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만일’에 다녀왔다. 땡땡책조합원이 운영하는 책방인데 이 곳부터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역에서 내려서 마포구 망원시장을 지나다가 ‘어.. 지나쳤나?’하는 의심이 들 때 즈음까지 걸어가다보면 보인다.
아늑하고 부드러운 조명에 비친 벽 쪽 책장이 마음에 든다. 주인장은 그냥 특별한 의미없이 기본책장으로 만든 거라고 하지만 생김이 마음에 든다. 환경과 먹거리에 대한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 잡지 발견! <modern farmer>
한 쪽 벽면에 예쁘게 포장된 시집. SIDE TABLE 이라는 곳에서 시집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러 가지 세트로 구성된 시집을 팔고 있었다. 주인장에게 시집을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했더니, 주로 어떤 걸 읽으시냐고 물어본다. “아.. 시는 잘 읽지 않아요.” 했더니 2권을 추천해줬다.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그리고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책을 읽다가 또 주인장과 수다를 떨다가 했다. ‘만일’이 생각보다 많이 주목받게 되어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았다. 공간을 혼자 운영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일주일에 2시간 정도만이라도 누가 책방을 맡아주면 산책이라도 하고 올 수 있겠는데 말이다. 천천히 고민할 생각이라고 한다. 책방에서는 책모임도 할 수가 있단다. 요즘에는 번역가와 함께 번역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책 하나를 번역해 보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