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인천에서 왔어요. 창립멤버인가? 맞아요.
인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아서
소원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공지가 ‘시’라고 올라와서.
이거이거 나를 위한 거야! 했어요.
시라는 게 저랑 멀게만 느끼고 있었는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뭘 느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갖나 들어보고 싶어서.
그래서 확 끌려서 오게 되었습니다.
계영
주제도 너무 좋고,
그냥 사람과 시와 여럿이 각자 다른 이야기하고
다른 시 읽어주고 듣고싶었어요.
그런게 저에게 필요한 것 같아서
호철
<이문재 시집 - 손의 백서 中>
시를 잘 읽지 않았어요.
이문재, 처음 다 읽었던 시집이에요.
사람의 몸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
손을 관심있게 보고 있었던 중이었어요.
손에 관련된 글귀를 모으고 있었어요.
우연히 시집 코너에 가고 싶었는데,
이 시집이 눈에 들어왔어요.
손과 몸에 대한 시가 많더라고요.
<손의 백서>
머리와 가슴 사이가 가장 멀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머리와 손 사이가 가장 멀다
물론 가슴과 손 사이도 멀고
손과 손 사이 또한 멀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손이 있다.
그 손을 잡고 싶다.
이승민
<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 中 >
시인의 말.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
이거 읽으면서 외할머니가 생각이 났어요.
만나면 만날 수 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호철샘이 몸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저는 집에 관심이 많아요.
주로 건축이나 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이야기가 남겨지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인데,
그 중에 하나를 읽어볼게요.
아니다. 집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오늘은 다른 것.
<박준 - 기억하는 일> !
이경자
.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아무도 그대가 준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아닌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걸 읽으면서.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정, 관계에서요.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하면 나도 모르게 피하더라고요.
가식을 떨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가게되고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 생각이 막 올라오더라고요.
미선
<김선우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오랜만에 시집을 꺼냈다.
저는 호철샘이 조합원의 날 공지에
시인의 말을 올려줬잖아요.
시인의 말을 읽어보지 않았던 거에요.
김선우 시인이 나이 서른이었던 거에요.
이 시를 언제 썼을까. 했었는데
오늘 꺼내들고 싶었고,
오늘 다시 읽고 싶었던게
그런 생각이 들고.
이 시인이 여성의 몸을 많이 다뤄요.
늙으면서 가슴이 쳐지거나.
몸을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하고, 좀 다르게 표현하는 것들이 좋았어요.
탑골공원에 수다떨고 있는 걸 재밌게 묘사한 시에요.
<봄날 오후 >
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 그 러 바 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오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싶다.
미경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시집을 한창 읽어었는데, 모든 시집의
시어가 내 것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그 느낌은 오지 않아요.
오늘 양똘이 불러서 긴급하게 시집을 꺼냈는데,
저의 손을 가장 많이 탄 시집이 이것 같아서요.
처음에 자리 잡았던 때가 반지하 방이었어요.
가난이라는 게 밀접하게 느껴져서...
<혼자 가는 먼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저는 당신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혼자 가는 먼집이잖아요.
서울 대림동에 살았었는데,
대림역에서 저희 집까지 20-30분 걸렸던 건데
걸어가는데 이 시가 상상이 되는 거에요.
저는 당신을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걸어왔던 기억이 있었어요.
옥지인
<김사인 – ‘어린 당나귀 곁에서’ >
김사인 시는 읽을 때, 굉장히
시에서 말을 골라서 말을 많이 깔끔하게 많이 골라냈다는 느낌
머리에 남아있는 시는 없었어요.
제가 해탈한 느낌이 드는 글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어렴풋이 그런 기억이 나는데 (김사인 시)
지금은 구체성이 묻어 나요.
중과부적(衆寡不敵) / 김사인
조카 학비 몇푼 거두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 요금을 내고
은행카드와 대출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 자루, 펜은 한자루…… 중과부적!’※
이라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공간미학보 과태료 날아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며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양선화
(김사인 시인) 정말 많이 변한거에요.
잠언 같은. 그게 좋았는데,
복작복작하고 질펀하고 그렇게 변했더라고요
저는 시인이 변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 사람이 나이를 먹고 별 일을 다겪고
그게 그대로 시에 드러나면 좋더라고요.
