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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출판사의 새 책/기타

빈센트 : 그의 인생 이야기

정가 15,000원

 

  대화로 풀어낸 반 고흐의 내밀한 삶 그리고 사랑  

그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과 그림 한두 점 정도는 눈에 익혔을 정도로 빈센트 반 고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화가다. 그래서 누군가의 서재나 사무실에 갔을 때 가장 자주 마주치는 그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살아생전 그의 삶은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거절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삶과 그림에 대한 정열과 열심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멸시와 조롱 속에서 살다 마침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비극적 삶 때문일까? 사후에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한 그의 삶과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그만큼 많은 책의 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반 고흐의 유년기부터 장례식이 치러진 그날 1890년 7월 29일까지의 삶 전체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또는 그의 그림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를 중심으로 이해되던 반 고흐를 영화처럼 생생하고 구체적인 서사 속에서 좀 더 가까이, 보다 인간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광기에 묻힌 자유로운 영혼, 빈센트를 응시하다!  

기자 출신의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폴라첵은 예민한 감수성과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반 고흐에 대한 전기 자료와 막대한 문화・역사・사상 관련 자료들로 그의 생애를 재창조했다. 슈테판 폴라첵은 주로 실제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살려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재주가 특출하다.

이 책 역시 반 고흐 삶의 주요 순간들을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냄으로써 그의 운명과 광기 그리고 정열이 더욱 온전히 전해진다. 그래서 사뭇 진지하고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웠을 것 같은 비운의 화가의 삶을 조금은 편안하게 하나의 인생 이야기로서 마주할 수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그가 화가면서 심오하고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연약하고 괴팍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었다는 사실 또한 자연스레 드러난다. 또한 사상과 예술 영역에서 수많은 대가를 배출한 풍요로운 시대였던 19세기의 풍광이 반 고흐가 파리에서 지냈던 시기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진다. 에밀 졸라를 비롯해 툴루즈 로트렉, 폴 고갱, 세잔과 모네 등과 반 고흐의 대화에서 그들의 작품이 아닌 인격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다. 과학과 산업의 발달로 자본주의가 움트던 시절, 고된 노동으로도 배불리 먹지 못했던 수많은 민중들의 삶과 더불어 같이 신음하며 토해 낸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반 고흐는 생전과 생후에 극단적으로 반전된 평가를 받음으로써 더욱 드라마적인 운명의 화가가 되었다. 그러나 반 고흐에 대한 선대의 외면만큼이나 후대가 꾸준히 조성하는 반 고흐 불패신화도 예술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왜곡되었을지 모르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모습을 보다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그와 그의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더욱 풍성하게 다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빈센트》는 ‘러빙loving 빈센트’에서 ‘노잉knowing 빈센트’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다.

 

 본문 속으로 

그는 도저히 그림 장사를 참아낼 수 없었다. 화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잠자코 넘기기 어려웠다. 엊그제도 가슴에 훈장을 잔뜩 단 장교에게 시시한 그림을 비싼 값에 팔았다. 빈센트는 그 수단 좋은 판매원과 그를 칭찬하는 부르동을 참을 수 없었다. 모두 한통속이 되어 남의 돈을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니 밤이 되어서도 울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미술상이 아니라 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어서도 빈센트는 시무룩해 있었는데, 한 부인이 화랑에 들어서더니 거실용 그림을 찾았다.

“거실용 그림이라는 건 없습니다.”

빈센트의 말에 부인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좋은 그림과 나쁜 그림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실용이라든지 식당용 그림은 없습니다.”

- 본문 39-40쪽

 

한번은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던 한 농부에게 그림 한 장을 그려주고 빵 한 조각을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그림을 그려 빵을 얻은 것이다. 그는 매우 기뻤다. 빵 한 조각이었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지쳐 잠이 들면 꿈속에서 새파란 야채와 노란 과일, 빨간 고기 따위가 수북이 담긴 식탁을 보았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한없이 처량했다. 처음 눈을 떠서는 꿈과 현실 속에서 배고픔도 깨닫지 못하다가 차차 위 속이 아파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배고픔을 느꼈다. 배고픔 앞에서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자신을 속이려 했지만 현실의 굶주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 본문 90쪽

 

