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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의 일상/땡땡책 운영진 이야기

땡땡의 하루를 기록하기로 하다_지난 하루들(1)

오늘부터 땡땡책협동조합의 하루를 기록으로 남겨볼까 해요. 날마다,는 자신없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통해, 공간을 통해 전과는 다른 세상을 마주하면서 드는 잔상 나부랭이와 땡땡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으면 좋겠다, 싶네요. 어느새 땡땡이 만들어진 지도 1년이 훌쩍 지났고, 고사이 새로 알게 된 분들만 190명을 넘기고 있어요. 이 소중한 일상,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일단 드문드문이나마 기록해 놓은 것부터 옮겨놓고 이어가볼게요. 

 

언제어디서나물처럼공기처럼_땡땡책롸이프.2013.10.01_02.

어제부터 땡땡책협동조합 사무국을 내맘대로 가동시키고 있다. 기언 진규 호철 승우 샘과 창립 총회가 열릴 인권중심 사람 공간을 살피고, 사람의 정률 샘과 인사를 나눴다. 뒤풀이 예정지인 동태와 막걸리집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국 공간으로 사용할 벗의 나눔 공방에 모여 차 한 잔 나누며, 총회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사무 공간을 어떻게 재구성할지에 대해서도 틈틈히 이야기를 나눴다. 빡빡하게는 한 15명쯤 참여하여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에 사무 기능까지 확보해야 해서 넉넉한 편은 아닌데, 사방에 책장을 쌓고 큐브처럼 헤쳐모여가 가능한 데이블을 구해 북카페 비스무리한 분위기를 내고 싶고, 작은 도서관과 헌책 나눔터의 기능을 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기호철 샘과 어떤 일을 같이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떠올랐는데, 지난 모임에서 권해진 샘이 책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을 다른 모임에서 빌려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우리에겐 전직 사서도 있고 헌책방의 대를 이을지도 모를 친구도 있으니..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고민한다는 건 이런 거려나...

오후엔 출판사등록과 사업자등록에 필요한 서류들을 알아보고 벗의 살림을 맡고 있는 승훈 선배에게 이것저것 왕창 사사받았다. cms도 벗을 모계좌로 하여 활용할 계획인데, 이 시스템이 회원 DB 기능을 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한번만 제대로 입력해 놓으면 조합원 정보를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역시 엔지니어들은 다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가 한비 키우는 사이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놓았다, 아싸! 이 기능에 틈틈이 근황 정도만 덧붙이면 데이터 베이스 완성~!

그러고보니 승훈 선배는 우리교육에서 사진만 10년 넘게 찍던 선배인데... 겨울이면 스키에 홀딱 빠져 강원도를 들락거리던.. 그 선배가 땡땡책 설립에 필요한 자료들을 줄줄줄 설명해주는 모습이 꽤 낯설다. 우리교육에서 밀려나 이제 3년째.. 어느새 자립 단계를 훌쩍 넘어서 기꺼이 땡땡책의 손을 이끌어주며 무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벗의 모습에 순간순간 뭉클해진다.

저녁에는 우리교육 시절부터 오랜 연을 이어왔고 벗이 터를 잡는 데 씨앗이 된 분들과 술 한 잔. 얼마전 러시아와 북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진환 샘이 러시아 소주쯤 되는 보드카를 준비하셨다 하여 함께 했다. 진환 샘을 빼면 꽤 오랜만에 뵙는 분들... 자연히 요즘 사는 이야기가 나오고, 땡땡책 이야기도 나오고.. 나의 불안정한 삶을 안타까워하는 진환 샘은 당연하다는듯 다른 것 못해도 출자는 할 수 있다 해주시고, 이미 두 번이나 발기인 모임에 공간을 내어준 에듀니티 병주 샘도 함께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제안해 달라신다. 운동의 공허함인지 사람에 대한 외로움인지, 뭔지모를 헛헛함을 남겨준 상헌 샘도 모르척할리 없고.. 그렇게 얼떨결에 땡땡책 식구가 늘었고, 또 그렇게 어제가 갔다.

그리고 오늘... 밀양 소식에 싱숭생숭한 날. 카페에서 숙독하지 못한 글들을 다시 보고, 월욜에 올린다고 해놓고 까먹은 총회 식순도 수정해 올리고, 사무국 운영 방안을 정리해야 하는데, 인력 운용에서 답이 안 나온다. 결국은 재정 문제... 하루만 더 고민하자...

안 그래도 불안정한 재정, 사업자등록을 하루라도 빨리 내는 게 답이다 싶어 다시 벗으로 출동. 임대차 계약서 사본, 전대 계약서, 건물주 사용 허락서... 얘네들을 모두 벗을 통해 받아야 하는데, 일사천리로 진행될 리 만무... 벗과는 월 10만원에 전대 계약을 맺고, 벗 임대 계약이 이전 이사장님 명의로 되어 있어서 박부장님을 찾으니 저어기 사당역에 계신단다.ㅠㅜ 아니 왜 코앞에 학교를 두고 하필 오늘 거기 계신 거시냐. 한 시간 내에 올 수 있음 오고, 아님 월요일에나, 하셔서 슝슝~날라가 부장님을 만났다.

작년에 뵙고 올해 처음인가. 매우 쪼끄맣고 때때로 시니컬함과 짜증이 3:2 비율로 섞여 있는 부장님의 눈빛이 나를 만날 때면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한심해하거나 재미있어하거나. 다행히 오늘은 후자다. 도장 받으러 왔으면 도넛 정도는 니가 사야 하는 거 아니냐, 하셔서, 저 실업자인데요, 하니 바로 꼬리 내려주시고.. 인주가 이게 뭐냐며 구라삘로 타박하셔서, 그러게 왜 지장은 찍으셔서 사람 쌩고생시키시느냐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그래서 땡땡책은 뭐하는 곳이냐고 물으셔서 승우 샘 또 팔고, 양서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다 설명하고, 잘하면 출판계의 한살림이 될지도 모른다고 뻥카를 날려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안통할 것 같아 꾸욱~ 누르고.. 토욜날 창립총회한다 말씀드리니, 돈을 벌 것 같진 않다시며 벗에 넣은 출자금, 벗에 내는 조합비를 반반 나누면 되겠다, 하신다. 어흑.. 나 이러다 벗에서 제명 당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이레저레 사람들을 만나보니, 제대로 된 길에 서 있는 것 같다. 알아서들 척척 손을 내밀어주신다. 작년 봄에 ㄴ출판사에 들어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 그때는 다들 얼굴빛이 어두웠드랬는데..ㅋㅋㅋ 좋은 분들이 주변에 계셔서 다행이다. 나도 좋은 어른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