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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의 일상/땡땡이 인터뷰

기호철 조합원_사람도 조직도 ‘표현’된 만큼 이해되는 것 같아요

빵모자와 카메라. 땡땡의 행사 때마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진행을 맡고 사진을 찍는 사무국 기호철 님을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평소 조합원들의 말을 많이 듣고, 또 기록하는 역할을 맡아 온 호철 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왔습니다.^^


 땡땡책협동조합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주로 ‘조합원 관리’ 업무를 맡고 있어요. 조합원이 새로 들어오면 조합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하고, 지역에 계신 조합원을 만나러 내려가기도 해요. 땡땡책 안에서 진행 중인 독서회 일정 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이 안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표현’이란 말을 쓰셨는데, 평소 표현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잘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있는 편이에요. 사람도 표현된 만큼 이해되는 것처럼, 조직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요. 예컨대 매달 조합원들에게 발송하고 있는 뉴스레터가 이런 ‘표현’의 영역인 것 같아요. ‘홍보’라는 표현도 종종 쓰던데요, 저는 이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왠지 과장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일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협동조합이란 것을 땡땡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또 알아가는 과정 중이에요. 사무국의 일이 가구를 만드는 일처럼 결과가 분명하다거나 그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힘든 부분도 분명 있어요. 땡땡책 사무국의 일은 추상적이에요. 그래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하는 판단할 수 없을 때 힘이 든 것 같아요. 뭘 잘하고 있는지, 뭘 실수하고 있는지 이런 걸 알아야 자기 노동도 삶도 성장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사람들 간에 피드백이 잘 보여야 일에 재미가 붙는 것 같고요. 예전에 잠깐 배웠던 장사가 재밌었던 건 물건을 팔고 난 뒤 손님과의 피드백이 바로바로 나오는 일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땡땡책의 체계가 아직 잘 잡히지 않은 것이 아쉬움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 체계를 잡아 가는 게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어떤 독서회들에 참여하고 있으신가요? 솔직히 가장 재미있는 독서회를 꼽아 보신다면?

그림책 읽기, 기본소득, 역사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1달에 1번 정도씩 모이다 보니 힘들지는 않아요. 그림책이 제일 재미있어요. 빨리 끝나기도 하고, 준비할 게 많지 않기도 하고요(웃음). 그림이 주되다 보니 문자에 지친 사람들에게 의외의 발견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땡땡 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영화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요. 취향은 딱히 없고 잡히는 대로 봐요. 제일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건축, 인체 해부 등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도서관 사서를 할 당시에 발견한 작가인데요, 그의 책을 읽으며 장기의 위치나 기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건축 구조나 인체를 정말 세밀하게 그려 내는데, 보고 있으면 정말 놀랍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요. 중간중간 작가의 유머 감각이 느껴지는 대목들도 좋고요.


 늘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시는 듯한데요, 사진이 취미인가요?

사진기를 들고 다니게 된 지는 7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저는 기억을 복기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편이에요. 메모보다도 훨씬 구체적으로 생각이 잘 나서요. 찍어 둔 사진을 많이 보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사진 한 장으로 지금의 상황을 다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기도 하고, 오랜 기간 이런 사진을 찍다 보니 기록 사진은 나름 잘 찍게 된 듯해요. “어머 이건 꼭 찍어야 해”라는 순간을 잘 포착했을 때의 흥분감이 있어요.


 땡땡책이 기획하고 진행한 일 중에 가장 보람된 일이 있었다면요?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고 확장해 준다는 측면에서, ‘주책바가지’란 이름으로 진행한 응원 주점, 길잡이 독서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땡땡책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땡땡책이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종종 생각하곤 해요. 평소라면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땡땡이란 이름으로 모였고, 또 그 사람들이 너무 다 좋은 거예요. 이 사람들과 끊임없이 뭔가 같이 할 거리들을 찾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땡땡책의 존재 이유를 생각했을 때 드는 생각은 그때그때 다른데, 2015년 현재 기호철의 생각은 그래요.

언젠가 조합원인 효진 씨(그린비출판사노조/땡땡책협동조합)가 말한 게 생각이 나요. 효진씨가 말하길 본인은 원래 사람을 잘 믿지 않는 편이었는데, 노조 투쟁 때 피켓을 함께 들어주러 온 조합원들, 특히 새벽 기차 타고 올라온 하승우 선생님을 보았을 때 ‘신뢰감’이란 걸 느꼈다고 해요. 내가 여기에 소속되었다는 느낌을 받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고 하네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가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것들을 조합원들에게 더 많이 느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5년 상반기도 어느덧 저물어 가는데, 하반기에 하고 싶은 일은?

조합원들이 겪었던 일터, 노동조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소책자를 만들고 싶어요. “건강한 노동”이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책 만들기요. 함께 ‘일’에 관련한 책도 읽고 조합원들을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도 해보고,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보면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소책자를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도 함께 고민하면서 책을 출판해 보고 싶어요.  


 호철 씨에게 땡땡책이란?

어렵네요. 일단은 저에게는 물질적 기반이죠. 그런 동시에, 땡땡책이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한 장(場)이에요. 든든하고 넓은 관계망. 계속 길게 지켜보고, 계속 잘 살아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최여민 예비조합원(^^)과 나현영 조합원이 그린 기호철 조합원(사진: 양똘)


기호철 땡땡이. 그림과 닮았나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