소개

“괜히 힘 빼지 마, 너만 다쳐”

냉소와 체념이 압도하는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치학

기울어진 정치사회 현실과 가파른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책.

열정을 빼앗고 냉소와 체념만 주는 현실을 어찌할 것인가. 앞으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대로 더 빨리 소멸할 것인가? 시간을 벌며 전환의 기회를 잡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닥친 지금, ‘뭐라도 해보려는 이들’에게 공존의 신호를 보내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치의 무대’로 초대한다.

아나키스트 정치학자였다가 2년여 녹색당에서 당직자로 일하고 다시 연구활동가의 자리로 돌아오며 ‘숙성의 시간’을 보낸 저자. 원외정당의 자리에서 바라본 기성정치제도의 한계와 전환의 기회를 열기 위해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정치적 의제들을 꼼꼼히 짚어냈다.

 

보도자료

“오늘 이렇게 소진돼버리면 내일 깨어날 수 있을까?”

요새는 아침에 눈떠 미세먼지 농도부터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지진, 태풍 같은 자연재해나 대형 재난사고도 먼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나 사회 불평등은 심화되어가고,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나날이 지출하는 생활비용은 오르기만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해고 문자가 날아올까 봐 두렵고, 성폭력이나 몰카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여전하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기분이다. ‘생존’을 염려하며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덜컥 ‘내일 깨어날 수 있을까’ 싶다.

해법을 찾아야 할 정치는 자기들 기득권을 키우는 데만 열중한다. 심지어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위기’가 밀려오건만, 지금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을 죄다 낡은 시대의 정치인들이다. ‘나’와 세계관도 이해도 다른 저들이 과연 도움이 될까. 지금 사회가 닥친 위기들을 몸소 겪어야 할 당사자는 ‘나’인데, 정작 나에게는 아무 권력도 주어지지 않고, 낡은 정치인들만 권력을 고수한다. 뭐라도 해보려고 나서고 싶지만, 주변 반응은 무관심보다 더 심한 냉소가 대다수다. 이 절망을 어찌할 것인가.

 

“당직자로 활동한 2년의 시간을 통해 누적된 고민들”

『정치의 약속』의 저자 하승우는 '풀뿌리 공론장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6년부터 대학에서 정치학 강의를 하다가 돌연 '학교를 관두고' 자치와 자립, 시민정치, 아나키즘, 공공성 등을 주제로 독립적인 공부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다. 아나키스트 정치학자로 불린 것도 이즈음. 2014년에는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삶’을 기획하고 수도권을 떠나 충북 옥천으로 집을 옮겼다. 2016년에는 ‘덜컥’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을 맡으며 당직자가 되었다. 정당정치 연구자였다면 조금은 자연스러울 수 있었겠으나 풀뿌리운동, 아나키즘을 연구한 이력에 비춰보면 그의 정당정치 입문은 다소 의외이기도 했다. ‘우연찮게’ 당직을 맡아 2년을 보내고 다시 연구활동가의 자리로 돌아온 그는 ‘숙성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정당은 정치의 중요한 매개임을 확인하는 한편, 원외정당이라는 변경에서 기성정치의 한계를, 그리고 한국 정치제도의 온갖 문제점을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은 까닭이다.

 

“기득권 정치세력이 이길 수밖에 없도록 승패가 정해진 경기장”

흔히 한국사회의 불공평함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저자는 그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며 아예 ‘승패가 정해진 경기장’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정치의 약속』 1부에서는 철저하게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보장해주면서 공정하다고 우기는 것이 실상인 정치 관련 법제도의 문제를 꼼꼼히 따진다.

1부에서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 기득권에게만 유리하게 맞춰진 선거운동법, 근거 없는 선거연령 제한, 착복이 심각한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불공정한 정치자금과 재정민주주의 훼손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지적한다. 소위 힘 있고 빽 있으면 모든 게 쉽고 그 반대면 세상이 내게 등을 돌렸다고 느껴질 만큼 야박한 현실은 이토록 뒤틀린 정치사회 제도들로부터 기인한다. 이 부당한 현실은 우리에게 냉소와 체념을 주고, 정당한 열정마저 빼앗는다.