근데 왜 바뀐게 싫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저는 시를 근근히 읽어요
굶지 않을 정도로.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 책을 전혀 읽고 싶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소설을 진짜 좋아하는데,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책은 시밖에 없더라고요.
시는 허덕이고 힘들더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까만 손> 탁동철 엮음.
어린이들 글을 엮어내거든요.
아이들이 쓴 시들
<버들강아지 – 5학년 이수연>
버들강아지는 보들보들하다
강아지 털같이 너무 보들보들하다
어우 진짜 보들보들해
야, 연실아! 이거 만져 봐.
진짜 이뻐
보들보들해
강아지 만지는 거 같애
눈 감고 만지면 진짜 좋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날씨 – 차예진 >
비가 내린다.
가난한 사람들이 엉엉 우는 것처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선생님들이 써준거 아니냐
멋있는 척해서 그런거 아니냐 그래요.
제가 느끼기에는 멋있는 척해서 쓸 수가 없어요.
우는 것을 떠올리는 데, 가난한 사람을 떠올리는 거잖아요
자기가 그런 상태인 것을.
밖을 보면서 자기 마음을 다 털어 놓은 것 같아요.
아이는 분명히 이런 처지에 있었을 것 같아요.
주로 이런 시들인데,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라
주변에 아이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다 이렇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진규선배 딸 여민이 이야기 듣고 있으면
말 하나하나가 시 같고,
그런데 제가 이런 얘기하면
부모들은 “니가 키워봐라!” 니가 키워봐라!
(웃음 ㅋㅋㅋㅋ )
계영
< 정호승 시집 ‘이 짧은 시간동안’>
.
<정호승 –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김정원
<김사인 시집 – 어린 당나귀 곁에서>
시인의 말이 맨 마지막에 있어요.
읽어봐도 당나귀는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어린 당나귀가 있고 나는 그 곁에 있습니다.
나는 어쩌다가 고집 세고 욕심 많은
이놈과 있게 되었나요
곁에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언젠가 그를 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 몹시도 슬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곁에 있다는 것에
오늘나는 이토록 사무쳐 있습니다.
곁에 있는 누군가일 수 있겠고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기수 있겠다고
막연히 짐작했어요.
<김사인 - 풍선>
한번은 터지는 것
터져 넝마 조각이 되는 것
우연한 손톱
우연한 처마 끝
우연한 나뭇가지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
모퉁이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많이 불릴수록 몸음 침에 삭지 무거워지지.
조금 질긴 것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네.
모퉁이를 피해도 소용없네.
이번엔 조금씩 바람이 새나가지.
어린 풍선들은 모른다
한번 불리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다는 걸
뽐내고 싶어지지
더 더 더 더 커지고 싶지.
아차,
한순간 사라지네 허깨비처럼
누더기 살점만 길바닥에 흩어진다네.
어쩔수 없네 아아,
불리지 않으면 풍선이 아닌 걸.
강수진
<안도현 시집>
안도현 시집을 가지고 왔는데
낭독하기가 불편했어요.
불편해서 읽지 않으려 하는구나
왜 그런지도 혼자 들으며 생각을 하는데,
읽는 시들은 읽어야해서 읽은 시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시는 어떤거지? 생각해봤어요.
시를 잘 읽지 못할 때
바쁘고 힘들 때는 노래가 대신 시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저런 것을 편안하다고 느꼈구나 했어요.
그 와중에 시처럼 듣는 노래가 있어서 ....
우울하지만 좋아했던,
(골라주신 노래를 들으며. )
<내 이름은 무섬이>
내 이름은 무섬이
난 깜깜한게 싫다
어두운 골목을 갈 땐 막 뛰어간다
내 이름은 무섬이
난 혼자 있는 게 싫다
엄마도 없는 날엔 자꾸 시계만 본다
우르르 쾅쾅 번쩍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 밤새워 쏟아지는 밤엔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크게 노래를 부른다
내 이름은 무섬이
난 깜깜한게 싫다
어두운 골목을 갈 땐 막 뛰어간다
내 이름은 무섬이 난 혼자 있는게 싫다
엄마도 없는 날엔 자꾸 시계만 본다
우르르 쾅쾅 번쩍 천둥버개가 치고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엔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구구단을 외운다
30대 초반에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한참 들었어요.
지금도 가끔 들어요.
양선화
누가 ‘시’ 읽는 모임을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내가 하긴 부담스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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