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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조합원의 책장

조합원의 책장 _박내현 "사람들의 목소리"

‘땡땡책 조합원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조합원의 책장도 구경하고 어떤 조합원들이 땡땡책과 함께하고 있는지 알리면 좋겠단 생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첫 책장의 주인은 올해 4월까지 사무국 일을 마치고 이제 다시 조합원으로 돌아가는 박내현 조합원입니다. 박내현 조합원이 찍어온 책장 사진과 제(기호철) 책장 사진을 함께 보면서 서로의 책장을 구경하듯이 이야기 나눴어요.  
 
 


Q. 여기는 어떤 책장이에요? 
 
여기는 그냥 올해 읽고 엄청 좋았던 책을 모아 놓은 거에요. 한 번 읽고 다시 읽고 싶거나. 어쨌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냥 보고 있으면 흐뭇한?(웃음). 책장이 거실에 쭉 있으면 제가 보통 그 앞에 테이블에 앉아서 일을 하거든요. 노트북도 켜놓고요. 그러면 제가 앉은 자리에서 저 책꽂이컬렉션이 보이는 그런 책장이에요.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을들의 당나귀귀>, <자기만의 방>,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이런 책들은 땡땡에서 같이 읽은 책들이에요. 그리고 제가 2년째 하고 있는 독서회가 있는데, 은유샘의 글쓰기 강좌를 같이 듣고, 동기기수들이 후속모임을 계속하자 그래서 모이고 있어요. 평상시에 내가 잘 안읽는 책을 추천받아서 읽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숨그네>, <실격당한자들을 위한 변론>, <랩걸>, <마음의 진보>는 그 독서회가 아니었으면 내가 안읽었을 것 같은, 그런데 되게 좋아하는 책들. 이 선반은 18년도 최애 컬렉션이에요.
 
그 중에서도 제일 좋은 책은 <선물>이라고 HIV감염자들의 구술사 기록을 한 책인데, 제가 원래 구술사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최현숙 선생님이 이걸 받으셨다고 페이스북에 올리셨는데, 너무 읽고 싶어서 추적해서 찾아봤어요. 기록한 곳에서 몇 권만 소량으로 찍는 프로젝트형 책이었던 거예요. 책 구매를 문의 드렸더니 기꺼이 무료로 보내주셨어요. 읽었는데 굉장히 묵직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렇게 성실하게 듣고 그걸  읽는 사람에게 마음을 울릴 정도로 옮겨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도 많이했어요. 구하기 어려워서이기도 하고 HIV감염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도해서 아끼는 책이에요. 
 

 

Q. 이 책장에는 요리에 관련된 책이 많은 것 같아요. <일상요리수업> 이 책이 제일 궁금해요. 어떤 책이죠? 
 
제가 사실은 요리책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요. 요리를 하진 않는데, 요리책을 모으면 너무 기분이 좋은거예요. 책은 자기 전에 봐요. 자기 전에 요리책을 하나씩보면 왠지 제가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뿌듯한? 약간 대리만족으로 읽는? 이 책은 굉장히 많이 쓰는 식재료를 가지고 여러 쉐프들이 한식, 중식, 일식 버전으로 레시피를 알려주는 내용이에요. 계란이나 닭처럼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재료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해 줘요. 물론 저는 이 책에서 한 개도 만들지 않았지만 … (웃음) 이거는 꽂아 놓고, 하나씩 아무때나 펼쳐서. 심심할 때 보면서 이거 해먹고 싶다. 이걸 누구에게 해달라고 해야겠다. 해요. 이 책 좋아요. 
 

  
Q. 여긴 어떤 책장이에요? <꾸란선>, 이 책이 가장 눈에 보여요. 코란 아닌가요?
 
이건 제 침대 옆자리에 있는 책장선반이에요. 가까이 두고, 읽어야지해서 가져다가 놓은 책이에요. <꾸란선> 이 책은 코란이에요. 큰형부, 그러니까 큰 언니가 결혼한 분이 무슬림이에요. 호주에 살고 있는데,  저희 형부 때문에 무슬림이라는 종교를 알게 되었어요. 저희 형부가 자꾸 코란 사주시고, 읽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영문판을 받아서도 읽었어요. 코란이 전체가 번역된 판이 없대요. 그래서 한국에서 무슬림을 알려면 아랍어를 공부해야해요. 아쉬운대로 영어판으로, 이 책은 그나마 코란을 많이 번역한 외대에서 나온 책이에요.  조금씩 읽고 있는데, 성경이랑 비교되는 부분도 있고 재미있더라고요. 
 
