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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책 주요활동/길잡이 독서회

11월 28일 그림책 읽기 모임 후기

                                                                 <죽음에 대한 그림책 읽기>


                                                                                                                                 김혜림(땡땡책 조합원, 중등학교 교사)


지난 11월 28일 그림책 읽기 모임의 주제는 무려 <죽음>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다크다크한 사람들......

지난 11월 7일 모임을 빠졌는데 그 사이에 이런 대단한 주제를 정하다니!

죽음에 대한 그림책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다들 어떤 책들을 들고 오실까 퍽 궁금했는데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책들을 많이들 가져오셔서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간식도 정말 빵빵한 그림책 모임. 심지어 이 날은 간식이 남았는데 사진이 없어서 아쉽네요ㅠ)



이 날 읽은 책들 사진인데요. 상단에 뭔가 낯선 물체도 이날 읽은 거에요. 흐흐. 

한 권씩 소개하며 그때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스포일러와 함께 제멋대로 평을 곁들이자면


1. '꿈에서보다 더 컸어요' 

 조민선님이 가져오신,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바로 저 아이패드 속 그림의 정체!

 아마 네덜란드책인 듯? 아무튼 낯선 유럽언어로 되어 있는데 다행히 민선님이 번역을 가져오셔서 그림과 함께 읽어주셨어요. 

어릴 때 죽은 누나가 있는 소년의 이야기에요. 죽은 누나가 찾아와 마치 꿈결인 듯 둘이서 공동묘지를 비롯하여 여러 장소를 찾아다닙니다.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가 인상적인 그림책이었어요. 특히 아이의 죽음이란 건 어른의 죽음과는 의미가 또다른 건데 정말 쉽지 않은 주제를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입니다.

아이패드 화면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글도 그림도 좋아요.^^

민선님이 퍽 아끼시는 책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을 못 하셨다고.ㅠ_ㅠ 다행히 이 날 오신 분들 중 한분이 가져간다고 하셨으니 조만간 한국어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2. '우리 할아버지' by 존 버닝햄

이 책은 두분이나 가져오셨어요! 조부모의 죽음이라는 주제에서는 제일 유명한 책인 것인가.

제목 그대로 할아버지와 손녀의 추억을 한장씩 얘기하는 내용인데요. 특이한 건 각각의 장이 서로 스토리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단편적인 에피소드의 나열이에요. 둘이 서로 동문서답을 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손녀의 대답에 머쓱해할 때도 있구요. 마치 추억 속 사진을 한장씩 넘겨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아마도)할아버지의 사후에 혼자서 씩씩하게 내달리는 손녀의 모습으로 끝나는 부분도 참 좋구요.

기호철님은 책 속에 나온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자신과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딱 이런 느낌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랑을 잘 표현한 책이에요. 존 버닝햄답게 할아버지와 손녀가 동문서답을 하거나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 하는 게 아니지'하는 부분을 보면 은근히 현실적이다 싶어요.^^;;;



3. '꼭두와 꽃가마 타고' by 이윤민

이건 누가 가져오셨는지 잊어버렸어요.^^;;;; 그냥 김소희샘이 읽어주시던 다정한 목소리만 기억이 납니다. 그림책 읽기 달인 소희샘!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처럼 포근하고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읽어주셨어요.

겁많은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가 꼭두인형을 저승길에 함께 보내주는 옛날이야기풍의 그림책입니다. 이 책 얘기를 하다가 한국의 사생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서양그림책에서는 사후에 대한 이야기가 잘 없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가 큰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죽어도 저승길이 있고 이런 식으로 양쪽의 차이를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다구요. 특히 '신과 함께' 같은 경우는 사후에 더 긴 이야기가.^^;; 

죽음이라는 문제를 심각한 결핍과 단절로 받아들이고 그걸 좁혀보려고 하는 서양 그림책들에 비해 확실히 이 책에서 표현되는 죽음은 긴 저승길 어드벤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할아버지의 꼭두인형 덕에 그걸 다 극복하는 내용이라 엄청 스펙타클하지는 않습니다만.



4. '내가 함께 있을게' by 볼프 예를브루흐

초히트작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작가 볼프 예를브루흐의 책입니다. 

어느 날 오리의 곁에 죽음이 나타납니다. 둘이는 함께 시간을 보내구요. 그리고 예정된 결말......

