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땡땡책협동조합의 하루를 기록으로 남겨볼까 해요. 날마다,는 자신없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통해, 공간을 통해 전과는 다른 세상을 마주하면서 드는 잔상 나부랭이와 땡땡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으면 좋겠다, 싶네요. 어느새 땡땡이 만들어진 지도 1년이 훌쩍 지났고, 고사이 새로 알게 된 분들만 190명을 넘기고 있어요. 이 소중한 일상,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일단 드문드문이나마 기록해 놓은 것부터 옮겨놓고 이어가볼게요.
우리 이름을 우리가 정할 수 없게 하는 협동조합법..._땡땡책롸이프.131010.
우리의 이름을 우리가 정할 수 없다니! 어이없이 당했다.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난 거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인지 처음엔 그냥 담담했다. 그리곤 시간이 흐를수록 슬금슬금 열이 올랐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서만 만들 수 있단다. 그렇지 않으면 “협동조합”이란 이름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개인사업자로 땡땡책협동조합 사업등록을 했다가 사흘만에 세무서로부터 날아들어온 답변은 이랬다.
협동조합을 만들면, 표준 정관에 따라야 한다. 그 표준 정관에는 정치 참여를 금하는 독소조항이 있다. 우리 조합에는 생활 정치와 직접 민주주의를 삶에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당연히 우리는 여러 층위의 정치 활동을 할 것이다.
그러니 저 법의 테두리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정부의 손아귀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게 되는 것. 바보가 아닌 이상,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 우리는 세 차례의 발기인 모임과 창립 총회를 통해 소모적인 싸움을 피해 개인사업자로 사업등록을 한 후, 이후 총회를 거쳐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녹록치가 않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결정한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카톡으로 승우, 진규, 호철 샘한테 어찌하면 좋을지 물었다. 일단 조합원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주말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여튼, 땡땡책이 문닫기 전까지 사무국은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이달엔 사무국을 정비하고 도서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세팅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차질이 예상된다. 세무서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이날은 벗과 함께 사용할 사무국 공간에 놓을 테이블 견본을 보러 파주에 가려고 했다. 부산 출장을 다녀온 기언 선배는 이틀새 저렴한(?) 가격의 테이블 샘플들을 여럿 찾아 놓았는데, 실제 크기와 모양이 가늠이 되지 않아 직접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이 가려고 한 진주한테 일이 생겨서 미뤄졌다.
“일단 노트북 가져오는 대로 바로 작업할 수 있게 자리라도 만들어야겠어..”
뭐라도 좀 진행을 하지 않으면 한도끝도 없이 늘어질 것 같아 자리라도 만들기로 했다. 기언 선배가 집에서 가져다둔 가로 160짜리 길쭉이 책상을 사무 책상으로 사용하라며 줬다. 벗에서 나온 책들을 옮기며 공간을 정리했다. 오늘도 기언 선배가 땀 뻘뻘 흘리며 도와줬다. 담엔 꼭 맛난 거 사줘야지.
150*45짜리 긴 테이블들을 빼고 정사각형의 테이블을 들여놓을 생각이니 호철을 비롯한 땡땡책 조합원들은 이후 정비된 공간에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모임도 할 수 있으리라. 물론 벗 조합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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