Q 이 책장에는 교육책도 많네요? 
 
제가 동네아이들과 글쓰기교육, 교육이라고 하긴 그렇고 수업도 하고 청소년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들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하다보니 더 잘 가르치고 싶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교육공동체 벗에서 추천해준 책도 있고, 주변에서도 추천해주신 것도 있어서 읽고 있어요. 교육활동을 3년 정도 했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까지는 1주일에 한 번씩 얇은 책을 읽어오고, 읽은 책을 가지고 짧은 글쓰기를 했어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니까 책을 못 읽더라고요. 읽을 시간도 못내고요. 책을 바꾸긴 해야하는데 그 나이 때에 맞는 적절한 책이 없는거예요. 그래서 고민도 많이 되고 했었어요. 한 달에 한 권을 읽고,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금씩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요. 아이들하고 글쓰고 책 읽는 게 재미있어요. 
 
 


Q. 조합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저는 추천하고 싶은 책은 <양육가설> 이에요. 저는 이 책이 되게 좋았어요. 이거 제가 사서 선물을 엄청 많이했거든요. 땡땡책 친구출판사인 “이김” 책이어서 알게 되었어요. 땡땡책에서 일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 책을 책꽂이에서 보고 너무 궁금했어요. 양육가설이 무슨 말이지? 이것부터 궁금했어요. 저는 사실 결혼을 했지만 비출산, 비양육을 선택한 사람인데 그 이유중에 하나가 제 주변에 양육을 하면서 행복한 사람을 별로 본적이 없는거예요. 제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아이를 잘 못 키울까봐, 망칠까봐, 자신이 미칠 영향 때문에 엄청 고민하는 모습을 봐왔었어요. 그런 저에게 이 책이 탁 때리는 느낌이었어요. 이 책에서는 양육자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가설일 뿐이고, 양육자가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이야기해요.  물론 그 자체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평소에 양육을 하면서 안쓰러웠던 사람들에게 다 사줬어요. 이 저자분이 이 분야의 전문가, 소위 전공자는 아닌데 혼자 연구를 해서 이 책을 쓴 것이 너무 신기하고, 이런식으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독립연구해서 책으로 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또 이런 연구자들의 책을 많이 내는 이김도 궁금했구요. 앞서 언급한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도 그렇고 여성들의 연구, 그리고 글을 읽으면 좋은 걸 넘어서 두근거려요. 땡땡책 안에서도 양육하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이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Q. 땡땡책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가 재작년 가을에 최현숙 선생님과 같이 망원시장 관련된 작은 책을 냈어요. 그게 망원시장의 여성 상인분들 9명을 인터뷰해서 쓴 책이에요. 최현숙 선생님 강의를 들었던 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책이에요. 생각해보니 최현숙선생님을 만나고 구술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땡땡책 때문이더라구요. 땡땡책에서 구술사 길잡이 독서회가 있었잖아요. 네 번 중에 딱 한 번 갔던게 최현숙 선생님 강의였어요. 그때는 구술사라는 영역도 잘 몰랐어요. 기록하고 글 쓰는 네 분의 여자들이 강의하러 오신다고 해서, 궁금해서 신청을 했었어요. 그때, 구술이라는 것. 누군가가 써주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를 하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쓴다는 것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관심이 갔고, 땡땡책의 길잡이 독서회가 있었던 후에 1-2년 지나서 최현숙 선생님의 강의를 신청해서 인연이 이어졌던 거였어요.  
내가 땡땡책에 기부만 한 게 아니었구나(웃음) 길잡이 독서회 중 딱 한 번 갔는데 그게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글쓰고 기록하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게을러서요. 부지런히 글을 써야 실력이 느는데 그런 걸 못하고 있어서 아쉬워요. 조합원으로 돌아가면 누가 채찍질을 해서 글을 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실은 땡땡책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책을 많이 읽게 될지 알았어요. 책을 많이 접할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꼭 책을 읽지 않아도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어요. 요새 사람책 그런 것 많이 하잖아요. 제게 땡땡은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못 읽었지만, 그냥 땡땡에 있는 사람들이 제게는 책 같은 느낌이었어요. 조합원일 때는 잘 몰랐었던, 주로 이사님들, 열성 조합원들을 한명한명 가깝게 만나면서 책을 읽는 기분이었어요.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어서, 굉장히 재미있었고, 흥미로운. 

어떤 인터뷰에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땡땡은 결국 사람이지 않냐” 땡땡책의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까워요. 
 
 

2019.04.22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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