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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책 주요활동/조합원의 날

11월 조합원의 날

 

 

11월 조합원의 날에는 먹거리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까칠한 음식 이야기로 이름난 이용재씨의 글과 책이 단연 돋보였네요. 그리고 소울푸드와 채식을 둘러싼 생각들에 대해서 열띠게 이야기 나눴어요.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좋은 부분은 소리내어 읽기도 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터놓고 이야기했습니다.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허수경 | 문학동네

새벽에 일어나서 커피를 한 잔 끓여 마시고 그 길로 제일 일찍 오는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매일 간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연구실의 도서관. 오래된 책들 사이에서 나는 먼지 냄새 같은 걸 맡으며 백년도 훨씬 전에 나온 책들을 읽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간간이 지나 가는 차소리……대개 아주 오래된 발굴보고서들이었다. 어느 날 그의 책 가운데 하나에서 사진을 한 장 발견한 적이 있다. 1902년에 이라크로 답사를 떠났던 한 고고학자가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 안에는 배가 이만큼 부른 긴 머릿수건을 쓴 여인네가 쪼그리고 앉아 구리로 만든 넓적한 솥뚜껑 같은 데다가 아주 평평한 빵을 굽고 있었다. 1902년에 구워진 빵들이여. 그대들이 한 백년 넘은 내음을 풍기며 지금 이 도서관으로 나의 허기를 찾아오는가.

- 손희정

 

 

 

<키친> 조주희 | 서울문화사

이 만화는 소울푸드에 대한 거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에피소드별로 되어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다단계 빠진 여대생 이야기에요. (...) 시레기 된장국, 나물무침, 생선구이. (...) 여기서 다뤄지는 음식들은 이런 것처럼 소박한 음식이에요. 자신의 기억의 한 편에 중요한 순간에서 먹었던 음식. 헤어지고 나서 그 남자가 좋아했던 매운 낙지볶음. 헤어지고 너무 힘든데 아무것도 못 먹은 공복에 그걸 먹다가 응급실에 실려가고. 이런.... 기억 속의 음식을 하나하나 한 건데 그래서 저는 울적할 때마다 이걸 보거든요.

  - 이영롱

 

아주 소박한데 뭔가 기억을 주는 음식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최근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뭐냐하면요. <, 이제 댄스타임>이라고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인데. 한 에피소드가 그런 거에요. 이게 사례를 다 인터뷰해서 받은 건데, 한 여성이 낙태를하고 너무너무 배가고파서 너무 허기가 져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그 병원 지하에 설렁탕집이 하나 있었던 거지. 거기 들어가서 설렁탕 한 그릇 시켜서 먹으면서 오만생각이 다 드니까. 눈물이 흘러서 우는데, 사장이 그랬다는 거에요.

그렇게 여자들이 혼자 와서 설렁탕을 먹으면서 운다

그 순간, 그 여성이, 실제로 어떤 느낌을 느꼈을지 몰라도 다큐가 제안하는 건, 적어도 내가 혼자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다큐의 맨 마지막은 다양한 낙태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중첩된 끝에, 여성들이 설렁탕 집에 모여서 각각의 자리에서 설렁탕을 먹는 장면이 있어요. 가임 여성의 30%가 낙태를 경험한다는데, 상당히 보편적이지만 매우 특수화되어 있는 경험이잖아요. 이 다큐는 그런 경험을 나누고 싶어하는 다큐인거죠, 어떤 평론가가 이 영화를 설렁탕 커넥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것들을 먹었던 그 사람들이 사실은 서로 연결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출발점으로서의 다큐? 그 설렁탕 장면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었어요.

  - 손희정

 

<포크를 생각하다.> 비 윌슨 저 | 김명남 역 | 까치 |

그동안 감자, 대구, 초콜릿에 대한 책이 나왔고, 요리책, 식당, 요리사들에 대한 역사책이 나왔다. 그러나 부엌과 도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이야기의 절반이 사라진 샘이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도구와 기법으로 재료를 손질함으로써 음식의 질감, , 영양, 문화적 의미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맛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신뢰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이용재, <외식의 품격>도 썼다. 트위터나 블로그에 있는 말을 소개해 본다. 맛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해서 쓴 글이다.

맛은 분명히 시간 축. 즉 선 위의 경험인데, 요즘은 이걸 대부분 점 위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음식, 과일 모두 앞에만 맛이 몰려 맛이 반짝하다가 사라진다. 맛의 한탕주의랄까 홈플러스에서 1.2kg4500원 짜리 자두를 사봤는데, 맛이 정말 한 2초만에 사라진다. 입에 물면 껍질과 살 사이에 신맛과 쌉싸름한 맛 약간 그리고 그 보다 많은 단맛. . 결국 맛의 경험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새로운 게 나올 수 없다. 모든 것이 점의 승부고, 시간 축 위에서 생각하는 예외는 오로지 매운 맛 뿐. 그러니까 허무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생산자가 자신이 원하는 맛의 시각화를 하지 않은 채로 생산에 돌입한다. 