빈센트는 자기가 쓴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는 흡족해했다. 그러나 그 편지를 부치지는 못했다. 돈이 한 푼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고 있다. 나를 비웃는 사람들의 생각이 정말 맞는 걸까? 그들 눈에 나는 아무 가치도 없는 무능력한 괴짜겠지.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이 망나니로 생각하는 남자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이런 생각을 하며 빈센트는 열여덟 번째로 철제 요람을 그렸다. …역시 잘 되지 않았다. 그는 화가 나서 그것을 화판에서 떼버렸다. 그러고는 파이프를 물고 창가로 가서 바깥쪽을 내다보았다. 요람이고 종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내동댕이치고 뛰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앉아서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잘됐다. 그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또 그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 본문 149쪽

 

‘다행히 내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그려야 할 것이 아주 많다. 이 세계를 그림으로 다시 빚어내는 일은 얼마나 오묘한 일인지. 또 색채라는 것은 얼마나 포착하기 어려운 것인지. 얼마나 많은 비밀이 색채 속에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옆에 어느 색채가 있느냐에 따라 암적색도 밝은 효과를 낼 수 있고, 적회색의 붉음도 정도의 차가 느껴진다. 보랏빛과 연보랏빛 옆에 있는 황색은 아주 조금만 진해도 두드러져 보인다. 불그스름한 빛깔 위에 적갈색을 엷게 칠하면 햇빛을 받는 붉은 지붕 빛깔이 된다. 이렇게 섞으면 섞을수록 색채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세상의 색채를 모두 물감으로 만 들어낼 수는 없으리.’

- 본문 176쪽

 

“그림은 비싸게 팔리나?”

“재료비만 벌어도 좋겠어. 롤랑, 정말이지 나는 언제나 이렇게 한심한 걸까.”

“그렇게만 생각할 순 없지. 자넨 그림 그리는 일이 즐겁잖아.”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자넨 왜 자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에서 보수까지 바라나? 자네의 즐거움이 바로 보수 아닌가? 나 같은 우체부는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언제나 무거운 짐을 지고 이곳저곳 다녀야 하니 보수를 받아야 하지만.”

“롤랑, 이 철학자 양반아. 하지만 어떤 일이든 보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아마도 그렇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하는 일에서 얻는 보수 따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네.”

- 본문 288-289쪽

 

그날 아침 빈센트는 격심한 두통을 느꼈지만 이젤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씨를 뿌리는 그림 속 사람이 노란 악마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느닷없이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빈센트에게 입김을 불어댔다. 빈센트는 발바닥과 장딴지, 등뼈에 이르기까지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스멀스멀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노란 악마 녀석!”

빈센트는 마치 야수가 부르짖듯 이렇게 외치더니 계속해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다가 까무러쳤다.

- 본문 335쪽

 

 

 차례 

-“이젠… 돌아가도 좋다고 말해 줘요” (1890년 7월 29일)

-“난 천성이 악하고 비열한 인간이야” (1853-1872년)

-“나는 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지 못할까” (1873-1877년)

-“아무튼 난, 그림은 그릴 수 있을지 모른다” (1878-1880년)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1880-1883년)

-“이렇게 섞으면 섞을수록 색채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1883-1885년)

-“내가 도달한 곳은 기껏해야 가련한 딜레탕트에 불과한 걸까?” (1886-1887년)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노랑이야!” (1887-1888년)

-“오직… 그림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어” (1889년)

-“우리 인생은 늘 예상보다 가혹하지요” (1890년)

-“형은 이제야 그토록 원하던 평화를 얻었네” (1890년 7월 29일)

- 빈센트 반 고흐 연보

 

지은이 슈테판 폴라첵 Stefan Pollatschek(1890~1942)

오스트리아 출신의 기자이자 작가. 1930년에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주로 실제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 형식의 평전을 많이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특히 대화가 많은 것이 특징인데, 이 책 《빈센트》에서도 반 고흐의 남겨진 편지와 비평 글들을 토대로 소소한 대화 장면을 실감 있게 되살려냄으로써 지금까지 주로 인도주의자 혹은 예술의 순교자로만 기술되던 반 고흐의 세속적인 면까지 속속 드러냈다. 능란한 대화 기술과 세심한 이야기를 조화롭게 꾸려 나가는 작가의 솜씨로 반 고흐의 일생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에서 예비장교로 세계대전에 참가하기도 했던 폴라첵은 전쟁 후 런던에서 무국적 망명자로 살다가 사후 자신의 바람대로 유태인 묘지에 묻혔다.

 

옮긴이 주랑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출판사 편집부에서 십 수 년간 근무했다. 지금은 프리랜스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