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친구출판사의 새 책/어린이청소년

고향에서놀던때가그립습니다/소동


정가 16,500원/조합가 14,850원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를 꿈꾸는

이재연 할머니가 그림으로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

 

저자 이재연 할머니는 가난한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혼인을 하고 두 아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자신을 바치다가 미국의 모지스 할머니처럼 70이 넘어 그림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밥 먹고 손자 보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60여 편의 그림으로 보여주는 농촌의 사계절

이 책에는 이재연 할머니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여 그린 60여 편의 그림과 글이 겨울, , 여름, 가을 시간 순으로 실려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논과 들판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모내기부터 추수와 탈곡, 물레방앗간, 새끼 꼬기 등 농사일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노는지 그림으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일손이 모자라 어린아이라도 농사를 돕고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지만, 아이들은 어디서나 신나게 놀 거리를 찾았습니다. 꽃 피는 봄에서 가을까지 산천이 다 놀이터였습니다. 마당에서 놀고 소꼴 먹이러 가서 알밤을 구워먹고 논에서는 메뚜기를 잡으며 놀았습니다. 강에서 물고기 잡고 매운탕 끓여먹는 것도 빠질 수 없지요. 놀이는 겨울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논이 얼면 썰매 타고 팽이 치고 고드름을 따먹고, 대보름날에는 쥐불놀이를 했습니다. 엄마가 이불을 만들면 그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며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배고프면 방안에 쌓아둔 고구마를 꺼내 먹거나 땅 밑에 뭍은 무를 깎아 먹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학교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겨울이면 친구들은 양철 도시락을 난로 위에 얹어놓으려고 서로 경쟁하고 방과 후엔 함께 청소를 했습니다. 6·25전쟁이 지나가고 가난했기에, 외국에서 원조를 받은 분유를 학교에서 배급받기도 했습니다. 전기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을 켜놓고 공부를 하다가 머리카락을 태워먹기도 했어요.

 

기억으로 재생한 고향의 세밀화

이재연 할머니는 11남매 중 딸 일곱째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자식들을 공부시키느라 열심히 일하셨지만, 아들과 딸을 차별했습니다. 밥그릇도 아들은 놋그릇, 딸은 양재기 그릇이었고, 딸들은 공부를 잘해도 대학을 가지 못했습니다. 놋그릇을 열심히 닦아도 그 밥그릇엔 밥을 먹지 못했던 딸의 마음이 그림으로 그려졌습니다.

이재연 할머니의 고향은 온천으로 유명한 유성입니다. 어릴 때 목욕탕에 갔다가 유황냄새와 사람들에 치여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목욕탕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또 시장에서는 무엇을 팔았을까요? 떡방앗간 앞에서는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기도 했지요. 이 책에는 목욕탕과 유성장날, 떡방앗간 풍경이 숨은그림찾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몇 명이 등장하는지, 아이는 몇 명인지, 강아지는 몇 마리인지 찾아보세요.

 

모지스 할머니를 꿈꾸며

이재연 할머니는 할머니가 되어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니 고향 생각이 났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상상 속에서 고향을 찾아가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한 점 한 점 고향 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그림을 그릴수록 기억이 생생해졌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했습니다.

이재연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어느새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되고 행복해집니다. 우리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일할 때나 놀 때나 온 마을이 가족 같았던 동네, 열심히 살았어도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도 마음대로 못했던 이야기, 알밤··참새·메뚜기·미꾸라지 등 아이들이 스스로 자연에서 간식을 구해 먹던 이야기, 이불에 오줌 싸서 키 쓰고 소금 얻으러 다닌 이야기 등. 할머니의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그 고향은 지금 아파트촌과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동네어귀를 지키던 느티나무마저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림으로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추천의 글

이 그림책 예순세 편 그림 속 풍경은 지금 우리에게 없다. 그 자리를 아파트와 고속도로, 상가 건물들이 모두 덮어버렸다. 작가의 손과 놀라운 기억력은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거리와 집들, 사람들을 모두 제자리로 불러 모았다. 마치 묵혀두었던 앨범 속에서 나온 듯,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처럼 펜과 수채화 등으로 정감 있게 묘사하였다.

쉽지만 빠져들게 하는 힘이 바로 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정병규(어린이책예술센터)

 

 

이재연 작가의 그림은 꾸미지 않은 소박함, 기억력으로 그려낸 세세한 이미지, 풍부한 색감과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이건 그림을 배워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나의 일처럼 반갑고 기쁘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김중석(그림책작가)

 

 

아들 셋, 딸 여덟인 집에서 일곱째 딸로 태어난 이재연 작가.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를꿈꾸는 할머니이기도 하다.

앞으로 본인의 직장생활, 결혼생활, 나아가 요즘의 생활 이야기도 그림과 글로 생생하게 그리면 좋겠다. 그것들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생활의 기록이며, 미시사로서 소중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 길에 내딛는 첫걸음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엄혜숙(그림책평론가)

 

 

누구나 그때가 있다. 이재연 선생님은 도서관 그림동아리에 오실 때 늘 많은 그림을 가지고 오셔서 회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림 그리시는 선생님은 꿈을 이룬 듯 행복해하셨다. 진심이 묻어있는 이 책 그림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행복에 젖게 될 것이다.

장순일(화가)

 

저자 소개: 이재연

 

1948년 충남 유성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배과수원 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벼이삭이 누렇게 영글어 고개 숙인 들판 신작로 길을 등하교하며 서울로 갈 꿈을 키웠습니다. 대전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여자라서 거기서 학업을 멈추어야 했습니디.

두 아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수십년을 보내다가 남편이 하늘나라로 간 다음, 다육식물에게 사랑을 주며 허전함을 달랬습니다. 어느 날 반려식물에게 예쁜 화분을 만들어주고 싶어 도자기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넣고 싶어서 70이 다 된 나이에 도서관 그림동아리 문을 두드렸습니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밥 먹고 손자 보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2017년 자서전 전시인 기억의 재생과 와 2018년 가을 자화상 그리는 언니들을 비롯 몇 번의 그룹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요즘은 늦둥이 손주 육아일기와 동반식물 다육이 그림을 매일 그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를 꿈꾸며 매일 그림 그리며 살고 싶은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