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주책
지난 15일에 열린 ‘봄날의 주책’ .
땡땡의 안정적인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꾸린 응원 주점, 가결산을 해 보니 지난해보다 좀 많이 빠질 것 같다. 저마다의 절박함으로 후원주점을 여는 단체들이 많아 공격적으로 티켓을 팔기가 주저된 측면이 크고, 후원주점이란 원래 재정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폭리를 취해도 괜찮다는 불문율에 대해 준비하는 이들이 불편해해서 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머물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맞물린 결과가 아닐까 싶다. 술은 맥주가 4천원이었음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닥 많이 팔리지 않았고, 빈집에서 만들어 공급한 수제맥주가 반응이 좋았다. 우리 주점을 찾는 사람들은 술보다는 공룡들이 정성껏 만든 고퀄 안주와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돈독히 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땡땡은 돈 버는 재주보다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연결시키는 역할을 훨씬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땡땡은 책 팔지 말고 걍 술을 팔아~”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좋은 건가.ㅋ
행사 장소였던 ‘슘’은 엄청 넓어서, 들어서는 순간 이곳을 사람들이 다 채울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는데, 7시가 넘어서자 빈 테이블이 없을 만큼, 성황이었다. 티켓 판매가 저조했고, 사전 호응도 크지 않아 적자나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음이 놓였다. 전체를 총괄한 호철과 장보기에서 요리까지 꼬박 이틀을 잠도 못자고 준비해 준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들이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행사다. 여기에 바쁜 일정들을 쪼개 티켓을 팔고, 사람들을 데려오고, 서빙을 하고, 테이블을 돌며 이야기를 나누고, 뒷정리까지 마무리해준 훌륭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술 마시다 서빙하고, 서빙하다 조합 소개하고. “짐을 날라야 하는데 도와주셔요!” 한다마디 이야기를 멈추고 우르르 일어나 짐을 나르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승우 진규 양똘 희정 수진 은환 정우 수원 신양 에리카 유진 효진 연두 대남 조은 미선 승훈 성호 세중, 그리고 조합원도 아닌데 일손 부족하다는 공지에 한걸음에 달려와서 마무리할 때까지 서빙을 도맡아준 신진서 님 특별히 고맙다. 함께 해서 즐거웠고 오랫동안 든든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을 담아 와주신 분들께도 물론 감사^^;; 참, 이날 새로 땡땡이가 된 녹색당 김현 샘, 전쟁없는세상 이길준 샘, 나무아래 출판사 옥지인 샘께도 환영의 인사를~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내년에 뭔가 판을 벌인다면 네트워킹 파티로 기획해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후원주점에 지친 이들에게 그만 손 벌리고, 이곳에 오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긴다는 기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다질 수 있는 공간으로 세팅해도 좋을 법하다. 빈집에서 공급받은 수제맥주처럼, 내년에 다시 한다면 공룡에서 요리를 공급받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공룡들에게는 고마운 만큼 미안함 마음도 크다. 그러니 공룡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갈 거다.) 그밖에 나누고 싶은 물품들도 직접 와서 팔 수 있게 장터를 열고, 작은서점 부스는 출판사와 저자, 독자가 소통할 수 있는 땡땡스러운 책마당으로 기획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날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님도 직접 뵈었고, <대한민국 치킨전>의 정은정 샘도 뵈었다. 이런 저자들과 술 한잔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너무 많기도 하고 획일화되어 가는 북콘서트의 새로운 버전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경희대 생협에서 일하는 장덕희 샘은 대학생협과 땡땡이 연계할 방도를 찾아보겠다며 한 분을 소개시켜주셨고, 삶창의 황규관 샘은 실천문학도 친구출판사로 끌어들이마, 하셨다. 송성호 샘은 울력 출판사도 친구출판사가 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모심과살림연구소 분들은 한 분 한 분은 모두 조합원인데 한살림에서 펴낸 책들을 땡뗑에 공급하고 싶다 하셨고, 빈집의 광대님은 해방촌에서도 소책자를 만든 게 있는데 땡땡에서 공급을 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셨다. 자음과모음 사태로 고소된 세중은 출판노조와 연대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짬을 보고 있던 차인데... 건강한 노동을 지향하는 땡땡에게 고마운 제안이다. 깉이 가자.
작가, 편집자, 출판사, 대안적인 삶을 일구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 또 새로운 씨앗을 품었다. 좋은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의 곁을 채울 수 있는 그날까지, 땡땡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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