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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연재마당

애인이 하나 있다 더보기
동네책방 '만일' 동네책방 ‘만일’에 다녀왔다. 땡땡책조합원이 운영하는 책방인데 이 곳부터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역에서 내려서 마포구 망원시장을 지나다가 ‘어.. 지나쳤나?’하는 의심이 들 때 즈음까지 걸어가다보면 보인다. 아늑하고 부드러운 조명에 비친 벽 쪽 책장이 마음에 든다. 주인장은 그냥 특별한 의미없이 기본책장으로 만든 거라고 하지만 생김이 마음에 든다. 환경과 먹거리에 대한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 잡지 발견! 한 쪽 벽면에 예쁘게 포장된 시집. SIDE TABLE 이라는 곳에서 시집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러 가지 세트로 구성된 시집을 팔고 있었다. 주인장에게 시집을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했더니, 주로 어떤 걸 읽으시냐고 물어본다. “아.. 시는 잘 읽지 않아요.” 했더니 2권.. 더보기
3편 "가을 우동과 일본 요리만화 사기 사건" 날이 제법 쌀쌀한 가을엔 어쨌든 따끈한 우동이 제격이다.후루룩 면과 국물은 흡입하면 금세 몸이 훈훈한 열기로 가득차는 느낌에 ‘역시 우동이야’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한때는 ‘라면 요리왕’이나 ‘맛의 달인’, ‘초밥왕’ 같은 일본 요리만화를 섭렵한 후 뭔가 나도 근사한 요리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무한한 요리의 세계에 갓 입문한 초짜가 성실하게 맛의 본질을 찾기 위해 수많은 초야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요리의 대가로 성장하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길을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뭐 누구나 이런 만화를 보면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하지만 보통 이런 건 생각만 하지 직접 실행에 옮기진 않는 것 같은데 나는 별 고민 없이 덥석 이런 짓을 실제.. 더보기
우리, 노동자로 살아가다(땡땡책, 2014) "밤에 잠 좀 자게 해달라는 게 맞을 일이야?"『우리, 노동자로 살아가다』(땡땡책협동조합 엮음, 땡땡책, 2014)-양선화 “밤에 잠 좀 자게 해달라는 게 맞을 일이야?”지난 3월 유성 희망버스에 현수막 연대를 할 때, 땡땡책협동조합에서 내놓은 문구다.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처럼, 검은 바탕에 노란색 글씨로 디자인했다. 누군가는 장난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바로 이런 마음에서 이 책 이 출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한 주간 연속 2교대제 요구와 합의. 사측이 그것을 무시하고 노조파괴에 돌입하면서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노동자들도 사람인 이상, 밤에는 잠을 자야만 했다. 너무 당연해서 입에 담기도 왠지 낯부끄러운 이 절박한 요구, 거대 자본과 몸을 섞고 그것을 무자비하게 짓밟.. 더보기
일베의 사상(오월의봄, 2013) “‘일베는 없다’ 혹은 ‘응답하라, 2002’?”『일베의 사상』(박가분 지음, 오월의봄, 2013)-김효진 0. 일베, 잔치는 끝났다?어째 잠잠하다 했더니, 그들이 돌아왔단다. 우리 ‘베츙이’들 말이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열기가 파급되는 것과 함께 저 메뚜기떼가 다시 창궐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뭔가 좀 시들하달까 요란한 맛이 한참 부족하달까 그렇다. 어제오늘(12월 17~18일)간에는 ‘샤이니월드’에 선전포고를 날리며 뭇 언론과 여론의 이목을 끌어놓고는 정작으로는 변죽만 울리다 끝난 느낌이다. 직접 일베에 들어가 봤다. 올라오는 게시물들의 질이나 양이나 그리 감명 깊은 수준은 아니었다. 샤이니월드를 '산업화'하고 왔다는 인증샷도 간간이 눈에 들어왔지만, 막상 클릭해 보.. 더보기
밀양을 살다(오월의봄, 2014) "밀양, 스스로 희망이 된 사람들"『밀양을 살다』(밀양구술프로젝트, 오월의봄, 2014)-유해정 (인권재단 사람 뉴스레터 #011 게재) 얼마 전 밀양에 다녀왔다. 《밀양을 살다》 발간 기념으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할매와 할배 그리고 주민 분들께 책을 전해드리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책을 준비하고 발간하기까지 꼬박 4개월. 겨울눈이 소복이 뒤덮었던 산천에 초록이 내려앉았다. 경치 좋게 마을을 감싼 감나무의 푸른 잎들이 봄소식을 전했지만 “저거 되면(송전탑이 완성되면) 이 감, 딸 수나 있나 모르겠다”는 할매의 탄식에 봄은 저 멀리 달아나있었다. 책이 만들어지던 시간동안 밀양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송전탑이 올라간 만큼 합의한 이들이 늘어났고,《밀양을 살다》의 한 꼭지를 차지했던 .. 더보기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더보기