이 책은 정말 폭풍칭찬을 받았는데요. 내용, 그림, 심지어 책디자인까지!

일단 내용면에서 이 책이 신선하고 놀라운 건 '나'의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는지 잊었는데(아마 이지우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그림책은 보통 조부모나 가족의 죽음을 다루니까요. 그리고 추상적인 죽음이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것도 신선하구요. 심지어 이 '죽음'은 물을 무서워하기까지!


                                                   <물을 무서워하는 '죽음'과 주인공 '오리'의 모습>


 그림도 정말 뛰어납니다. 

그림책에서 흔치 않은 구도를 많이 사용하구요. 오리가 계속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라던가 죽음이 오리를 굽어보는 자세 등 인상적인 구도와 그림이 많아요. 

그리고 배경그림이 없이 인물들만 표현되어 있는데 출판사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모두 그게 정말 쉽지 않다고 하시네요. 보통 강박적으로 바탕을 다 채우려고 하는데 이만한 여백의 미를 사용하다니! 하고 왠지 모를 부러움을 표하셨습니다. 특히 뒷표지에 책소개나 저자 소개, 인용 등이 하나도 없이 그저 여백으로만 채워져 있는 걸 보고 엄청 감탄하시더니 이것도 돈이 있어야ㅠ 라고 하시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그림책계에서 여백이란 건 엄청난 사치인 거군요!

아무튼 이 책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이 날 이 책을 알게 되어 큰 기쁨^^ 

책을 가져오신 김꽁치님이 죽음에 대한 그림책 중에 이 책이 대표적인 책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럴만한 멋진 책이었습니다.



5. '이럴 수 있는 거야??!' by  페터 쉐소우

제목 그대로 '이럴 수 있는 거야??!'하는 일을 당한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에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당한 여자아이가 함께 추모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추스리고 작별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어딘가 허술하고 호들갑스러운 친구들의 캐릭터 덕분에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구요. 약간 웃기는 부분도 있어요.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는 서구식 문화가 인상적인 책이기도 하구요. 한국은 이런 문화가 아니다 보니까 그 얘기를 잠깐하게 되었는데 실은 이전 모임날 저의 삼촌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가는 바람에 불참하게 되었는데 그 장례식 얘기를 좀 했습니다. 저의 고모 중 한분은 옛날식으로 울고 불며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인을 보내지 않으려는 행위가 바른 장례식 예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그 분을 말리느라 머리 뜯기고 발 밟히며 고생했는데.^^:;;; 

서구식으로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도 이렇게 고인의 죽음을 부정하려고 하는 문화도 모두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겠죠.



6. '오래 슬퍼하지 마' by 글렌 링트베드

이 날 새로 오시고 조합원으로 가입도 하신! 이지우님이 가져오신 책입니다. 

이지우님은 프랑스책인 'Marie et les choses de la vie'도 함께 가져오셨는데 원서라 모두 불어가 안 되는 관계로 그냥 그림구경만^^:;; 엄청 예쁜 그림책인데 한국어판도 있대요. 그런데 한국어판은 원서의 그 아름다운 색깔이 제대로 표현이 되지 못했다고. ㅠ_ㅠ

한국어판은 지금 찾아봤는데 제가 제목을 잘못 알았는지 영 안 나오네요. 제목 그대로 내용도 마리의 할머니의 죽음에 관련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오래 슬퍼하지 마'는 할머니의 죽음을 앞둔 아이들 앞에 두건을 둘러쓴 '죽음'이 와서 위로랍시고 슬픔과 기쁨, 눈물과 웃음은 한 세트니까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마 요러고 나서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그런 내용입니다.

저는 추상적이긴 해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지우님은 그렇게 잘된 책은 아닌 것 같다고.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나 부모들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하네요. 역시 너무 추상적인 게 문제인가 봅니다.^^;;



저는 죽음에 관련된 책이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등장인물이 죽는 책으로 해야 겠다 싶어서 미야니시 타츠야의 '나에게도 사랑을 주세요'를 가져왔는데 이건 정말 그냥 사랑에 대한 이야기;;;;;;; 다음 모임 때는 더 분발해서 좋은 책을 가져와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 모임 주제는 두둥!

<똥>입니다. ㅋㅋㅋㅋㅋ


완전 기대되는 모임이네요!



그림책에 빠져든 저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마지막 사진으로 남겨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