 

“위기의 징후를 간파하라”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틈”이라고. 당최 틈이 없다고 믿기 쉽지만, 결국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틈을 내고 틈을 바꾸는 전략’이 더욱 중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틈’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다. 지금을 사는 우리를 위한 전략과, 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의제들을 정리한 것이 『정치의 약속』의 2부이다.

2부에서는 탈토건, 탈부패, 탈미세먼지, 탈핵, 안전한 노동, 자기결정권, 탈성장, 성평등, 기본소득, 식량주권, 1인 가구, 공공성 등 21세기의 새로운 상황과 조건에서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의제들을 제시하고 설명한다. 이들 각각의 의제도 중요하지만 하나씩 떼놓고 접근하다 보면 추상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기에, 구체적인 일상의 문제로 실감하도록 의제들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의제 간의 연관성을 밝히다 보면 현 문재인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선명해진다. 차별은 반대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시기상조라 하고, 탈핵은 하지만 핵발전소는 수출하겠다고 하고, 성평등은 지지하지만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겠다고 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지만 경제성장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의 정책 기조가 얼마나 ‘모순’인지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이 ‘갈팡질팡’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성장주의, 승자독식주의를 뒤집을 탄소제로 녹색공존 전략!”

「나오는 글」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 내용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정부의 균형발전 계획에 대해 “균형은 거들 뿐 여전히 개발, 발전, 성장이 전략의 중심에 있다”고 비판한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퍼지는 ‘균형발전’이라는 말. 대부분이 시설 확충이나 지원 같은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를 ‘균형발전’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지금이 시설을 늘이고 확충하는 것만 필요한 때인가?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혜택이 가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균형 발전은 고사하고 일단 안전하고 평온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일갈한다. 이 목표를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의 약속』은 ‘탄소제로 녹색공존 전략’을 제시하며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한다. 이는 지금껏 ‘발전’에만 초점을 맞춘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논의이자, 새로운 출발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세상이 나아질 수 없다고 믿(으려)는 당신에게”

생존이 버겁고 사회마저 냉소와 체념을 떠안기는 탓에 우리의 일상이 가파르기만 한 것은 사실이다. 정치는 청와대나 국회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 학교, 직장 같은 생활 속에서 더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정치는 강자보다 약자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끼지만, 현실에서 용기를 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치의 무대는 점차 사라진다. 정치가 사라진 세계에서 다시 정치의 토대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세계에 함께 살고 있다는 인식, ‘정치의 무대’ 위에서 서로를 동등한 배우로 인정하는 인식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더 다양한 ‘정치적 연습’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뭐라도 해보자’는 것은 어렵지만 용기를 내보자는 말인 동시에 ‘한걸음’씩 내딛다 보면 그 한걸음 덕분에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역설하는 ‘정치의 약속’이며, 독자에게 보내는 열망의 신호이다.

 

지은이 소개

하승우

정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연구활동가.

세상의 변화에 비관적이지만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의 열정에 기대어 낙관을 보충해왔다. 쉬운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했고, 선수들의 속도전보다 평범한 시민들의 느린 변화에 희망을 거는 편이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나 경제위기를 방치하고 초래해온 기득권 세력에게는 강력한 압박과 공격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정치의 장을 넓히고 활성화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땡땡책협동조합 공동대표, 더 이음 연구위원 등의 직책을 맡아왔다.

지은 책으로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시민에게 권력을』, 『민주주의에 反하다』,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공저), 『껍데기 민주주의』(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없는 사회』, 『아나키스트의 초상』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우리의 현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틈이다.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한걸음씩 걸어가는 것이다. 정치의 약속은 그 걸음을 함께할 사람이 조금 떨어진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 그 타자를 통해 나와 우리를 인식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이 세계가 조금 더 지속할 수 있다는 신호이다.

-10쪽

 

즉 만 25세 이상이 아닌 사람은 어떤 선거에서도 후보로 나올 수 없다. 왜 정치에 나이가 중요한 걸까? 나이를 먹어야 연륜이 쌓이고 정치적인 감각이 생긴다는 얘기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게 하다 보면 연줄이 생기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져 부패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오류를 범하기 쉬운 시대이다. 그만큼 새로운 윤리,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런 일은 당사자들이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젊은 정치가 출현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37쪽

 

문재인 정부를 믿어야 한다고만 외치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답답함은 정책을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책결정과정에 개입된 수많은 요인들을 보지 않고 특정 개인에 대한 신뢰로 정치과정을 환원시키는 건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72쪽

