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굉장히 가까이 지내야 하는데 쳐다보고만 있는 존재, 땡땡"
지난 8월 2일, 삶의 전환을 모색하는 교육공동체 벗 여름연수에서 뵌 이상대 조합원과 인터뷰를 했어요.
14분 47초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에 참 많은 말씀을 해주셨네요.
사랑합니다, 조합원님!
Q. 어쩌다 땡땡이가 되었나..
사람 때문이지 뭐. 전유미하고 하승우 때문이지. 그들이 하면 다 좋은 일 아닐까?
(오~ 이런 엄청난 신뢰는 어디서 오는 건가?)
책이라는 거,.. 책.
Q. 뭐하는 사람인지, 뭘하고 싶은 사람인지, 삶의 지향일 수도 있고..
중학교에서 국어 가르치는 사람,
그거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아서 애들하고 글 쓰면서 노는 사람,
조금 더 정직하게 표현하면 애들한테 붙어먹고 사는 사람.
그래서 나한테 학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들이 있으니까 학교인 거지, 학교 형식도 이제는 문제가 있다/없다,를 떠나서 애들이 있으니까 학교가 중요한 거지, 그 외에 별로 학교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더라. 만약 애들이 나를 버리면 나는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거고, 그만둘 거고.. 그런데 아직은 붙어먹을만하다. (애들이 잘 놀아주는 군요.) (웃음)
Q. 앞으로는?
그리고 있는 그림은 되게 많은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비현실적이라고 하고, 일단 마누라가 재가를 안 해 줄 거니까 마누라를 설득할 만한 언어를 고민 중이다. 글을 쓰긴 쓸 텐데, 어떤 글을 쓰느냐를 놓고 고민인 것. 이후에도 계속 조그맣게 해서 애들과 연대를 할 거냐, 혼자 하는 건 아니고 분명 누군가와는 연대를 하는데, 지역에 와서 지역 사람들과 연대할 거냐, 이런 문제가 남아 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
Q. 샘에게 땡땡은 뭔가?
숙제이기도 하고 (어떤 숙제?) 굉장히 가까이 지내야 하는데 쳐다보고만 있는 존재. 학급으로 비유하면 “어, 저 새끼 멋있는 새끼야.” 싶은데 저거랑 친하면 내가 굉장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할 것 같은... 쟤가 좋고, 근본적으로 코드가 맞기 때문에 같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살짝 엄두가 안 나는 지점이 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게 있는데, 저기로 가는 순간 내 에너지가 전부 쏠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쳐다만 보고 있는.. 뭔 얘긴 지 알지?
(상당히 있어 보이게 말하지만 기 빨릴까봐 엄두가 안 난단 얘기지 않나?)
그렇지. 근데 또 그렇게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웃음)
Q. 땡땡에 바라는 건?
올해 내년은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는 게 땡땡으로서 할 일인 거고, (멋있게 살아남아야죠) 살아남는 게 살아남는 거다. 살아남았다는 건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아직도 근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래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고, 조합이니까 사람이 떨어져 나가면 안 되는 거고, 지금 조합원이 200명이 넘는데, 이 200명이 계속 여기에 적을 두고 있게 만들려면 그냥 있어선 안 되는 부분의 문제다. 어쨌든 좀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이 뭐하든 어쨌든 땡땡책이 살아남고 나면 그 뒤에 할 일은 저절로 열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때쯤 되면 나도 발을 슬쩍 담지 않을까? 아,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는데.. 땡땡책도 앞으로 2년이 고비다. 엎어질 수도 있다. 엎어진다는 건 힘을 쓰지 못하고 근근이 명맥만 유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
(하승우 샘도 2년이 고비란 말씀을 한다. 2년이면 어쨌든 초석은 깔아줬는데 별 거 없네, 되는 상황이 되면 슬슬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거란 이야기하면서 사업을 통해, 일을 통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간간히 해주신다. 그게 뭘까, 고민. 그래서 간당간당 인터뷰 같은 걸 통해서 이 사람은 뭘하고 싶을까, 조합을 통해서.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있다. 샘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전혀 연고 없이 오신 분들도 있다. 인터넷에서 기사들 보다가 오시는 분도 있고, 다르게 살고는 싶어서 일단 들어왔는데 뭘해야 할지는 뚜렷하지 않은 분들도 있고, 초기에 가입하신 분들을 빼놓고 보면 스펙트럼이 꽤 넓더라. 초기에는 어쨌든 연과 연이 만나서 시작이 됐는데 그 이후에..)
우리의 근거는 어떤 게 있냐 하면, 학교에 맺어진 지 5년 되는 책수다팀이 있다. 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구석에 있는 책을 읽어낼 줄 아는 사람들,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회비를 모아서 뭔가 낮은 곳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 누군가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서 연대하려고 노력하는, 나름 부지런하고 건강한 책모임인데, 이들에게 땡땡책을 소개했는데 별로 관심을 안 갖더라. 이 사람들은 조금만 땡기는 게 있으면 확 다가올 사람들인데, 그렇게 에너지 있고 건강한 사람들을 확 끌어당길만큼 땡땡에서 그런 적극적인 지향을 가진 사람이 비전이나 사업이나 이런 건 좀 약하지 않은가. 이런 걱정 때문에 2년을 이야기한 것. 그런 거 없이 그냥 간다면. 애호가들의 집단으로 그친다면, 그거야 말로 숙제 같다.