2편 "어머니표 카스테라" 난 솔직히 빵을 좋아하지 않았다.자라난 곳이 충청도 오지여서 그런가 어렸을 때 빵을 먹을 기회가 워낙 드물기도 했고 어머니께서 간식거리라고 만들어 주시는 빵이라는 것이 그닥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뭔가 간식거리처럼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삼남매를 위해서 흔히 개떡이라고 하는 것, 밀가루반죽을 그냥 넓게 펴서 익혀주는 그 말도 안되는 개떡을 주로 만들어 주시곤 했었다. 물론 가끔 담배잎 따다가 지쳐서 헐떡거리면 그 개떡에 귀한 흑설탕을 넣어서 쪄 주셨는데, 이게 맛은 호떡이랑 비슷한데 모양은 두꺼운 또띠아처럼 생긴 여튼 그런 커다란 개떡을 주로 해 주셨다. 그런 나에게 서양식 제빵을 맛본다는 건 그야말로 횡재의 순간, 아니 신세계가 열린 날이었다. 그것도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 더보기
2편 "가족이 된다는 것" [홍시살이] 2편.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땡글땡글 블로그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홍시가 중성화수술 혹은 불임수술을 받았던 날 썼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중성화'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할 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오늘 올리는 글은 그 생각을 정리한 글은 아니구요. 수술을 시키면서/받으면서 홍시와 나누었던 '어떤 것'에 대해 기록했던 글입니다. [홍시살이] 2편은, 그날의 기록으로 갈음합니다. *********** 수술 첫 날 (묘하게도 저는 그날 에이프릴 카터의 을 읽고 있었군요.) 고양이를 집에 들이기로 결정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었다. 고양이 때문에 안락함과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을 견딜 수 있을지,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을지, 키우다 귀찮아지는 건 아닌지 등의 .. 더보기
삼평리에 평화를(한티재, 2014) "삼평리 할매들, 태양의 후예로 살다!"『삼평리에 평화를』(박중엽 이보나 천용길 글, 한티재, 2014)-하승우 (2014년 9월 게재)송전탑을 반대하는 밀양이나 청도 삼평리에서 투쟁의 핵심은 할매들이다. 왜 할매일까? 『삼평리에서 평화를』(한티재, 2014년)을 읽으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다. 할매들은 한국사회가 만든 울타리 밖에 있었다. “아버지가 딸은 오래 놔두면 안 된다 해가지고, 그래 뭐 결혼시켰지. 그때 결혼하고 싶은지 그런 생각도 없었다. 결혼하고 나니 이게 결혼인가 싶으고 했지.”라는 말처럼 남편 얼굴도 제대로 모른 채 시집을 왔거나, 아이들을 어렵게 키우느라 세월을 다 보냈다. 고생에 고생을 거듭했지만 있는 듯 없는 듯하던 남편은 일찍 세상을 뜨고 아이들은 지역을 떠나고, 남은 건.. 더보기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포도밭, 2014) "몇 번이고 다시, 사람의 말"『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전쟁없는세상 엮음, 포도밭, 2014)-양선화 이것은 군대 이야기가 아니다이 책은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선언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53명의 병역거부자들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하나의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그것이 전제되어 있는 병역 의무를 평화적 신념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겪은 일상적인 폭력, 이라크 파병부터 밀양 송전탑 건설에 이르기까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국가의 폭력과 범죄들... 53인은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저마다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된다. 나 또한 지금의 군대가 근본적으로 전쟁과 살육에 복무한다고 생각하며, 그 때문에 병역거부를 택하는 이들을 위해 다른 형태의 병역제도가.. 더보기
이 폐허를 응시하라(펜타그램, 2012) 『이 폐허를 응시하라』(레베카 솔닛 지음, 정해영 옮김, 펜타그램, 2012)-진용주 지난 ‘후쿠시마’ 강연회 이후 땡땡의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 거기서 레베카 솔닛의 를 같이 읽자는 안내문을 보았다. 궁금증에 찾아보니 이렇게 한 줄 정리가 가능한 책이었다. “재난은 기존의 체제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회변화를 일구는 추동력이 될 수 있다.”3년 전이었던가 4년 전이었던가, 나오미 클라인의 을 읽으며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피와 땀과 눈물이 소름 끼치도록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요약하자면 좀더 길어진다. “자유시장이 어떻게 남미와 동유럽, 남아프리카와 러시아, 이라크, 아시아 등 전 세계의 끔찍한 폭력과 충격의 순간을 이용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쇼크 독트린’이.. 더보기