  - 진용주

<외식의 품격> 이용재 저 | 오브제

이 사람이 까칠해요. 그래서 싫어할 수도 있어요. 파스타라고 했을 때, 뚝배기 파스타는 사실 족보도 없다는 식으로 말해요. (...) 이제 읽을 부분이 파스타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에요.

무엇이 문제일까.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아니, 기준은 분명히 존재한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아예 부정하는 게 진짜 문제다. 다시 피자와 파스타로 돌아와 보자. 피자의 근원은 빵이다. 발효로 부풀린 반죽에 토마토와 치즈가 합세하면서 오늘날의 형식을 갖추었다. 따라서 반죽 맛으로 먹는 음식이고, 실제로 그렇게 즐긴다. 버터나 잼을 바르는 게 빵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수단인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발효가 민감하고 어려운 과정이라 미국식 프랜차이즈가 앞장선 대량생산에서 고명을 강조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반죽의 약점을 뒤덮어 가렸다. 이를 그대로 따르는 게 한국에 널린 피자다. 반죽 맛을 내세우는 곳이 없다.

파스타는 또 어떤가? 밀 가운데 가장 단단한 종류를 빻아 만든 면이다. 너무 단단해 우리식 소면으로 늘리지 못하고 메밀 국수처럼 틀에 눌러 뽑아야 한다. 그래서 더 뻣뻣해지지 않도록 반죽에 소금을 섞는 것을 법으로 막는다. 성질이 이렇다보니 면이 굉장히 꼬들거린다. 아무리 삶아도 쫄깃해지지도, 부드러워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비빔국수나 짜장면처럼 묽은 소스를 흥건하게 끼얹으면 서로 겉돌아 옷에 튀기만 한다. 게다가 피자와 마찬가지로 밀가루 음식이기도 하다. 현지에서는 면 맛으로 먹는 음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스는 면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더하는 게 맞다. 그래서 평가는 때로 아주 간단하다. 토핑이 넘쳐나는 피자,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는 잘 못 만든 음식이다.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 맛이 당연히 없고, 사실. 먹을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하면 반발이 줄줄이 잇따른다. 입맛이 주관적이니 평가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몇 갈래로 반론이 가능하다.

  - 김효진

 

 

<칼로리 플래닛> 피터 멘젤, 페이스 달뤼시오 저 | 김승진, 홍은택 공역 | 윌북

세계의 여러나라 가정을 돌면서 그 가정의 식량, 음식재료를 쌓아놓고 사진도 있고, 집 모습도 있고, 가족들이 자기 생활 이야기도 해요. 음식과 관련된 생활이야기. 여러나라 이야기가 있다. 중국도 있고, 아프리카도 있고, 유럽도 있고 그런다. 나라마다 차이가 정말 크다. 보는 것 만으로도 어떤 맥락에서 이 가정들이 살아가고 있는지가 보이는 정말 재미있는 책입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저 | 조윤정 역 | 다른세상 |

<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 짐 메이슨 공저 | 함규진 역 | 산책자 |

 사실 제가 채식을 하고 있는데요. 계기가 피터씽어 책을 읽었어요. <죽음의 밥상> 이 책을 보고 채식을 시작했어요. 인류가 채식을 하게 되면 얼마나 좋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채식을 시작하고 읽은 책이 <잡식동물의 딜레마>인데, 현대 음식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 옥수수를 예를 들면서 옥수수가 소도 먹이고 옥수수를 통해서 공장화된 모든 음식의 기반이 옥수수인거에요. 공장식 식품생산의 루트를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유기농의 식품생산 루트를 이야기해요. 유명한 유기농 체인 이야기도 해요. 3부가 하이라이트에요.

  - 김혜림

 

<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 저 | 김희정 역 | 부키 |

채식을 잠깐 했었다. 2년 정도. 처음에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로,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주위에 채식하는 사람이 있어서 시작을 하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자취를 해서, 채식을 하니까 먹을 게 없더라고요. 빵이나 면, 밀가루 음식을 먹게 되는데, 부모님 댁에 돌아가게 되면서 다시 다 먹게 되었어요. 채식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쏟아지는 질문들 그때는 명확하게 대답을 못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이거다, 내가 반박할 수 있는 논리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 김은주

 

나머지 이야기 된 책들

<현미선생의 도시락> KITAHARA Masaki ,UOTO Osamu 그림 | 최윤선 역 | 대원씨아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백가지> 이철수 글 | 이원규 사진 | 현암사 |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가쿠타 미쓰요 지음 | 모가미 사치로 그림 | 엄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최훈 저 | 사월의 책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 저 | 나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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