Q. 땡땡에서 해보고 싶은, 놀아보고 싶은 구체적인 일 세 가지 정도? 이런 거 같이 해보면 좋겠다 싶은 거?
잠깐! 이거 한 발짝, 한 발짝씩 끌어들이는 늪 인터뷰 구조인데?
(그거다. 공적으로 조합원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엮어 보는 거..^^)
아까 얘기한 대로 언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언어를 소비하는 사람들, 소비라고 하면 좀 그렇긴 한데, 그 언어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사이를 가깝게 맺어주는, 책을 쓰고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책을 읽고 그 책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뭔가 삶의 문제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좀 아무렇지도 않게, 가깝게 만났으면 좋겠다. 그뿐 아니라 책 읽는 사람들의 모임들, 이런 모임들이 툭툭 만났으면 좋겠다.
“어느 지역의 책 읽기 팀과 어느 지역의 책 읽기 팀이 오늘 만난다고 해요, 관심 있는 분들, 오시든지 말든지~”
뭐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인연들이 연결되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길담서원처럼 눈 맑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곳을 잘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애를 낳아서 한 발 들어가 있는데, 길담서원에는 골방이 하나 있어서 쥔장이 불러들이고 독특한 자리가 마련되더라. 호각인데 조그만한 피리 같은 게 있었다. 그걸 미약하게 연주를 하면서 자기는 연주할 때가 좋다면서 그걸 올려놓고 앞으로는 이걸 가진 사람만 이야기하자, 그러더라. 사람들은 자기 얘기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남들이 얘기하는 걸 잘 못 듣는다. 껴들기도 하고. 그런데 사람들이 한 사람 이야기가 끝나면 조용히 듣다가 질문 몇 개 한 뒤에 어떤 사람 앞으로 오면 이제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 고 하나가 놓였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깊은 얘기를 하더라. 그때 우리는 같은 학교에 있기도 하고 꽤 친밀한 사람들인데 그 자리에 그런 형식이 하나 마련되니까 울면서 이야기를 하더라.
그 사람이 마련한 자리이기도 하고, 책을 샀든 만나든, 한명숙의 남편이기도 하니까 언론에서 비춘 그런 사람이 바로 옆에 앉아서 이야기판을 마련해 주면서 뭔가 이런 데 아니면 얘기를 못하겠다 싶은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뭔가, “우리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 우리 다 서로 한편 아니야?”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많은 얘기가 오갈 수 있겠다. 이건 나도 중요하지만 들어주는 사람도 중요한 거고, 그래서 오랜만에 나도 우리 애새끼 이야기를 했다. 애새끼 하나 키우고 있는데, 사실 힘들어 죽겠다. 말도 존나 안 듣는다, 아빠로서 정말 고통스럽다..거기다 나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막 잘난 척하는 사람이다.. 근데 막상 돌아서면 애새끼 얘기를 못한다.. 끝나고 나니까 거기가 서점이기도 하니까 『친구』라는 책을 소개해주더라. 자식도 우정의 문제로 보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 보시라 했는데, 책껍데기가 빨간색이다. 중국 사람이 쓴 책인데, 짤막한 이야기를 모아놓았다. 몇 개 챕터만 골라 읽었는데,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양반이 책을 주는 건 전혀 다르더라. 그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때 장면이 다 떠오르는... 책 껍데기 바깥에 있는 이야기..
그래서 이제 나는 땡땡책 정도면 책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왜? 전유미가 있고, 하승우가 있으니까.
(이상대도 있겠지, 곧!)
나는 소비하는 사람으로써~
(멋진 것 같다. 책은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읽을 때 날씨부터 시작해서 쫙~ 꿰고 들어가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어제 이계삼 샘이 강의하며 이야기한 ‘몸의 기억’과 같이 가는 측면들이 분명 있다.)
그게 벌써 4-5년 됐는데, 그때부터 졸업할 무렵이면 제일 아끼고 정이 갔던 놈들이 있는데... 그 놈들한테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좋았던 책, 그리고 내가 요새 돌아서면 덮으면 잊어버려서 밑줄을 치고 읽는데.. 별표도 막 치고... 그런 책을 준다. 새 책을 사줄 수도 있지만 낙서하고 내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한 책을 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책 보면 내가 생각나지 않을까. 새 책이면 책 내용만 기억나겠지만. 그 이후에 내가 하게 된 일이 이런 거다. 땡땡책에서 하는 일이 일종의 삶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저기서 이런 얘길 듣고 배웠는데, 나는 내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내 식으로 받아서 편집할까, 편곡이겠다. 땡땡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멋지다)
얘긴 멋있지.
(땡땡책 속에는 샘도 속해 있다. 내가 곧 땡땡책이란 마음으로^^)
나는 땡땡책을 구경하고 싶다.
(여태 하셨지 않나!!)
Q.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했다.
(간당간당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땡땡의 일상 > 땡땡이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젠가 과학 살롱을 만들고 싶어요" 김미선 (0) | 2019.03.15 |
---|---|
이명재 "책과 관련해서 뭐든지 할 수 있겠다" (0) | 2017.03.27 |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없어지지 않는 것! (0) | 2016.06.30 |
서경원 - 꿈꾸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곳 같아요. (0) | 2015.10.07 |
최진규 -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1) | 2015.08.28 |
인터뷰 in 몽골 (오동석, 김수한) (0) | 2015.08.03 |
하승우 인터뷰 : 그럼 ~~ 우리는 다 술술 (1) | 2015.07.27 |
김민희 - "유쾌한 분위기 같은 게 감지되는 곳" (1) | 2015.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