1편 “간이 깨끗한 알코올중독?” (2013년 12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제가 일하는 연구소는 녹색병원과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녹색병원 의사들은 제게 환자의 직업과 관련한 의논을 해올 때가 있습니다. 일반 환자와는 뭔가 다른 것을 의사가 느꼈는데, 혹시 환자의 직업이 관련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입니다.벌써 십 년이 된 일인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환자가 있습니다. 어느 날 내과과장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알코올 중독 환자를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간이 깨끗하다는 겁니다. 술이 아니라 다른 원인인 것 같은데, 환자가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라고 합니다. 뭔가 원인이 있겠냐는 겁니다. 제화노동자는 본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구두에 일일이 본드칠을 해서 하나하나 붙여나갑니다. 작업장에 앉아 바로 코앞에서 본드칠을 하다보니.. 더보기
그는 좋은 모델이었습니다 (2013년 12월 그림) 그림 그리는 사람도 아닌데어쩌다보니 승우 샘을 그리게 됐습니다.며칠간은 애인 얼굴보다 승우 샘얼굴을 더 많이 보면서 살았지요.승우 샘, 그는 좋은 모델이었습니다. 더보기
1편 “미워도 다시 한번, 닭개장” (2013년 12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나에게 닭개장은 그닥 땡기는 요리는 아니다. 할 수 없이 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하거나. 처음 요리에 대한 글을 청탁받았을때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쓰려니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막막해지면서 금세 후회하는 마음이 몰려왔다. 괜히 요리 글 쓴다고 나섰다가 스스로의 신세를 달달 볶는구나 싶어졌달까?뭘 쓰지? 어떤 요리, 어떤 레시피를 이야기해야 하지? 내 주제에 감히 누구에게 요리법을 가르쳐준다는 게 말이 돼?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약속한 기간이 다가오니 더 늦출 수도 없을 듯해서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선택한 게 닭개장이다.닭개장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육개장과 비슷한 요리다. 육개장이 소고기를 우려낸 국물을 기본으로 하듯.. 더보기
1편 “우리 둘은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청소를 할 때마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인생은 먼지와 머리카락이다.” 어렸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은지, 요즘 청소를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 거립니다. “인생은 정말 먼지와 머리카락이구나.” 끄덕끄덕. 아, 참, 근데 제 인생에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털. 그리하여 제 인생은 먼지, 머리카락, 그리고 고양이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때마다 털을 뿡뿡 뿜어대는, 말 많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털 뭉치 고양이의 이름은 홍시입니다.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는 도도하고 독립적이어서 혼자 사는 사람이 키우기에 딱이라고들 합니다. 영역 동물이라 동거인에게는 정을 주지.. 더보기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봄날의책, 2013) “천천히 흐르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강광석 외 39명 지음, 박지홍 이연희 엮음, 봄날의책, 2013)-이용석 도나스, 대추리, 이종범, 소, 쑥국, 아버지, 우편배달부, 송경동, 할머니, 2루수, 밀양…… 를 읽고 나서 나를 떠나지 않는 단어들이다. 도무지 공통점이라곤 발견할 수 없는 단어 조합이, 사람들 사는 모습이 저마다 고유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산문집이라, 글이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되는 건 없었지만, 한달음에 읽어내려 갈 수는 없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내 기억을 더듬고 내 감정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임중혁의 도나스 이야기를 읽고 나선 못 참고 도나스를 사다 먹고, 서효인의 이종범 이야기를 읽고 나선 내 어린 시절 우상 이.. 더보기