 

근본적으로 토건국가는 더 많은 건설을 위한 에너지 중독사회, 자연과 약자를 희생시키는 끊임없는 성장중독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토건국가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고 타자와 약자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정서를 형성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제는 토건과 부패냐, 깨끗하고 숨통이 트이는 삶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탈토건을 통해서만 우리는 다른 사회로 이행할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116쪽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최대한 싼 비용으로 무조건 빨리 빨리’라는 기업 경영과 ‘너희 말고도 일할 사람은 많아’라는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한 무시가 이런 비극을 부른다. 이런 논리는 핵발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대한 싼 비용으로 무조건 많이’라는 핵발전의 논리와 ‘알아서 잘 대처하라’는 안전불감증이 비극을 부를 수 있다. 핵발전소의 문만 닫는다고 이런 문제들이 자동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핵발전소이고 외주화된 위험들로 터지기 일보직전인 원자로이다.

-133쪽

 

가치로는 자족이나 절제를 생각했을지언정 경제적인 삶으로는 한 번도 성장을 포기한 적이 없는 한국사회가 탈성장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까? 무척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는 탈성장이 경제보다 환경보호나 생태학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러나 경제학(economy)과 생태학(ecology)의 어원은 eco, 희랍어로는 oikos로 동일하고, 둘 모두 우리가 생활하는 가계/세계를 다룬다. 생태학과 환경운동이 탈성장 ‘운동’의 추진력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탈성장은 사실 자본주의 경제에 관한 이론이기도 하다.

-155~156쪽

 

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성장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군대식 ‘재건’ 이데올로기이기도 했다. 5·16 쿠데타 이후 군사혁명위원회가 내세운 6개의 혁명공약 중 하나는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였다.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민생고는 가상의 상황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관료나 기업주의 부패와 맞물린 ‘근본적인 빈곤’은 사람들의 마음에 무조건적인 성장에 대한 욕구를, 그런 발전이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조직을 통해 가능하리라는 믿음을 깊이 심어놓았다.

-160쪽

 

낙태죄 폐지 요구는 낙태를 권하는 게 아니라 낙태를 처벌하는 것에 대한 반대이고 여성을 신체의 권리주체로 보는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낙태죄는 낙태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죄로써 묻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가 아닌 자유로운 주체로 본다면, 체외수정기술을 비롯한 보조생식기술의 발달로 확장되는 재생산권을 고려하면, 그와 관련된 정보들이 제공되고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보장해야 한다. 죄로 규정되면서 불법으로 임신중단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시민의 권리와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177쪽

 

2019년 6월 6일, 제주도의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모임을 만들고 제주 제2공항과 동물테마파크 등 대형개발사업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도지사와의 면담을 공개 신청하며 일주일에 한 번 등교 거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그저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갈 제주를 지키고 싶은 청소년”이라 소개하며 “같은 생각을 가지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모아 행동에 나설 것”이라 선언했다. 세상이 나아질 수 없다고 비관하거나 냉소하기에 앞서 이 선언에 응답부터 하자. 이미 누가 나섰지 않은가.

-231쪽

 

차례

들어가는 글_ 미래를 여는 투쟁으로서의 정치

 

1부 냉소와 체념을 주는 것들

1. 정치판인가, 도박판인가? 이상한 선거제도

2. 공정인가, 밀어주기인가? 기득권에게만 유리한 선거운동

3. 보통인가, 곱빼기인가? 요상한 선거연령

4. 세금인가, 쌈짓돈인가? 어둠의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5. 정치의 발전인가, 퇴보인가? 불공정한 정치자금

6. 자유인가, 관리인가? 무척이나 어려운 정당 만들기

7. 권력인가, 사유물인가? 부당한 정책결정

8. 정부인가, 기업인가? 팔려나가는 공공성

 

2부 세상이 나아지려면

1. 탈탈탈(탈토건 - 탈부패 - 탈미세먼지) 털어내자!

2. 탈핵 - 안전한 노동 - 자기결정권

3. 탈성장 - 성평등 - 기본소득

4. 식량주권 - 1인 가구 - 공공성

 

나오는 글_ 고탄소 균형발전에서 탄소제로 녹색공존으로

마치며_ 세상이 나아질 수 없다고 믿(으려)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